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유독 눈과 비가 내리지 않은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영주시의 경우 2021년 12월과 2월사이의 누적 강수량은 연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치는 4㎜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가량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우리 고장에도 작은 산불이 두 건이 발생했고, 동해안 일대에는 6건이나 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동해안 산불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한다.

특히 나흘째 진화가 되지 않고 있는 울진군과 삼척시로 이어지는 산불은 심상치가 않다. 그 피해도 적지가 않아 3월 7일 기준 6천여 명의 지역 주민이 대피하고, 주택, 창고 등 건물 380여동이 소실됐다. 1만6천700ha의 산림 자원이 완전 잿더미가 됐다. 미터법 표기로는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오겠지만 무려 축구장 2만3천4백여 개의 면적이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인가.

산림청은 즉각 산불 3단계인 국가위기경보‘심각’을 발령하고, 경북과 강원 일원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는 등 발 빠른 진화작업과 아울러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큰불은 일단 잡혔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조한 날씨가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기상청의 우울한 발표에 있다. 또한 이 달부터는 농사철이 시작되고, 봄을 즐기려는 등산객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더욱이 가뭄이 지속되다 보니 겨울산은 마치 잘 마른 장작과도 같아 대형 산불이 될 개연성도 한층 크다.

통계를 보면 3월의 산불 발생 빈도는 연간 4건 중 1건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역시 같은 자료에 의하면 산화(山火)의 원인으로 쓰레기나 논밭두렁 소각과 입산자와 성묘객의 실화, 담뱃불 실화, 어린이 불장난 등에 의해 발생한다. 결국 대다수의 산불은 누군가의 부주의나 실수가 불러온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산불의 위험이 정점을 찍어 가는 계절이다.

소백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산이 많고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영주시의 소중한 산림도이 그 만큼 위협받고 있다. 대선과 코로나-19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재해가 그렇듯이 산불 역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행정 당국의 계도와 홍보에는 한계가 있다. 하여 금년 농사를 시작하는 시민과 산행에 나서는 입산자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할 때다.

수십 년 간 공들여 가꾼 산림을 한순간의 부주의로 잿더미를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울창한 숲은 현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귀중한 자산이기에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