김경미 (시인)
낚시 2
-서형오
아빠와 함께
기장 바닷가에 왔다
바다가
호주머니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은갈치 두 마리를
꺼내 주었다
보름달 아래에서
낚싯대는 둥그레지고
물고기 눈은 휘둥그레졌다
-팔딱팔딱 낚시, 반짝반짝 바다
“물고기 눈”이 “휘둥그레”진 만큼 이 동시를 읽는 사람들의 마음도 화들짝 놀랐을 것 같아요. 물고기가 헤엄쳤을 바다보다 넓은 상상력과 표현력에요.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아이의 팔딱이는 시선은 옆에서 보는 것처럼 신나게 읽히네요. “바다가/ 호주머니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은갈치 두 마리를/ 꺼내 주었다” 과연 바다는 은갈치 두 마리만 꺼내 주었을까요? 바다의 격려는 얼마나 잘 와 닿았을까요? 보름달은 또 얼마나 큰 웃음을 보냈을까요?
금맥같이 쌓여 있던 상상력이 어른이 되면 창피한 듯 숨어버립니다. 그것이 파괴되기 전에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접하고, 더 많은 경험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콩콩 가슴 뛰게 하는 상상력이 숨 쉬면서 잘 자라겠지요.
부모가 아이를 세우고, 경험과 자연이 아이를 채웁니다. 그날의 아빠, 그날의 바닷가, 그날의 나달거리던 심장과 은갈치 두 마리… 아이는 자라면서 그날의 반짝이던 순간을 수도 없이 불러내겠지요? 아이를 응원하며, 또 그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젊은 부모를 응원하며,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가는 시간을 잠시 붙잡아 봅니다.
‘낚시’라는 평범한 밑밥으로 철학적 사유를 건져 낸 시인의 솜씨가 탁월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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