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라는 단어 하나만 떠올려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고마운 계절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는지 한 번쯤 되짚어 볼 시간이다.
5월은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 16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 좋은 계절에 기념일을 새긴 의미는 건강한 사회에 닿기 위한 메시지일 것이다. 더불어 고마움과 감사함을 잊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어느 인연인들 귀하지 않은 게 있을까만 이 세상에 태어나 함께의 가치를 세우는 일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다. 특히 혈육으로 맺어진 부모, 자식 간 인연이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이 우선되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습관적으로 내뱉는 불평 가득한 소리는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뿌리 내려 싹을 틔운 후, 무성한 잎으로 자라 그늘까지 드리운다. 비난의 싹은 더 큰 비난의 열매를 맺어 사회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상상 그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스며들듯 몸에 밴 습관이 정서를 지배하고 그 정서가 기분으로 이어져 태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 하지 않았던가. 부모가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실제로 그 파급효과가 어떻게 사회에 환원되어 돌아올지, 더 많은 관심으로 지켜볼 일이다. 다니엘 래번은 “거울을 마주하면 당신 자신의 얼굴만 볼 수 있을 뿐이지만, 당신의 아이를 마주하면 마침내 다른 모든 이들이 어떻게 당신을 보아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좋은 부모는 못 되더라도 부끄러운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하게 만드는 글귀다.
칭찬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 긍정과 여유, 기다림은 칭찬이 낳은 최고의 선물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칭찬도 하던 사람이 하고 비난 역시 늘 하던 사람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정적인 사람은 어딜 가나 불평을 쏟아내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해 선(善)을 불러 모은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부정적인 사람과 가까이하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누구와 얼마만큼 밀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서와 사고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칭찬도 습관에서, 비난도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건 길들인 불평불만 때문임을, 부정적인 그 자리에 비난 대신 칭찬이라는 빛과 마주하기를 기대한다.
자녀에게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은 인색하면서도 잘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 넘쳐나는 시대다. 부모의 잣대로 자녀를 남과 비교하는 저울질이 때론 되돌릴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열 번 질책하는 것보다 잘한 것에 대한 칭찬 한마디가 아이의 정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자. 간혹 반복되는 질책이 타인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져 불신을 키움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때가 있다.
자녀를 꾸짖고 다그치는 게 어쩌면 부모 기대에 미치지 못한 초조와 불안 때문은 아니었는지, 자녀를 향한 질책이 부모 기준에 따른 희망 사항은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 작고 사소한 일에서조차 지적하지 않고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그래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부모의 잘못된 습관이 만든 결과가 아니었을까.
긍정은 새로운 긍정의 힘을 기르고 불평은 또 다른 불평을 싹트게 한다. 뒷담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등이 낳은 인간의 연약함이란 걸 알 수 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뒷담화를 이제 자신에게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뒷담화는 타인에게 자신을 투사해 불러낸 아픈 상처이기 때문이다.
날개 돋치듯 번져나가는 비난의 말을 주워 담는 것 또한 선을 향한 작은 행보일 터, 이제부터는 비난 대신 1일 1칭찬을 계획하며 실천에 옮겨볼 일이다. 의미 깃든 가정의 달 5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