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중심국 대한민국을 꿈꾸다

임세훈 호치민 총영사와 한베 음악예술 분야 협력증진 방안 의견 교환(2019.3)
임세훈 호치민 총영사와 한베 음악예술 분야 협력증진 방안 의견 교환(2019.3)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단 ‘조선오페라단’ 이끌어
경영안정화 기반 위 오페라 발전 새로운 돌파구 마련

고향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텔링해 오페라 한류 조성
고향 영주는 맑고 깨끗한 자연 그 자체가 자랑거리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단의 역사는 1948년에 시작한다.

194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아 유학파인 의사 겸 성악가 테너 이인선이 창단한 조선오페라단이 그 역사의 시작이다.

조선오페라단은 대한민국 최초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했고 ‘카르멘’ 등 수많은 오페라를 국내에 처음으로 보급했다.

이 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고장 출신 최승우 단장이다. 최 단장은 2011년 10월 3대 단장으로 취임해 10년 넘게 조선오페라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어려움 겪던 오페라단 경영안정화

(사)조선오페라단 대표를 맡은 최 단장에게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페라단의 경영안정화가 시급했다. 최 단장은 오페라단을 비영리 사단법인화하고 기획재정부 지정 기부금단체로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시민 친화형 공연을 개발하고 공연 수준을 높이며 동시에 고급인력의 활용 및 신규 고용 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오페라단의 경영안정을 기하고 도약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조선오페라단의 이같은 성공은 정책의 성공에만 그치지 않고 오페라의 발전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며 우리나라 클래식음악과 오페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시의원 카네기홀 선비 공연을 계기로 영주 선비의 날 선포
뉴욕시의원 카네기홀 선비 공연을 계기로 영주 선비의 날 선포

대한민국 오페라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

최 단장의 첫 직장은 언론사이다. 조선일보를 거쳐 한국일보 뉴욕지사에 근무하면서 ‘올해의 기자 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동우회를 결성해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오페라계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옮겨 오페라단 단장을 맡았지만 오페라 제작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를 결성해 초대부터 약 10년간 사무총장으로 활동했고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초대 사무총장, 창작오페라페스티벌과 대한민국오페라 대상 조직위원회에서 각각 초대로부터 수년간씩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최 단장은 기존의 오페라단 운영을 경영의 차원으로 변모시켰다. 경영안정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오페라계의 기틀을 만들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오페라단을 변모시키며 서울시의 기본 인건비 지원 활용과 같은 단순한 소모형 지원금 수혜에 그치지 않고 컨설팅 지원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 공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서 크게 성과를 거둬 난항을 겪던 공연 관련 사회적기업의 획기적인 성공 모델이 됐다.

카네기홀 정문 공식 계시판 선비공연 포스터, 가운데 붉은 띠에 전석매진이라고 기록해서 영구 보존한다
카네기홀 정문 공식 계시판 선비공연 포스터, 가운데 붉은 띠에 전석매진이라고 기록해서 영구 보존한다

어릴 적 원당천에서의 추억, 그리고 고향 컨텐츠

최 단장은 영주시 하망동에서 태어나 휴천동에서 자랐다. 하망동과 휴천동은 원당천을 끼고 있었다. 어린 시절 원당천 물가 모래밭은 놀이터였다. 가물 때면 물이 말라 넓은 하천이 놀이터였다.

어린 시절 뛰어 놀던 맑은 물, 햇빛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 가난 속의 힐링 터전이던 모래밭은 나이가 들어서도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매개체다. 고향의 추억은 고향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염원으로 이어졌다. 한류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가장 고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가장 세계적이란 생각으로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다.

고향 역사·문화 스토리텔링 창작오페라 ‘선비’로 재탄생

고향에 대한 추억은 고향의 역사와 문화를 스토리텔링해 오페라 한류를 만들게 했다. 그가 만든 창작오페라 ‘선비’에는 영주 출신 성리학자 회헌 안향의 사상과 그의 유지를 받들어 풍기 군수 주세붕이 건립한 ‘인의예지’ 선비정신의 상징 소수서원 등 영주의 역사와 문화가 들어 있다.

오페라 ‘선비’는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화해, 사랑과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향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해 창작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 했던 그의 염원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선비정신을 주제로 한 창작 오페라 ‘선비’는 미국과 베트남 등 외국에서도 절찬리에 공연이 이뤄진 작품이다.

