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가족이 가꾼 꽃밭 “인생 향기를 품다”

학생들과 꽃동산 만들기 수업
학생들과 꽃동산 만들기 수업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KBS1 TV 휴먼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첫 주인공 소개
부친의 가르침 ‘효(孝)는 백행지근본(百行之根本)’ 실천
평생 ‘배움의 열정’ 전문대 출신 교사에서 교장까지 역임

KBS1 TV가 야심차게 선보인 휴먼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지난해 12월 3일이 첫 방송이었다. 첫 이야기는 ‘너는 꽃이다.’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온양한올중학교 전 교장 이창식씨(이하 ‘이 교장’으로 칭함)의 3대 가족이다.

이 교장은 우리고장 봉현면 출신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토요일 저녁 8시 10분에 재방송됐다.

<자연의 철학자들> 첫 회는 이 교장의 3대 가족이 가꾼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도시를 벗어나, 삶이 자연이고, 자연이 삶이 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가공되지 않은 순정의 영상과 그들만의 통찰이 담긴 언어로 기록됐다는 평을 받는다.

주산학원 최교환 선생님과 선배들(1973년 부석사)
주산학원 최교환 선생님과 선배들(1973년 부석사)

3대 가족이 만든 꽃밭

이 교장은 퇴직 후 충남 아산시에 야생화와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만들었다. 부인 이현숙씨와 매일 이 정원에 출근해 정원을 가꾼다.

부부는 어린 시절 이웃 마을에서 자랐다. 부인은 과수원집 딸로 그녀의 옛집 마당에는 사시사철 꽃이 피었다 한다. 그의 교직 생활 내내 부인은 꽃집을 운영했다.

부인의 영향으로 이 교장은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장 퇴임 후 부인의 소원대로 꽃밭 정원을 만들었다. 두 딸도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꽃 가꾸기와 꽃으로 세상을 꾸미는 사업에 나섰다. 둘째 딸은 영국 유학 후 플로리스트가 됐고, 셋째 딸은 식물 인테리어 전문가가 됐다.

이 교장 가족이 가꾼 꽃밭이 특별한 까닭은 설계부터 조경까지 모두 가족이 계획하고 직접 만든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 교장이 설계하고, 부인 현숙 씨와 세 딸이 꽃을 가꿨다. 동화 같은 풍미를 보이는 유리 온실은 목공을 배운 사위와 가족들이 다 함께 참가 완성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네 살, 다섯 살 손주들도 고사리손으로 흙을 다지고 벽돌을 만지는 등 온 가족이 3년에 걸쳐 꽃밭 정원을 만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꽃밭에는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와 향기를 뿜는다. 주말마다 3대가 모여 꽃을 가꾸고 도시 생활의 피로를 풀고 있다. 아이들이 풀과 흙을 만지며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기에 더욱 행복하고 보람이 있다고 이 교장은 말한다.

휴천동 하숙집 동네 아이들과(1980년)
휴천동 하숙집 동네 아이들과(1980년)

고향 영주 하숙집에서의 추억 그리고 꿈

이 교장은 봉현면에서 출생하여 풍기초, 금계중, 풍기고(현 경북항공고), 경북전문대를 마치기까지 영주에서 성장했다. 고교 시절에도 아이들을 모아 주산을 가르쳤다. 경북전문대 행정과 재학 중 휴천동 경리학원 강사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하숙집(정효동, 윤동, 끝동(기탁)이네집)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숙집에서도 동네 아이들을 모아 과외를 했다. 하숙집 어른들의 따뜻함을 잊지 못해 교장이 된 후 인사드리러 몇 번 수소문했지만 뵙지 못했다고 한다. 영주시민신문의 이번 인터뷰로 그분들을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이 교장은 경북전문대 졸업 후 자신의 꿈인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교사로 부임 후에도 학생들을 더 잘 지도하기 위한 배움의 열기를 이어 나갔다.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공주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순천향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수료해 사회복지사 자격도 받았다. 서울대에서 종교교사양성과정을 수료, 종교 교사 자격증도 받았다.

그는 교직 생활을 1981년 타자 실기교사로 시작했다. 그 뒤 상업 준교사, 상업 2급정교사, 상업 1급 정교사, 중등 종교 교사, 정보컴퓨터교사로 스스로를 거듭났다. 2017년 3월 1일에 재직하던 온양한올중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교장으로 취임한 이 교장은 학생들이 미래 세대의 주인으로서 커나가는데 주안점을 뒀다.

그의 교육관 근저에는 한학자인 부친(고 이성기)의 가르침이 있다. 그 가르침은 ‘효(孝)는 백행지근본(百行之根本)’이었다. 늘 어르신들에게서 깊은 혜안을 느끼며, 어르신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헌신으로 오늘날의 우리가 부를 누린다고 생각하며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그는 말한다.

왕성한 지역사회봉사활동, 그리고 교육관

이 교장은 1994년부터 학교 봉사 단체 ‘초원회’ 창립에 참여, 온양지회 총무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교 주변 어르신 30여명(연인원)과 결연을 맺어 학생들과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제가 고학으로 고등학교, 대학을 다녔는지라 교사 초년생부터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을 초원회와 연계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며 “2002년부터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충남세종지회 가정선정위원으로 참여해 현재 가정선정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의 교감 교장 4년 동안 온양한올중학교는 폭력 없는 청정학교, 지역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학교로 뽑혀 매년 정원(8학급)을 넘쳐 두세 학급의 학생이 초과 지원했다고 한다. 그는 학교가 단순 지식 주입 기관이 아니며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에 나가 자신의 몫을 하는 꿈을 키우는 곳이라 본다.

