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영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서 오랜 전통과 역사 속, 유•불문화를 꽃피운 고장이다. 문화재의 보고라 할 만큼 국보와 보물, 유적과 유물을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무형의 자산은 앞으로 지역민이 보존과 동시에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재생산하여야 할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시민들의 자긍심 또한 고취되었다. 막강한 그 자긍심은 지역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여러 단체에서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지만, 엇비슷한 테마가 곳곳에 중첩되어 비효율적인 면도 적지 않다. 영주의 계획된 미래 대신 무엇이든 유치만 하면 성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허울뿐인 콘텐츠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시민으로서 염려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문수면 소재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적하고 외진 곳이긴 했지만, 요즘 한창 각광받는 무섬마을과 인접해 있고 접근성에도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였다. 전체 면적 77,710㎡로 건축 연 면적 3,796㎡인 체험관은 외부 환경조성에도 지대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체험관을 들어서는데 내부의 웅장한 건물 규모에 놀랐고, 코로나 시대이긴 하나, 체험객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찾아오는 체험객 없이 건물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이 앞섰다.

지적 호기심은 앎의 즐거움과 동시에 가슴을 자극해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팸플릿에는 분명 ‘쉽게 풀어보는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이라 인쇄되었으나 실제로 체험관을 방문해보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모호한 내용도 상당수였다.

안내데스크에서 체험관을 상징하는 로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걸 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생소하고 낯선 윤도 체험은 게시된 설명서대로 따라 했으나 이해 불가로, 도무지 알 수 없는 궁금증만 남겼으며, 사상체질 체험과 사주명리 체험 역시 생색만 냈지 실질적으로 체험객에게 도움이 되는 에너지원을 제공하진 못했다. 물론 재미로 보는 체험이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속 여행으로,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이 보충되는 시스템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표가 남았다.

천지인이라는 전통의 가치를 영주의 문화와 연결해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잘만 운영하면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텐데 허울뿐인 전시와 체험이 대부분이라 아쉬움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한 번 방문한 이가 한 사람을 데려오고, 그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데려와 두 번, 세 번 찾아올 수 있는 체험관으로 거듭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체험관을 둘러보는 내내 필자 외 더는 방문하는 이가 없어 마음이 무거웠다.

3대 문화권 사업으로 국비 2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 막대한 예산만큼이나 생산성 도출에도 힘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차치하더라도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운영비가 혹여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건 아닌지 염려를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무슨 사업을 계획하든 유치에만 사활을 걸지 말고, 건립 후 생산성 있는 운영에도 최선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지역의 문화콘텐츠에 대해 생각해본다. 선비의 고장 테마가 이곳저곳에 산발적으로 분산되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에 원톱체제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리라 본다. 이에 콘텐츠가 생산성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합리적 운영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인력 시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이 지역 문화콘텐츠와 조화를 이뤄 쉽고 흥미로운 체험관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광 명소가 되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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