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먹는 게 소원이던 소년 ‘농업 기상연구에 몰두하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지자체도 기후변화 대응해야... 영주서 한라봉 생산 ‘감탄’
기후위기는 식량안보와 직결,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필요
빅데이터 활용 스마트팜 확대 ‘청년 귀농 유도 좋은 사례’
‘소백회’, ‘선비포럼’, ‘재경영주시향우회’ 등 향우모임 활동
기상이변의 일상화 시대이다. 식목일을 4월 5일에서 3월로 당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한편으론 4월에 눈이 오고 기온이 급강하해 영주시를 비롯 전국의 농작물이 냉해를 입어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날씨 이야기가 인사말이 되기도 한다.
기상이변 일상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는 애향인이 있다. 바로 남재철 현 서울대 특임교수(전 기상청장)이다.
남재철 특임교수(이하 ‘남교수’로 칭함)는 기상청장을 물러난 이후 한국농림기상학회장과 서울대 농림생명과학대 특임교수를 맡아 ‘기상이변과 농업’을 주제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교수는 영주초등학교와 영주중학교를 나와 안동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했고 영국 레딩대 기상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02년 서울대 대학원 대기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기상담당 연구원을 지냈으며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연구직으로 20여년 근무하면서 기후변화, 대기오염기상, 기상예보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뒤 국제협력담당관, 기상산업정보화국장, 부산지방기상청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쳐 2017년 제12대 기상청장이 됐다. 남 교수는 특히 기후변화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쌓았으며 세계기상기구(WMO) 대기과학위원회(CAS) 부의장 등을 맡았다.
학부는 농대를 졸업하셨고 기상청장 임기를 마친 후 현재 서울농대 특임교수와 한국농림기상학회장을 하고 계십니다. 농업 관련 학문에 관심이 크신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시절, 저의 집은 1남4녀의 자녀를 둔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보릿고개 극복이 웅변대회 단골 메뉴이기도 했습니다. 이밥(쌀밥)을 원 없이 먹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식량 자급에 기여하겠다고 서울농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1978-80년 냉해로 쌀 수확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국가적 기상재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농대 학장이던 이은웅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여러분 중에 농업기상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손을 들고 대학원을 자연대 기상학과로 진학해 농업 기상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그 뒤 환경 기상까지 연구했습니다만 농업과 기상은 아직도 제게 해결해야 할 화두라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였던 24절기가 실제 농사와 어긋날 때가 많아졌습니다. 4계절이 뚜렷하단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습니다.
얼마 전엔 큰 산불이 경북과 강원도 동해안 쪽 산을 초토화했는데 기상이변과 관련이 있나요?
말씀하신대로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겨울 동안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13% 밖에 내리지 않았습니다. 산불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글로벌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호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큰 산불이 발생한 이유 중의 하나도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젠 자연재해가 하나의 원인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으로 일어나는지라 종합적인 자연재해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기상이변과 관련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겠지요?
지난해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습니다. 올해 3월 22일 탄소중립기본법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지금 당장 어떤 규제나 부담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나 정부 각 부처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만 합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도 의무적으로 기후변화 적응 및 2050 탄소중립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식량안보와 직결됩니다. 기상재해를 사전에 예측하여 대비함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 분야의 탄소중립 개념도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농업생산 면에 한정하여 탄소배출을 봅니다.
이제는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고 있는 ‘EU 그린딜’과 같이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 전략으로 식품 시스템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함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농축산물의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운송·가공·포장·소비·음식물 폐기물 처리의 모든 과정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통합 관리해야 효율적인 감축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조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겠군요.
