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너도 급했니?
-백두현
“졸졸졸”
바퀴 위에 쉬하는데
“부웅”
떠나버린 봉고차.
“아차”
창피해서 바지를
올리려는데
“이런”
맞은편에도 쉬하는 놈이 있다.
“쏴아아아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끌듯 이끌리듯
정말 급했나 봅니다. 돌발 상황이 생긴다면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맞은편에 똑같은 친구가 또 있네요. 의도치 않은 공범(?)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속담을 들먹이며 짐짓 체면도 살립니다. 아무려면 어때요. 볼일만 잘 봤으면 그만이죠. 일을 치르는 당사자들은 큰 모험이었을 텐데 보는 이들은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일을 마친 뒤, 둘은 서로 무심한 듯 각자 갈 길을 갔겠지요? 그러나 이젠, 식은땀 좀 흘렸을 순간을 황금 분할한 사이가 되어 서로의 마음도 함께 갑니다. 넘실넘실 차올랐을 짜릿함까지 휴식 같은 선물로 따라갑니다.
시대 따라 의식도 변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일비재했던 이런 이들이 요즘은 풍기문란죄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여전하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이런 추억 몇 개쯤은 건조한 삶 어딘가에 풀어 놓아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아이들대로, 어른들이 읽으면 어른들대로 힐링이 되는 동시입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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