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율 (동양대학교 교수)
영주가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생각된다.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들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2018년 소수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자 최초의 사액서원(賜額書院)인 소수서원(紹修書院)이 영주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많이 알게 되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두 해 정도 축제가 중단되기는 하였으나 올해 한국선비문화축제를 재개함으로써 해를 거듭할수록 이 축제 또한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고 있다. 이처럼 영주는 명실상부하게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겠다.
영주시에서는 아예 시청의 행정조직 가운데 선비인재양성과라는 과를 두어서 선비 도시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시청에서는 해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선비 글판의 문구를 공모하여 선정하면서, 이를 시내 요소요소에 게시하고 각종 홍보물에도 활용하고 있다. 또 선비정신을 고양(高揚)시키기 위하여 민간의 각종 사회단체가 결성되어 적지 않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외형상으로는 선비 도시의 틀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그러나 내실의 측면에서 따져보았을 때 과연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라고 말하기에 충분할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하겠다. 너무 이상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영주시민 모두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대적 선비가 되어야 비로소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로서의 모습이 갖추어지게 되고 위상이 확립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더 보완해야 진정한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우선 시민들 모두가 선비에 대해서 확실한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자가 선비정신으로 확실하게 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 무장된 선비정신이 현실 생활에서 선비다운 삶으로까지 이어질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가 될 수 있다. 선비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구호로 되는 것도 아니다. 선비는 오로지 행동과 실천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만큼 선비가 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리고 선비라 하면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선비의 모습을 떠올리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예전의 그 전통 선비가 될 수는 없다. 아니, 전통 선비가 되어서도 안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은 현대 선비가 되어야 한다. 현대 선비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선비의 올바른 정신적 바탕 위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 선비의 올바른 정신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현실에 맞게 창조적 변용을 통해 현대 선비의 조건으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구호나 외치고, 말을 앞세우는 일은 공허한 몸짓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영주가 배출한 무수한 선현들 가운데 진정한 선비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여겨지는 분들을 발굴하고 그분들의 학문과 사상, 그분들이 걸어간 삶의 발자취를 오롯이 알 수 있는 기념관의 건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념관 건립이 외형적, 가시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념관은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종합적인 센터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물론 교육기관이었던 향교도 있고 서원도 있다.
또한 수련이나 체험 시설로 선비촌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 기능하고 있고 곧 선비세상도 개장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런 교육기관이나 시설은 또 그곳 나름대로 그 의미를 구현하는 공간이고, 기념관과는 다른 성격이므로 별도의 선비 공간도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영주를 대표할 선현들의 삶을 현대 선비의 위상과 조건에 맞게 연구하고 시민정신으로 보급하는 연구소의 설립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연구소는 기존에 여러 형태로 존재하므로 새로운 연구소의 설립보다는 기존 연구소의 합리적 통폐합을 거쳐 인력이나 자원의 집중을 꾀하는 일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선비 기념관은 아직 건립되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두 해 정도나 개최되지 못했던 한국선비문화축제가 비로소 재출발하는 시점을 맞이하여 이번 축제가 진정한 선비문화, 선비정신을 확산시키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영주의 선비문화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서 진정한 선비의 고장이 되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성장도 중요한 일이지만 앞에서 제안한 진정한 선비로서 사람들의 귀감(龜鑑)이 될만한 삶을 산 선현을 기리는 기념관 같은 공간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내면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 이제는 되었다고 하겠다. 영주를 진정한 선비의 고장, 선비 도시로 만들기 위해 이제는 시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포함한 여러 주제들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이루어가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