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내성천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예천군 용궁면에서 낙동강으로 합류되는 낙동강 제1지류이다. 유역면적이 1,806.7㎢, 유로 총연장은 108.2km이다. 유역 내에 화강암 풍화토 지역이 많아 모래가 흐르는 강으로 유명했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상류 500㎢의 유역의 물을 가둔 댐이다. 댐 건설 이전부터 많은 논란과 갈등이 있었다. 현재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담수를 못 하고 있다.

영주댐은 수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유역 상황에도 불구하고 건설되었다. 유역 내 농지 비율이 21.4%로 매우 높다. 산림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갈수기 유입량이 초당 2톤에 못 미친다. 가축사육 밀도 또한 대단히 높다. 2020년 12월 말 기준, 한우가 38,336두, 산란계가 359만 수에 달한다. 모든 종류의 가축을 조사한 수치를 환경부 고시 가축분뇨 원단위를 근거로 환산하면 영주댐 유역은 2,131.4kg/㎢의 분변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경상북도 평균의 2.2배이고 전국 평균의 1.9배나 되는 많은 양이다. 거기에 더해 비료의 용탈이 심한 사질토양이 많아 농경지에 사용한 비료의 영양 염류가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유입되어 녹조의 원인이 된다. 또, 댐 상류 유사조절지 위쪽은 수심이 2m 이내인 수면이 많다. 이로 인해 고수온 기간이 길어 녹조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댐 건설 전에 가축사육 등의 구체적인 통계가 공유되어 논의되었더라면 건설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주댐 건설로 우리는 내성천 모래 강의 맑은 정경을 잃었다. 대신 황금빛 노을이 아름다운 수변 풍경을 얻었다. 전과 같이 물 맑은 내성천의 미래가 현재 우리에게 달렸다. 존치와 철거를 두고 대립하는 것은 현실적인 담론이 되지 못한다.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은 수질을 개선해 녹조 발생을 방지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철거 이후에 어떻게 지역의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할 것이 요구된다.

원론적으로 잘못된 건설이었음을 드러내는 많은 증거가 있다. 그러나 이전 상황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첫 번째는 수질을 개선하고 녹조 발생을 줄일 방안을 찾아 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만일 수질 개선이 가능하지 않아 철거를 결정하는 상황에도 유효하게 활용될 방편을 마련하는 것이다.

2021년, 작년에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서현제)이 영주댐 상류(번계들) 지역을 활용할 방안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연구를 통해 유역 500㎢ 내의 토지사용 실태와 가축 분변발생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영주댐 상류(번계들) 지역에 댐 수계 내에 120ha에 이르는 평시 미수몰 지역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미수몰 지역을 활용해 수질 개선을 위한 생태적 장치들을 마련할 것과 수심이 얕은 구역에 수림대를 만들어 수온 상승을 막을 것을 제안하였다.

이를 요약하면 수림대 조성, 생태수로 조성, 경관농업, 관광 및 체험활동 공간조성을 수계 내에 제안하였고 수계 외의 수용지에 관광 배후시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목적이 다르기는 하지만 댐 상류 수계 내 지역의 개발 사례도 있다. 단양군은 충주댐 상류 수계 내에 「단성(옛단양)생태공원 조성사업」을 95억원의 예산으로 조성하였다. 규모와 사정이 다르지만, 하천법 제5장 ‘하천의 점용 등에 관한 내용’에 근거한 사례로 영주댐 상류의 전례라 할 수 있다.

자연자원은 사회, 경제, 생태 및 문화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 측면만을 고려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농업과 가축의 분변이 녹조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농사짓고 가축을 기르는 일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질을 위해 농․축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주어진 환경에 맞는 수질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환경과 생태를 중심주제로 삼고 관광과 체험공간을 만든다면 부석사나 소수서원에 뒤지지 않는 우리 영주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북부 소백산권역에 비해 낙후된 영주 동남부 지역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영주댐은 애물단지가 아니다.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치열하게 머리 맞대고 토론해야 할 과제이고 치유해 내야 할 우리의 값진 자연자원이다. 힘들다고 버려두어도 되는 곳이 아니다. 번계들로 들어오는 물을 생태수로와 갈대숲과 완충 관목대를 통해 생태적으로 정화하고 수로 사이 공간에 관광과 체험공간을 만들자.

수심이 낮은 수면에는 낙우송, 왕버들을 심어 그늘을 만들자. 낙우송은 늪지대에서도 거대하게 자라는 나무다. 수면에서 커다랗게 자란 낙우송을 기둥 삼아 수상(樹上) 데크로드를 만들자. 시원한 수상(樹上) 데크로드를 길을 걸으며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며 즐거워할 시민들을 생각하며, 우리 영주의 미래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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