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밤참, 고것 참
-이동백
아내가 잠자다 말고 문득 일어나더니
배추전이나 부쳐 먹자며 가스 불을 켠다.
눈곱을 뜯어내며 일어나 이 무슨 변괸가 싶다.
따질 용기도 없어 엉거주춤 눈치만 살피는데
잠도 오지 않고 할 일도 없지 아니하냐며
당신은 굿이나 보고 전이나 먹으란다.
서너 판 구워낸 배추전을 사이에 두고
아내는 자르고 남편은 집어삼키는데
박 타는 흥부 부부처럼 손발이 척척 맞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어밀듯이 그렇게
아닌 밤중에 부부가 배추전 부쳐 먹는 게
이 세상 그저 푸지게
사는 일 아닌가.
-온 우주에 가득한
평범한 일상이지만 한 번 들여다보셔요. 어쩌면 이렇게 잘 풀어냈을까요?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갖게 합니다. 아닌 밤중, 이 부부의 작은 일탈에서 온 우주를 가득 채우는 삶의 재미와 철학을 엿봅니다.
겨울이라 생각하면 더 따뜻하게 느껴질까요? 밤이면 어떻고 낮이면 어떨까요? 또 낡은 상 대충 편들, 장인의 낙관이 새겨진 고급 식탁이든 지금 이 순간 그런 것들이 중요하게 여겨질까요? 이런 여유라면, 화려하고 눈부신 것들 사이에 묻힌 젖은 걸음 세우는 것조차 일 년 열두 달 봄날로 만들겠지요? 이 작품의 진면목은 마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은근한 설렘과 손발 척척 맞는 향긋한 분위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달게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이면 무심한 척, 준비 안 한 척 흡족한 손맛이 묻어나는 아침상이 또 기다리고 있겠지요. 사진을 찍듯 글로 잡아챈, 착착 감기는 시조 한 편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