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하면 대개가 대한항공의 사건을 쉽게 기억해 낼 것이다. ‘땅콩회항’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기내 서비스 문제가 발단이 되어 이동 중인 비행기를 10분 만에 멈추게 하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이륙했다.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시였다. 어쩌면 갑질의 모범(?)이 될만한 사례였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 영주시에도 갑질 논란이 있었다
공무원노조에 의하면 A시의원은 공무원에게 본인이 해야 할 지방의원 평가 준비 작업을 일체 떠넘겼고, 개인 반찬 배달시키기· 본인 차 쓰레기 치우기· 기타 업무와 무관한 사적 업무 지시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일반 시민 사이의 일이었다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의원은 다르다. 사회적 지도층인데다가 시민을 대표하는 상징성의 무게는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크지 않은 동네여서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나갔고 A시의원은 공식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의 형식이나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 점은 아쉽다. 그것도 사과의 자리에서 다른 시의원이 음식 배달 건을 가지고 자신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거나, 비례대표제라서 지역의원들에게 무시당했다던가, 심지어 여자 시의원이라서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했다는 다소 엉뚱한 발언은 적절치도 않거니와 당사자는 물론 시민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오히려 다른 쪽으로 불이 옮겨 붙을 수도 있다. 뒷북에 불과하지만 그냥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향후 같은 일이 없을 거라는 약조로 가름하는 게 무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갑질 논란은 사과로 수습까진 몰라도 일단 봉합은 된 듯 보인다. 당연히 해당 공무원이나 시민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당 공무원의 경우 그 입장이 어떤지는 본지가 거론할 사안은 아니어서 논외로 치고, 다만 시민의 경우엔 한 가지 짚을 필요는 있다. 물론 그 방식은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즉, 책임을 묻더라도 한 인격을 통째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식의 마녀사냥은 곤란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때로는 사고도 친다. 그리고 우리의 이 불완전함은 갑질을 비판하는 자의 칼날에도 숨어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나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무릇 관용은 시민 사회의 윤활유라고 한다. 무언가를 덮자는 뜻이 아니다.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사태를 보자는 거다. 그래서 스캔들도 시민들이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중요하다.
각설하고 이번 사태로 A시의원은 언론에 뭇매를 맞았고 지역 정치인으로서 적지 않은 타격도 입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로는 이 정도만 해도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만일, 그가 차기 지방선거에 나선다면 시민들은 표로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