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아기잠
-김종상
스르르
눈이 잠들고
가만가만
귀가 잠들고
콜콜콜
코가 잠들고
방긋방긋
입은 웃지요.
-정직한 꿀잠
좋은 꿈 꾸는 것처럼 배냇짓을 하는 모습에 행복이 볼록합니다. 말랑말랑한 볼, 콩콩콩 뛰는 맥박, 새콤달콤한 귀가 잠자는 동안은 아기의 웃음살까지 햇살과 바람이 든 마음자리 따스한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삶의 끝이 출발선보다 가까운 나를 반사경처럼 돌아보는 어디쯤에서 만난 분홍빛 아기잠이 봄보다 먼저 가슴을 뛰게 합니다. 아기의 팔딱이는 잠에는 아무런 포장과 치장이 없습니다. 어른들이 흔히 덧씌우는 허영도 없어요. 곱슬곱슬한 응시만 있을 뿐이죠.
김종상 시인의 작품은 가볍고 쉽습니다. 그러나 은근한 울림과 공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보석 같은 감동을 불러옵니다. 어떤 마음으로 쓰면 이런 작품들이 나올까요? 세상이라는 막막한 책갈피 속에 감추었다가 몰래몰래 펼쳐보고 싶은 동시입니다.
“입술을 내밀며/ 오물오물 하더니// 목젖이 드러나게/ 웃음을 터뜨린다.” 이 시인의 다른 작품 「꽃이 핀다」 한 편을 더 읽으면 아기를 향한 사랑이 한껏 터져버리고 맙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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