그가 교장 재임 중 한 활동을 소개해 달라 하니 담당 선생님들이 열정을 불태워 한 프로그램들이지 자신의 공이 아니라 사양을 한다. 담당 교사들에게 공을 돌리는 참교육자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가 퇴임한 학교의 자랑을 이야기해 달라 하니 그가 추진한 다양한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온다. 몇 개만 옮겨 본다.

그가 교장 취임 후 실시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Do Do 캠프’이다. 다중지능 검사를 기반으로 중학교 1학년 전체가 매주 월요일, 한 반씩 진행하는 캠프이다. Do Do 캠프는 전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Do둠칫 Do둠칫 레크레이션을 시작으로 8가지의 다중지능을 경험할 수 있는 Do-dream 학습센터, 함께함의 중요성을 깨닫는 Do it Do it 이 있다.

학생들은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키우고 교사와 친구들과의 유대감을 키운다. 학생들의 90% 이상이 만족도를 보였다. 캠프 참가 후 학생들은 자신의 꿈에 더 다가갔다고 말했다. 재미있게 참여 가능한 활동으로 진로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교장은 진로전담교사와 함께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와 직업체험을 기획하고 적극 지원했다. 2018년 아산 경찰수사연수원에서 학생들이 과학수사, 드론 수사, 법정 탐방, 범인 검거 등의 체험을 하였다. 현장 직업인인 경찰관이 들려주는 생생 이야기에서 경찰관의 노고와 열정, 사명감을 알고 경찰관이 되기까지의 방법과 노력 등을 알 수 있었다.

2018년 나라사랑 캠프를 개최, 전북 여산에 위치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수련활동(야영)을 했다. 참가 학생들은 나라사랑캠프에서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고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역량을 키우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기를 수 있었다 한다.

참교육 실천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이 교장은 가족애가 학생들이 미래 사회생활에 도움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교장 취임하면서 펼친 교육복지우선사업 ‘러브 인 한올 패밀리’도 가족애가 중심이다. 2017년 처음 선보였으며 학생과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학교가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족 세우기에 앞장서고, 학생을 중심으로 한 가족 기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아빠와 딸, 엄마와 딸이 팀을 이룬 ‘단둘이서’는 2주간의 준비과정이 가족이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며, 대화가 활발한 통로가 됐다. ‘소통힐링타임’은 자녀가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으로 직접 만든 엽서를 전달하고, 엄마손, 아빠손을 직접 마사지하고 네일 케어를 해드리며 가족이 한 시간 동안 마주 앉아 눈 마주침, 스킨십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로의 심리와 역할을 이해하며 부모 자녀 간의 긍정적 관계의 기회가 되고 ‘가족화합의 장’이 되었다.

그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반이 되는 수학이 즐거워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한올 수학 축제’를 만들었다. 다양한 부스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순회하며 숫자퍼즐, 3D빙고, 풍선다면체, 세탁타크로공, 주차퍼즐, 다빈치다리, 하노이탑, 풍선다면체 등 직접 만들고 조작하며 수학 원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진로와 융합한 수학교과시간에 학생들이 제작한 수학 관련 직업조사 판넬과 수학자와 가상인터뷰 작품을 전시해 과거의 수학자와 미래의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대한수학회 수학 문화 앰버서더를 초청, ‘4차산업 혁명과 수학의 미래’란 주제의 특강을 통해 수학이 가져다줄 미래세계를 예측해 보는 시간도 병행했다.

고향이 그립습니다

“내 고향, 영주! 고향을 늘 품고 삽니다. 자신을 소개할 때면 항상 영주인 임을 밝힙니다” 그의 말이다.

“고향에서의 삶은 참 어려웠지만 꿈도 많고 희망도 있었습니다. 초등생 시절 외가댁(영주시 문정동)에서 모래가 끝없이 이어지는 강가(경북전문대 뒷켠)에서 외가 동네 친구들과 온종일 물놀이하던 추억,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김덕삼, 임종락, 유재기, 이종성, 박상일 등)과 공원산에서 솔방울 던지며 싸움질(?)하던 놀이, 누군가의 묘소 옆에 불을 놓았다가 번져 옷과 솔가지로 껐던 일, 중학교 때 이현식, 김태용 등 친구와 봉현 샘골의 친구 집에 들러 땅속에 감자를 넣고 불로 익혀 먹었던 일, 산에서 싸리버섯을 따 어머니가 맛있게 요리하셨던 추억, 조영주 선생님 인솔로 휴일 도솔봉 등산을 전춘옥 선생님, 안육근, 권태복이와 했던 추억, 성인이 되어 방학을 맞아 금선정 옆에서 친구들(김종길, 송진호, 서석수, 황만상, 황진상 등)과 물놀이 하던 추억이 그립습니다.”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온양한올중 이창식 전 교장 프로필
- 봉현면 출생
- 풍기초등학교, 금계중학교, 풍기고등학교
- 경북전문대
-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 공주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경영학석사)
-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사회복지사 2급)
-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종교 교사 양성과정 수료)
- (전)온양한올중학교 교장

- (현)온양장로교회 장로(2003년 3월 취임)
- (현)온양초원회(봉사단체) 회장
- (현)해비타드 충남세종지회 가정선정위원장(2002년~현재)
- (현)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아산민사조정위원(2017년 3월~ 현재)

- (전)아산시장로회 회장
- (전)아산 초원로타리클럽 회장

<수상> 아산교육장상 5회 수상, 교육감상 3회 수상, 아산시장상 수상에 이어 2006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상, 2010년 서산상학재단 효행봉사상, 2012년 아산교육 대상, 2015년 푸르덴셜 청소년 봉사 지도자상, 2018년 충청남도 도지사상, 2019년 대한민국 정부 황조근정훈장 수상 등 다양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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