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참 소중,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다”

2020CJ제일제당 대리점 공정거래 협약식
2020CJ제일제당 대리점 공정거래 협약식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부천 영주향우회 척사대회(2015.3.1)
부천 영주향우회 척사대회(2015.3.1)

문수면 승문리 출신...경영철학은 ‘인연과 공감’
연 3억 매출 대리점 20여년 만에 60억 회사로 키워

언젠가는 찾아야 할 고향, 건강할 때 애정 보였으면
귀향하지 않고도 고향발전 기여 방법 찾는 것도 중요

김용락 대표는 문수면 승문리 산골동네 ‘걸가’(도래 위쪽)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12가구가 흩어져 사는 마을은 입담배와 누에를 키우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논밭이라야 굽어진 천수답이 전부인 산골동네였다.

시오리를 걸어 산길 넘어 초등학교 다녔고, 어쩌다 남아서 공부할라치면 밤늦게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일찍 귀가하는 날이면 부모님 일하시는 곳으로 가 끈적거리는 잎담배 단을 들어냈고, 소먹이기를 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영주에서 성장했다. 직장 생활을 거쳐 현재는 사업체를 일궈 가는 기업인이다. 기업인이지만 그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놨다.

영광고22회 전국단합대회(풍기)
영광고22회 전국단합대회(풍기)

삶을 이야기하는 대한상사 김용락 대표

-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잘 푸신다고 들었습니다.

“인생은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보면 나 자신을 찾아서 나 혼자 길 떠나는 여행이라고 봅니다. 그 길에는 알지 못하는 낯선 이를 만나 어색해하기도 합니다. 새롭게 또 다른 인연으로 연결되어 동행이라는 신작로를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인연이란 참 소중합니다.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란 없습니다. 어느 날 알지도 못하는 낯선 곳에서 아주 남루하고 초라한 여인숙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재수가 있어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과 술 한잔으로 흥겹게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꼭 가야 할 곳 ‘내고향’

- 고향이 대화 주제에 오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요?

“고향을 이야기하라 하면 먼저 부모님을 생각하고 떠올립니다. 우리 형제자매를 키우기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뭉클합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동고동락했던 형제와 코흘리개 시절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어릴 때부터 기차 통학을 하고, 자취 생활을 하면서 연탄불 가느라 새벽 추위에 몸을 웅크리며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그래도 그때 공부하며 꿈이 많았습니다.

성년이 되어 객지로 출발하면서 꼭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다짐했습니다. 고향을 떠나면서 부모님께 인사하고 산굽이길 돌아서면 남몰래 눈물 삼키고 주먹 꽉 쥐며 용기를 내었습니다. 명절 때 고향 부모님을 찾아뵌 후 하직 인사를 하면서 그런 모습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친구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도 있고, 멋있게 잘 사는 친구도 있습니다.

친구들과는, 힘들지만 모두 자기 위치에서 한 가정을 꾸리고 가난했던 시절을 안주 삼아 옛날이야기 하면서 소식을 나누고 살아갑니다. 성공해서 돌아간다고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잊은 듯 살아가지만 고향은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입니다.”

건강할 때 지켜야 할 재산 ‘내 고향’

-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열심히 길을 걷다 어느 날 내 몸이 고장 나면, 앉지도 서지도 못 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추운 겨울에 생소한 곳에서 춥고 고독하고 잠은 오지 않고 세찬 바람 소리 쌩쌩거리는 외진 곳에 선 것처럼, 어쩌면 우리 인생은 짧지만 긴 순간을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것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잠시 멈춰 생각해 보면 낯설게 가버린 세월이기는 하지만 우리 마음에, 그래도 남아있는 곳이 존재한다면 영원히 바뀔 수 없는 게 고향입니다. 고향(故鄕)은 뿌리입니다. 언젠가는 그곳을 찾아가기 위하여 외롭게 고독의 길을 걷는다고 저는 봅니다. 고향을 떠난 출향인이든 고향을 지키는 재향인이든 건강할 때 고향에 대한 애정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인연경영’과 ‘공감경영’이 오래가는 버팀목

- 삶과 인연을 말씀하셨는데 기업 경영과 관련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일과 함께 얻은 공감 중심의 소통이 돈보다 상위에 있습니다. 언제나 공감 소통이 경영의 기본이 돼야 어떠한 어려움이나 위기 속에서도 지탱할 수 있습니다. 공감 소통이 바로 기업경영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일반적인 물적 서비스나 획일적인 서비스에는 감동하지 않습니다.

