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는 다섯 사람

-이승하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 옆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가 고장났다
가파른 삶
지나가던 사람이 그를 업었다
덜렁거리는 두 발
다른 두 행인이 빈 휠체어를 들었다
휠체어를 밀어주던 늙은 어머니
네 사람 뒤를 따라가고 있다
햇볕이 지하도 깊숙한 데까지
따라 내려가고 있다

 

-‘같이’라는 ‘가치’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훨씬 어렵지요. 성적이, 노동의 대가가, 하다못해 헛기침 몇 번 할 수 있는 비루한 완장까지도 높게 오를수록 좋겠지요. 올라갈 때 만나는 고통엔 묘한 쾌감이 있지만, 내려오는 것에선 도무지 즐거움을 찾을 수 없네요. 그것도 성치 않은 몸으로 “지하 세계”까지 내려가야 하는 건, 더할 수 없는 고통이지요.

고통의 부스러기조차 걷어찰 힘이 없어졌을 땐 “휠체어를 밀어주던 늙은 어머니”가 정답일까요? 몇 발자국 앞선 “네 사람”이 희망일까요? ‘같이’라는 ‘가치’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입니다. 목울대가 후끈해집니다. “지하도 깊숙한 데까지 따라 내려가고 있”는 “햇볕”이 삶의 단맛을 끌어올리듯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어려운 시대지만 어깨를 맞부딪히며 살아가는 동안은, 이처럼 사사로운 일도 한 편의 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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