앞에서 기상재해 대응 조기경보시스템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는 기상분야 뿐만 아니라 활발한 학문간 협력을 바탕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전된 학제 간 융합이 실현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기상정보는 위성·해양·항공·지상의 관측자료를 활용해 대기·물리·화학·수문 등이 결합된 모델이 슈퍼컴퓨터의 계산 결과와 예보관의 노하우가 결합돼 최종적으로 생산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사회 전 분야에 제공되어 일상생활에서의 위험기상 대비에서부터 재해(기후) 영향 예측, 취약성 평가, 날씨 경영 등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관측에서 정보 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에서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활용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의 시범단지가 설치되어 기후변화에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청년들에게 귀농을 유도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날씨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인류는 마지막 빙하기가 지나고 약 만 년 전부터 정착 생활을 하면서 농업이 시작하고 문명이 발생했으며 기후에 따라 제국과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를 지나 1850년경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기후변화를 유발하게 됐습니다.
이제 폭염과 혹한이 기후변화 때문이란 걸 몸으로 자각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냉난방이나 자동차도 좀 덜 쓰고 불필요한 전등은 끄는 쪽으로 습관의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합니다.
환경이 열악해지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현재 인류가 가장 이기적으로 자연을 많이 파괴했습니다.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지 이제 진짜 고민해야 합니다.
기상이변의 상시화 시대를 고향 영주가 슬기롭게 이겨나가고 더 나아가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온난화에 따른 아열대화로 미래 농업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해서 머지않아 식량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자연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농민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지요.
지구온난화로 과수의 재배적지가 북상해서 과거 대구 능금이 유명했는데 요즘 영주와 봉화 사과가 맛있고 인기가 있지요. 풍기 인삼이 오랫동안 재배적지로 유명했지만, 기후변화로 언제까지 유지될 지 연구하고 고민도 해야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품종 육종과 재배기술 등 연구가 필요합니다.
농업은 생명체를 다루는 산업으로 기후 의존성이 매우 강합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한해 농사를 좌우하게 됩니다. 새로운 기후에 적합한 품종의 육종과 재배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요구되므로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지난 해 영주에서 한라봉을 재배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감탄했습니다.
몇 년 전 영주에 오셔서 재능기부 특강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제가 기상청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2018년 1월 영주시청 강당에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이란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강연에서 우리나라에 집중호우, 폭설, 폭염, 한파, 가뭄 등 기상재해가 상시화 되고 있고 이에 대해 대비를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또한, 기상청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서 2회에 걸쳐 1박2일 일정으로 청렴 리더십 강화 및 선비정신 함양을 위한 선비문화 워크숍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영주시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문화 자산을 잘 활용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무거웠습니다. 고향에서의 추억 등 즐거운 이야기도 있겠지요? 영주향우회 등 향우회 또는 중학교 동창회 등의 활동도 있겠구요.
예안면에서 태어났지만, 안동댐 수몰로 철탄산 아래 신사골에 정착해 영주초등학교, 영주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저의 처가는 관사골입니다. 영주중학교 24회 동기들이 2019년 회갑모임을 했습니다. 이제 대부분 은퇴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 단체 카톡을 통해서 서로의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영주 출신으로 안동고등학교에서 졸업한 동기들이 ‘소백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모임을 하고 있으며, 5월 말경에 소백산 철쭉제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영주 출신 고위공무원 모임인 ‘영주선비포럼’에서 애향인들과 고향의 발전을 이야기하며 재경영주향우회 부회장으로 있습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사는 저로서는 오랜 기상 관련 노하우를 고향 영주가 필요로 한다면 기쁘게 쓰고 싶습니다.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남재철 서울대 특임교수 프로필
- 영주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안동고등학교
-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학과
-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상학과(석사학위/영국 레딩대 대학원 기상학과(박사수료), 서울대학교 대학원 대기과학과(박사학위)
- (현) 한국농림기상학회장
- (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
- (전) 제12대 기상청 청장
-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미세먼지 대책 ‘국가기후환경회의’ 국제협력전문위원
- (전) 기상청 차장, 기상청 수도권기상청장, 세계기상기구(WMO)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 국회기후변화포럼 이사, 한국기상학회 부회장, 국립기상과학원장, 기상청 기상산업정보화국장, 기상청 부산지방기상청장, 미국 기상청 파견 근무
-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 등재(2003-2004)
- 훈포상 : 홍조근정훈장, 국무총리표창, 과학기술처장관표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