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으로 학업 “성공하려면 한우물만 파라”

풍기중 개교70주년기념 총동문화합한마당잔치 주관(2018.8.15)
풍기중 개교70주년기념 총동문화합한마당잔치 주관(2018.8.15)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소방관들에게 시력교정 라식수술 지원
고향의 어르신들 백내장 수술도 지원

회사는 아들 대물림이 아닌 직원 대물림
3개국어 마스터 고려사이버대 ‘명예의전당’ 헌액

소방관들에게 라식 수술을 무료로 해준 권경순 대표

권경순 대표
권경순 대표

시력 문제로 안경을 쓴 소방관들은 안경 때문에 업무 수행만이 아니라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곤 한다. 

안경을 쓴 소방관들을 위해 무료로 라식 수술을 해주고 있는 애향인이 있다. 바로 ㈜네비스메디칼 권경순 대표이다.

처음엔 회사가 위치한 강남구 소방관 20명의 라식 수술을 지원했지만 고향인 영주소방서 소방관들 중 안경을 쓴 소방관 20명의 시력교정 라식수술을 지원해 주변으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둘째 형님의 친구분 중 한 분이 당시 영주소방서 소방관으로 재직하고 있어 소방관의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04년 당시의 시력교정 라식수술 비용이 약 300만원으로 당시 박봉의 소방관이 개인 지출로 수술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뒤 고향의 연로하신 분들이 백내장 수술을 할 때는 좋은 병원을 소개하고 지원을 해주고 있다.

2018년 유럽안과학회 참석
2018년 유럽안과학회 참석

권 대표가 창업하고 경영하고 있는 ㈜네비스메디칼은 안과 수술(라식수술, 엑시마수술, 노안수술) 관련 진단 및 수술 장비를 유럽 바슈롬테크놀로스, 옵토텍, 미국 루멕스, 프레스비아 등에서 수입해 안과 병의원에 공급하는 회사이다. 권 대표와의 인터뷰는 한 달 전에 추진됐다. 권대표의 오미크론 감염 및 바쁜 일상으로 인터뷰가 늦어졌는데다 인터뷰 대상으로 자신이 적합하냐는 사양으로 인터뷰가 늦어졌다. 질의 응답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풍기중 총동문회 정기총회(2019.11.30)
풍기중 총동문회 정기총회(2019.11.30)

어디에서 태어나 자라셨는지요?

영주시 풍기읍 동부4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엔 ‘동부4리’라 하지 않고 ‘동부4동’이라고 불렀습니다. 5남1녀의 넷째입니다. 위로 형님 두 분, 누님 한 분이 계십니다. 큰 형님(권재순 전 영주축협 전무)은 지금도 고향을 지키고 계십니다.

어렸을 땐 참 가난하였습니다. 가난으로 힘든 경험만 남은 듯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 힘든 상황도 추억으로 아련하고 문득문득 그립기도 합니다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풍기중학교졸업식 참석하여 후배들 찍음(2018년)
풍기중학교졸업식 참석하여 후배들 찍음(2018년)

학교는 주로 고향에서 다니셨는지요?

풍기초등학교 59회 졸업생입니다. 풍기초등학교는 대한제국 말기에 선비들이 세운 학교로 일제강점기 초에 일제에 의해 공립학교가 됐다고 합니다. 풍기중학교 23회 졸업생입니다. 재경풍기중학교동문회는 제 기수에서 회장을 맡을 순서가 되어 친구들이 제게 재경풍중동문회장을 맡겼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임기가 지났습니다만 코로나19로 아직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서울의 동양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동양공고를 다니다 대학을 가고 싶어 2학년 때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공고를 나오면 바로 취업을 해야 했는데 이젠 대학을 다녀야 하는 시절이라는 주변의 권고가 컸습니다.

아들결혼식 때(2020년)
아들결혼식 때(2020년)

고등학교부터 서울 유학생활을 하셨나요?

고등학교부터 유학 생활을 한 것은 아니고 제가 중학교 졸업 후 어머니가 저희 형제들을 데리고 서울로 이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타계하셨습니다. 먹고 살길을 찾아서 떠났습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야간이었습니다. 낮에는 일해야 했습니다.

일해서 학비를 조달하고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고교와 대학 시절 밤에는 학교 다니면서 낮에 했던 일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채소 배달도 했습니다. 상계동과 창동의 채소재배지에 가서 채소를 자전거에 싣고 어머니께 갖다 드리면 어머니가 그 채소를 노점에서 팔아 생활하였습니다. 채소가 시들지 않게 새벽에 채소를 날라야 했습니다.

