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주시가 청년 일자리 시책을 내놓았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시에 따르면 5개 분야 53개사업 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중에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해 시행하는 청년월세 지원사업 (최대 12개월/월 20만원)과 청년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청년정주지원센터 개소, 청년동아리 활동 지원, 신혼부부 임차 보증금 이자 지원(2.5%) 등이 눈에 뛴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에 그동안 소외(?)됐던 청년들의 목소리가 얼마간 반영된 것은 지금까지 정책 입안 과정이 대체로 관(官) 주도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영주시 청년 대책의 터닝 포인트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늘 그렇듯이 먼저 예산 규모이다. 1조원대의 시 예산에서 1%도 채 되지 않는 사업비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해 중앙정부의 청년희망사다리 폐키지 예산 3.8%(23.5조)와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물론 단순 비교라는 한계가 있고, 지방정부의 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말이다. 여전히 시가 청년층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시의 지원 시책의 허술함이다. 대체로 중앙정부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마냥 중앙의 국고 보조금의 견적에 의지하는 것은 후진적 생각이다. 다시말해 시 청년대책에는 요즘 거의 매김말(冠形語)처럼 붙어 다니는‘맞춤형’시책을 왜 찾아 볼 수 없는지 궁금하다. 시민들은 시의 조건이나 환경에 맞는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시에서 일을 잘못한다는 애기만은 아니다. 시가 만능은 아니므로. 다만 시가 뽀대 있는 정책을 내놓을 형편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머리라도 빌려야 된다. 그 누군가가 다름 아닌 청년시민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바이블의 논리대로‘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식으로‘청년의 문제는 청년에게 맡기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편일 수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청년들은 침묵중이다. 아직은 그들 중 상당수가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위치에 이르지 못한다. 혹은, 아직도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통로가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가 만일 청년들의 얘기를 경청할 준비가 됐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청년들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플랫폼을 만들고, 스피커를 줘서 그들이 광장으로 나오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다음 광장에서 그들의 저간의 사정도 좀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영주시의 미래는 어차피 영주시 청년들의 몫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