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존재이유, “시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죠”

2017년3월7일 서울시-자치구-건축가의 상호존중과 협력을 위한 함께 하는 협약식(맨 왼쪽이 김영수 부구청장)
2017년3월7일 서울시-자치구-건축가의 상호존중과 협력을 위한 함께 하는 협약식(맨 왼쪽이 김영수 부구청장)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영주중심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보내
7급공무원으로 서울서 공직 시작... 고향모임도 주도

어디에서 태어나셨나요?

영주의 번영 시절 시내 중심가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영주 제일교회 앞에서 살았는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과 제일교회에 가서 놀았습니다.

소소한 먹거리를 주어서 좋았습니다. 그때는 영주역이 그곳에 있고 후생시장과 스쿨서점이 있는 영주의 중심가였습니다.

지금은 시청과 영주역이 휴천동에 있고 택지라고도 부르는 가흥동이 영주의 중심이지만 말입니다.

영주 사람들의 삶의 공간이 많이 바뀌었지요?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고향 영주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매우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이가 70에 가까워지니 저만 그 자리에 있는 느낌도 듭니다. 실제로는 나이가 들었지만 저는 그 자리에 있고 세상이 바뀐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2014년 소비자선정 스타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관광특구 부문 대상 수상한 김영수 송파부구청장
2014년 소비자선정 스타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관광특구 부문 대상 수상한 김영수 송파부구청장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대도시로 유학을 떠난 세대이지요?

네. 저희 세대는 상급학교에 진학 시 연고를 찾아 서울과 대구로 유학을 떠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떠나고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서울이나 대구 등 대도시 고등학교에 많이 진학을 했습니다. 가까운 안동에 진학을 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성장기에 영주에서만 학교를 다녔습니다. 영주남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주제일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7급 국가공무원 시험을 거쳐 바로 공직에 복무하였습니다. 대학은,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공부하였습니다.

그 후 공직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과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로 도시행정과 복지행정을 공부했습니다. 제일고 졸업 후 육사에 합격하였으나 신체검사에 탈락하였습니다. 대학을 보내 줄 집안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서울시 중구청 환경포스터 글짓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어린이에게 상패 수여
2011년 서울시 중구청 환경포스터 글짓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어린이에게 상패 수여

고등학교만 마치고 공무원으로 활동하셨군요. 주로 어디에서 근무하였나요? 여러 곳에서 부구청장을 역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공무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업무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순환보직제도로 많은 업무를 여러 곳에서 했습니다.

대충 보면, 서울시 감사관실 조사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했고 구청에서 총무과장, 주택과장, 행정국장, 도시관리국장 업무를 했고 부구청장을 세 곳에서 했습니다. 강서구에서 국장을 거쳐 동작구, 중구, 송파구에서 부구청장을 역임했습니다. 중구에서는 구청장 유고로 8개월간 구청장 권한대행을 역임했습니다.

공직으로 직장생활 거의 전부를 보내면서 지킨 신조가 무엇이었나요?

평생 공직에 있으면서 돈하고는 담을 쌓고 깨끗하게 살았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하나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고향 영주는 선비의 고장입니다. 선비의 고장 출신답게 처신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일을 하는데 철칙이 있습니다. 공직의 존재 의의가 국민에 있다고 말입니다. 국민을 위해서 그들을 편하게 해주고 잘 살게 해주는 게 공직 업무라 생각하며 행동하였습니다. 국민이 저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찾아오면 안되는 게 없다는 것이 저의 자랑입니다.

관공서에 민원이 있어서 찾아가면 공무원들이 잘 만나주지도 않고 만나더라도 뭐가 법규에 맞지 않고 뭐가 안 되서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고 많은 국민이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이래저래 도무지 되는 게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공직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일들이 쉽게 해결되는 경험을 하거나 듣기도 했을 겁니다.

관공서에 일 보러 온 사람이 저를 만나면 행운이었다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아는 사람도 돈도 필요 없었습니다. 법에 맞지 않는 것은 내용을 바꿔서 법에 맞도록 고치면 됩니다. 평생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였습니다.