고객은 고품질 인적 서비스, 즉 서비스하는 사람의 서비스 태도와 자세, 아름다운 말씨에 감동합니다. 그런 서비스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 마음과 밝은 표정, 정감 있는 인사, 단정한 용모, 공손한 용모, 공손한 말씨, 아름다운 자세와 진솔한 태도를 동작에 담아 고객에게 선물하듯 드려야 합니다. 진심으로 고객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를 빛내는 얼굴이 되는 프로라 할 수 있습니다.”

- 경영하고 계시는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한상사는 CJ제일제당(주)에서 15년을 근무한 후 2000년 7월 5일 생활용품 대리점으로 개업했습니다. 약 3억원의 연 매출의 대리점을 3년 후 식품대리점 인수합병을 통해 연 7억의 매출을 실현했습니다. 22년이 지난 현재 직원 14명, 연 60억이 넘는 회사가 됐습니다.

연 10% 이상 성장한 것이죠. 회사 경영을 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기업 경영을 하며 채권 보장이 없는 거래를 하는 시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직거래로 소상공인의 영업을 보호하고 상생할 수 있게 한 골목상권 정책이 큰 힘이 됐습니다. 당시 상품 대금 부실도 방지하고 채권도 보장이 되는 도소매 상인 기본권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상생의 가치 함께 추구하면 좋은 결실도 맺어

- 출향인들의 귀향과 관련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해서 고향에 가는 걸 ‘금의환향’이라 합니다. 그러나 인생살이가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삶의 과정이 학교를 마친 후 졸업장 받듯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귀향하지 않고도 고향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고생하면서 살아온 향우들과 함께 고향의 의미와 애환을 되새기고 화합과 단합으로 고향에 기여할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봅니다.

그런 취지에서, 향우회 활동을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활약을 하는 게 애향의 출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임지였던 부천을 기반으로 영주향우회, 영남향우회, 문수향우회, 석천경우회, 초중고 총동문회 활동을 30여년 간 쉼 없이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향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소속되었던 향우회만 남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고향과 연결해 서로 돕고 협력하고 상생하려는 조직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출향인을 통한 도농간 협업을 활발하게 하고 상생의 가치도 추구하면 좋은 결실도 맺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영주시 당국자 또는 영주시민들에게 제안을 하신다면?

”중앙고속도로로 그리운 고향을 향할 때면 설레는 마음이고 즐겁습니다. 원주, 제천을 지나 영주까지 가는데 고속도로 표지판에 단양을 지나고 보면 영주라는 표지판은 없고 단양과 안동이 표시판에 등장합니다. 영주가 영동선, 경북선, 중앙선의 주요 이정표가 돼야 하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습니다.

곧 ‘2022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가 개최됩니다. 세계에 알려야 하는 크나큰 행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영주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뭐라고 말할까? 나의 친구들도 지인들도 방문하고 찾아올 건데 이정표도 없는 작은 도시에서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고 자랑할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관계자들께 이런 작은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제안을 해 봅니다.”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요?

“누구에게나 작든, 크든 걸림돌이 되기보다 조금이나마 디딤돌이 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계속 정진할 겁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아내나 자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관심이 아니라 배려의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CJ제일제당(주) 대리점 점주로서 상생협의회 일원이었고, 협의회 대표로서의 우리나라 최초로 공정거래래 위원장을 모시고 ‘공정거래 상생 협약식’을 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공감경영을 바탕으로 대리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습니다. 장기근속에 감사패와 기념품을 증정, 생일자 선물 증정, 1년이상 근속자의 애사시에 상조용품 지급 등 여러 동기부여를 합니다. 계속 공정거래와 상생 협력을 구하고 협조하겠습니다.”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대한상사 김용락 대표 프로필
- 문수중부초등학교 ,영광중학교, 영광고등학교
- 한양대학교 경영학 (경영학학사)
- 경희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경영학석사)

- (현)CJ제일제당(주)대한상사 대표
- (현)재경문수향우회 회장
- (현)재경영주향우회 상임부회장
- (현)인천시미추홀경찰서안보자문위원 수석부회장
- (현)영사포 수석부회장
- (현)재부천영남향우회 자문위원
- (현)2022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명예 홍보대사

- (전)대우자동차(주) 3년, (전)CJ제일제당(주) 15년
- (전)재부천영주향우회 회장, CJ대리점상생협의회 대표
- (전)문수중부국민학교 총동창회장, (전)재경영광고등학교22회 동기회장

-저서 ; ‘일로 승부하지 말고 공감으로 승부하라!’ 공동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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