창작 오페라 ‘선비’는 2015년 9월 한국 오페라 사상 처음으로 뉴욕 카네기홀 대극장인 아이작 스턴홀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미국 공연 후 교포들이 자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는데 오페라 선비를 통해 해결해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외국에서 자라나는 한국인 2세에게는 한국인의 정신문화 DNA를 분명하게 확립하고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2017년 11월엔 창작오페라 ‘선비’를 베트남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무대에 올렸다. 한국의 ‘선비정신’을 주제로 한 창작오페라가 호찌민 시청 앞 응우엔후 거리 특설무대에 오른 것이다. 창작오페라 선비는 부산시립 아카데믹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박지현 한복디자이너의 작품이 어우러져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거주 한인 어린이들도 출연자 150명 속에 포함, 공연에 참여해 큰 박수를 받았다. 베트남 체류 중 공연을 본 베트남 사람들과 외국인들도 음악과 의상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고 언어가 달라도 그 정서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2019년 3월에는 양국간 협력이 커지는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 임세훈 호치민 총영사와 한베 음악예술 분야 협력증진 방안도 논의하기도 했다.

귀내 스케이트장에서(1977년 고교 재학시절)
귀내 스케이트장에서(1977년 고교 재학시절)

세계 창작오페라 사상 최초로 웹툰도 제작

창작오페라 선비는 2015년 2월 대한민국 창작오페라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최 단장는 “정통 오페라 음악에 우리 고유의 가락 중중모리와 자진모리로 하이라이트를 살린 최상의 음악적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닻을 올린 창작오페라 ‘선비’는 당시 오페라로 치면 신생아다. 그러나 국내 오페라 70년 역사상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창작오페라로는 처음으로 2015년 2월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음악대상과 비평가상 등 오페라 관련 상도 받았다. 특히 국내 오페라 사상 처음으로 뉴욕 카네기홀 대극장인 아이작 스턴홀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세계 창작오페라 사상 최초로 웹툰 제작 등 오페라 대중화를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계속해 나름 성과를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영 오페라단 활성화시키면 세계 오페라 중심국 부상

그는 우수한 민영 중견ㆍ지방 오페라단을 집중 육성하면 앞으로 100년간 1,000조원의 광맥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이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오페라의 중심국이 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국제판 신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기사를 인용하며 우리 오페라 발전을 위한 제언을 담은 논문에서 ‘한국이 오페라의 세계 중심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뉴욕타임스 기사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성악가가 넘치고, 120여개에 달하는 민영 오페라단을 활성화시키면 한국이 세계 오페라의 중심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오랜 기간 엄청난 돈이 들어간 유럽형 발전 모델이 아닌 한국형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국공립의 기능은 더욱 활성화하되 여기저기 흩어져 낭비되고 있는 오페라 관련 자산을 효과적으로 재분배해 우수한 민영 오페라단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를 확실하게 세계 오페라 중심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발전시키기 위해 중요 과제 추진을 위한 오페라 발전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향 영주의 청정 자연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

최 대표는 어디를 가나 고향 자랑을 한다. 그가 오페라 ‘선비’를 창작한 것도 고향 사랑과 관련이 있다. 부정부패가 세상을 오염시키고 TV 막장드라마가 문제로 지적되는 데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콘텐츠를 고향에서 찾았다. 고향 사람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질책으로 들리기도 했단다. 오랜 고심 끝에 한민족의 오랜 역사에서 빚어졌고, 아직 한국인의 정신문화에 살아 숨 쉬는 선비정신을 찾아냈다.

그는 “사람을 살리는 산 소백산 자락에 있는 영주, 국립자연치유림이 있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하늘과 시냇물이 있는 자연 그 자체가 자랑거리”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영주의 청정 자연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영주에는 또 풍기인삼, 풍기인견, 영주사과가 있어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고 몸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고 자랑한다.

최승우 단장 프로필

- (현) (사)조선오페라단 대표
- (현) (사)조선오페라단 제 3대 단장(2010~현재)
-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초대 사무총장(2007~2016)
-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초대 사무총장(2007~2010)
-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초대이사장(2015~2016)
- (사)대한민국오페라대상 조직위원회 초대 사무총장
- 뉴욕 카네기홀 사상 최초 한국 창작오페라 ‘선비’ 공연-전석 매진 기록(2016)
- 대한민국오페라대상수상(2015 창작오페라 선비)-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라 트라비아타’ 공연(2013)
- ‘창작오페라 선비’, ‘주기철의 일사각오-열애’,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등 그랜드오페라와 각종 중대규모 음악회와 갈라콘서트 500여 회 기획 제작 및 예술 총 감독 (2000년~현재)
- 민주 평통 위원 2016년
- 서울서부지방법원 조정위원
- 전, 조선일보, 한국일보 뉴욕지사 기자 (1986~2000)
- 뉴욕시경 표창(1988) 올해의 기자상(1990) 올해의 한국인상(2016) 

저서 -[거꾸로 본 서울-특파원 취재기행 모스크바 뉴욕 서울], [뉴욕한인 청소년 범죄와 전쟁]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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