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안부
-임지나
아침이 밝았어요
밤새
무슨 일 없었는지
잘 잤는지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각자의
스마트폰을 켜요
-야무진 안부
이 짧은 동시를 읽고 움찔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각자의/ 스마트폰을 켜”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적인 안부를 동시에 해 버립니다. 서로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충분한 집합체가 가족이긴 합니다만, 이마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기란 어렵습니다. 긴장과 피로를 입고 제각각 흩어진 생각으로 애써 살아가는데, 몸도 마음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은 필수잖아요. 요즘은 그 대부분을 스마트폰이 맡고 있지요. 마치 초록색 쉼표 조롱조롱 단 달콤한 사탕처럼 그것과 함께 하루하루를 까먹습니다. 가슴에 구멍처럼 패이게 되는 박탈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하게 됩니다. 갓 사귄 연인을 앞에 두고도 기계하고만 눈 맞추는 현실이 씁쓸해도, 편리하고 재미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감사와 사랑의 달입니다. 안부를 살피는 것은 거창한 몸짓이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서로의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말로든 눈짓으로든 혹은 작은 선물로든, 따뜻한 정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안부와 안부가 만나 감사와 사랑으로 펑펑 터지는 5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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