창업하여 경영하시는 ㈜네비스메디칼이 세계적 안과 기기인 바슈롬을 주 상품으로 하는데 안과 관련 사업을 하시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요?

용산공고, 인하대 기계공학과, 공군 기술병과 등 어렸을 때부터 기계 관련 환경에 살았고 공군 제대 후 의료기 회사에서 12년 근무하며 했던 안과 관련 업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의료기 회사를 퇴사한 95년 12월 안과 의료기(레이저 전문)회사를 창업해 현재 27년째 같은 업종만 고수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다른 업종 진출 유혹도 있었지만 오직 한 길을 걷기로 하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철학 또는 경영을 할 때 지키는 원칙이 무엇인지요?

이십여 년 ㈜네비스메티칼을 경영하며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신용입니다. 신용 중심으로 경영했습니다. 현재 해외업체에서 비싼 가격의 기기를 도입할 때에도 신용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객인 병원과 의원들도 ㈜네비스메디칼에 일을 맡기면 믿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회사를 아들에게 대물림할 생각이 없습니다. 회사를 키우느라 같이 고생한 임직원들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회사엔 20대에 입사해 50대에 이른 직원들도 여럿입니다. 20년 이상을 저와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겐 ㈜네비스메디칼이 그들의 회사이기도 합니다. 대물림은 그들에게 할 생각입니다. 아들이 있지만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저는 은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아내가 저와 생각을 같이 합니다. 아들은 미국에서 공부했고 현재 회계사로 법무법인 율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전문직으로 자신의 길을 갈 것으로 봅니다.

고향 후배들을 비롯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다면 무엇인지요?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지요. 다만 제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한 방향을 파고드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저도 사회에 진출해 4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팠습니다. 처음엔 어렵더라도 발 들여 놓은 길에 1인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한 우물만 판 게 자랑이라면 자랑이고 잘못이라면 잘못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분야엔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한 우물만 파도 늘 변화에 발맞추어야 하고 때론 새로운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건강도 중요합니다. 저는 요즘도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합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엔 1년에 약 열 번, 3~4개월 출장을 다녔습니다. 건강하지 못하면 시차 극복과 업무 처리 스트레스를 이기기 힘듭니다. 얼마 전 오미크론에 감염됐지만 제게는 증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는데 운동 등 건강을 지키는 노력 덕분이라 봅니다.

꼭 젊어야 무슨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2018년 환갑 나이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3개 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고려 사이버대학교 실용어학과 3학년에 편입해 지난해 2월 졸업했습니다. 3개국어 마스터로 고려사이버대 2021년 ‘실용외국어학과 명예의전당’에 헌액됐습니다. 나이에 구애받지 마시고 하고 싶은 걸 도전해 보세요.

애향심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애향심이 깊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웃음). 고향 모임인 풍우회와 재경 풍기중학교 동문회에는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꼭 참석합니다. 선후배와 친구들을 만나는 게 즐겁습니다. 현재 재경 풍기중학교 동문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임기가 지났으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아직 물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풍기중학교 2회부터 24회까지의 분들이 모인 장학회 모임이 있으며 모교에 발전기금을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풍기인삼축제, 철쭉축제, 선비문화축제가 개최되면 선후배 및 친구들과 함께 참여합니다. 이들 행사는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내 고향 영주를 알리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의 둘째 형님(권용순)도 풍우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애향심이 깊습니다.

형제분들이 많으십니다.

6남매가 많은 건가요?(웃음) 당시엔 대부분 그랬습니다. 큰 형님이 고향을 지키시니 고향에서 형제들이 모이고 자주 6남매 모임을 합니다. 큰 형님은 영주축협 퇴직 후 고종사촌 동생이 경영하는 천재명홍삼을 키우는 데 참여하셨으며 현재 농장을 운영하십니다. 남매들이 만나면 옛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참으로 살기 힘들었던 시대를 화제로 이야기도 합니다. 그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가면서 고생했던 이야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 고향 사랑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아랫대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주시 당국자 또는 영주시민들에게 제안하실 게 있다면?

영주시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하는 일에 몰입해 있다 보니 그런 면도 있습니다. 다만,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비교를 하게 되는데 고향이 낙후되는 걸 봅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출향인으로서 무엇을 바라기에는 영주시의 현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제안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영주 지역이 보수지역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저는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네비스메디칼 권경순 대표 프로필
-풍기초등학교, 풍기중학교, (용산공고 중퇴), 대입자격검정고시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야간)
-고려사이버대 실용어학과(영어·중국어·일어) 졸업(2021년)

황재천(프리랜서)기자/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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