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울진과 강릉에서 초대형산불이 발생해 산림과 민가의 피해가 발생했다. 강릉‧동해 지역의 피해면적이 4,000ha, 울진‧삼척 지역의 피해면적 20,913ha로 합계 24,900ha에 달하는 숲을 태웠다. 실로 엄청난 피해다. 최근의 연간 조림면적 24,000ha를 상회하는 숲을 단 며칠 만에 잃었다.
산림청의 기록을 분석해보면 강원도와 경상도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산불이 빈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림청은 피해면적이 100ha가 넘거나 24시간 이상 이어진 산불을 대형산불로 분류하고 있다.
2000년 강릉산불로 23,794ha의 숲을 잃었고 2002년 청양・예산산불 3,095ha, 2005년 양양산불로 935ha 이후 12년간 대형산불이 없었으나 2017년 강릉・삼척 1,017ha, 2018년 삼척과 고성에서 518ha, 2019년 고성・강릉・인제 2,872ha, 2020년에는 울주 512ha, 안동 1,944ha, 고성 123ha로 증가하였으며 올해 2022년에는 벌써 영덕 400ha, 강릉・동해 3,915ha, 울진・삼척 20,913ha로 현재까지 25,300ha가 넘는 면적의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대형산불의 빈도가 늘고 있다.
대형산불은 12건중 11건이 강원도와 경북, 울주 등 동부지역에서 발생하였다. 이처럼 대형산불이 동부지역에 집중되는 것은 건조한 기후와 바람의 영향에 가장 큰 요인이다. 그에 더해 이 지역이 소나무 단순림의 비율이 높은 것도 산불이 대형화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숲 전체의 21%를 차지한다.
전국 어디에나 분포하지만, 면적으로 보면 강원도와 경상도에 집중되어 있다. 안동과 울진은 그 비율이 49.9%나 된다. 강원도 동해안의 삼척, 강릉, 양양, 속초 등지도 소나무 숲 비율이 40%에 가깝다. 생활권 주변일수록 소나무숲의 비율이 높다. 소나무는 송진으로 인해 잎과 줄기가 높은 열을 내며 탄다.
소나무숲은 높은 위치의 잎줄기가 타는 수관화(樹冠火)로 번지는 경우 산불에 의한 상승기류도 세다. 또, 상승기류를 타고 불붙은 가지가 멀리 날아가 빠르게 퍼진다. 이렇게 되면 강풍 상황에서 불길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숲이나 산불은 부주의로 발생하지만 건조한 소나무숲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쉽게 끄기 어려워 대형산불이 되기 쉬운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형산불이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불에 탈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30년간 우리나라 숲은 크게 생장했다. 숲에 서 있는 나무의 체적을 입목축적이라고 한다. 산불의 입장에서는 태울 땔감의 양을 의미한다. 1990년도에는 38.4㎥/ha이던 입목축적이 2020년에는 165.2㎥/ha로 4배나 증가했다. 이번에 산불피해가 컸던 울진군은 평균 임목축적이 209㎥/ha에 이른다. 나무가 자람에 따라 소나무숲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산불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소나무 숲이 많은 것일까?’ 소나무숲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남해안과 제주도가 난대림에 속하고 나머지 지역은 온대 중‧남부 수림대에 해당한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자라는 식생을 ‘자연식생(自然植生)’ 또는 ‘원식생(原植生)’이고 한다.
우리나라 온대 중・남부 지역의 자연식생은 참나무류와 느티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등의 낙엽 활엽수가 주로 자라는 숲이다. 소나무는 원래부터 우리나라 산에 널리 퍼져있던 나무가 아니다. 산림이 파괴되면서 황폐해진 곳으로 퍼져나간 천이종(遷移種)이다.
충남대학교 산림과학부 박원규 교수는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시대별로 건축물에 쓰인 목재의 수종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선사시대와 삼국시대에는 소나무는 5~6%에 그치고 참나무 등 활엽수가 대부분 쓰였다. 그러나 고려시대를 넘어오면서 소나무 비율이 71%, 조선 전기 75%, 후기에는 89%로 소나무의 사용비율이 늘어났다. 이를 근거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 숲이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자연상태를 잃고 소나무숲의 비율이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림은 녹화를 완성한 단계에 있다. 황폐된 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종 위주로 심어 자란 것이 현재의 숲이다. 조림지역에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와 미국 서부지역에서 자생하는 리기다소나무 그리고 습기가 적당한 곳에서 빨리 자라는 낙엽송을 주로 심었고 오리나무,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등을 사태 방지용으로 심었다. 모래뿐인 비탈에 계단을 만들고 흙을 옮겨다 심어 키워낸 숲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