설악산 가족여행
설악산 가족여행

공직에서 퇴직 후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요?

지금은 저보고 은퇴자가 되어 유람이나 다니고 있다고 친구들이 말합니다. 공직 업무에 매여 가 보지 못한 우리나라 금수강산 여러 곳을 찾기에 그런 말을 듣나 봅니다. 사실, 공직 퇴직 후 기업인으로 변신하였습니다. 신홍선건설이라는 중견기업의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산경일보의 논설위원으로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요?

꿈이라면... 고향 영주에 돌아가 텃밭 가꾸며 양을 키워서 젖을 짜 먹으며 살고 싶습니다(웃음). 고향에 농지가 있습니다. 조만간 영주에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지금의 일은 보다 더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공직에 오래 계셨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 영주에 대해 조언을 하신다면?

영주시 인근 지역에 경북도청이 들어서 있습니다. 경북도청이 인근 지역에 왔으니까 영주에도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기업을 유치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주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잘 사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베아링산업단지와 산림청 산하의 산림치유원 유치 등이 그런 사례가 될 것입니다.

영주는 소백산을 품고 있습니다. 소백산이라는 천혜의 지연환경을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영주의 서천과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하천입니다. 다슬기와 은어, 피라미가 사는 아름다운 청정하천이고 문수면을 거쳐 낙동강과 만납니다. 이 하천의 모래사장과 깨끗함을 보존하고 유지하면 소백산과 더불어 천혜의 관광지가 되리라고 봅니다. 또 다른 지자체는 하나도 갖기 어려운 세계유산을 두 군데나 갖고 있습니다.

영주는 쇠고기와 사과와 인삼의 고장입니다. 영주 쇠고기 맛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영주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그 맛이 전국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호두, 자두, 포도 등 특산물이 많습니다.

이들을 잘 홍보하고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영주는 특산물이 여러 가지라 하나도 제대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방법을 찾으면 길이 열릴 겁니다.

영주 홍보대사처럼 말씀하십니다(웃음). 고향이 자랑스러운가 봅니다.

네. 저는 영주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고향 영주는 선비의 고장입니다. 정신문화가 높은 지역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을 교육하고 선양하는 시설이나 기관을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인성 교육에 관한 말을 많이 하지만 선비정신이야 말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신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향을 사랑하는 공무원 모임도 만드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네. 저는 서울시에서 근무하면서 시영회를 만들었습니다. 영주출신 서울시 공무원들의 모임입니다. 1992년에 송인창 선배를 회장으로 제가 총무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각 구청별로 조직이 확대되어서 전체 회원이 200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고향 출신 공무원들이 친목을 다지고 서로의 애로를 해결하고 도와주는 끈끈함을 보였습니다. 최근에 와서 이 모임이 거의 고사 상태에 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것은 영주 출신 공무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능력이 뛰어나고 인품이 출중한데도 승진에서 탈락하고 한직으로 밀려날 때입니다.

저는 어려운 가운데도 후배 공무원들을 도와주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앞으로 고향을 위한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지만 특히 고향출신 서울시 공무원들의 능력을 더욱 키우고 더 큰 일을 맡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도와주는데 더 힘쓰고 싶습니다.

선배님 중 돌아가신 홍사덕 선배님과 막역하게 지냈습니다. 고향 선배님이시기도 했지만 인품이 훌륭하고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습니다. 좀 더 살아 계시면서 고향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존경하고 그리운 선배님이셨습니다.

고향의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고향의 후배들에게 꿈을 소중하게 여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장애가 있기 마련입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김영수 전 서울시 중구 구청장 권한대행 프로필
- 영주남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주제일고등학교 졸업
- 한국방송통신대학(행정학 전공)
-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도시행정학 전공), 동국대 행정대학원(사회복지 전공)

(현)산경일보 논설위원
(전)서울 강서구청 행정국장, 도시관리국장, 기획국장, 주민생활국장
(전)서울 동작구 부구청장, 서울 중구 부구청장(구청장 권한대행), 서울 송파구 부구청장
(전)신홍선건설 대표이사

황재천 프리랜서기자/ 오공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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