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망 확충 “고향 영주의 미래는 희망적이죠”

지관스님과 함께
지관스님과 함께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62년 역사 불교신문서 30여년 기자생활 ‘불교 전문기자’
불교문화 체험 안내서, 도시농부 생활 등 책으로 출간

법정 스님 연구 논문 이어 시인으로 등단, 왕성한 활동
엄마의 말, 고향사투리 탁마해 ‘영주’라는 시집 내고 싶어

 

한국불교 중심 조계사와 한국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국 옆에 있는 전법회관, 대한불교 조계종 소유의 9층 빌딩으로 중앙신도회를 비롯한 신행단체 20여 곳이 자리하고 있다.

전법회관 5층과 2층에는 1960년에 창간한 불교신문이 62년 역사를 이어오며 3천700여 호를 발간하고 있다.

이 신문을 만드는 주인공이 바로 불교신문에서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해오고 있는 영주 출신 불교 언론인이 여태동(55) 편집국장이다.

지난 12월 28일 조계사 옆 전법회관 5층 불교신문 편집국장실을 방문하니 여 국장은 70면에 달하는 신년특집호를 제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이고, 부끄럽끄러 우예 먼 길까지 오셨니껴. 제가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인은 맞는데 신문에 이 정도로 크게 나올 인물은 아닐씨더. 오신 김에 따뜻한 푸얼차(보이차) 한 잔 하고 갈라이껴. 제가 아는 유명한 차인스님이 선물로 주신 ‘봉록공차’라는 건데 맛이 아주 좋으이더.” 바로 영주 사투리가 나온다.

여 국장은 말투만으로도 ‘영주사람’이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그는 불교전문 기자생활만 30여 년을 한 베테랑 기자이자 현직으로는 고참 불교언론인이다. 문학도인 그는 대학 졸업 후 1992년 대상그룹(당시 미원그룹)에 입사해 미원통상 유통사업본부(미니스톱)에서 MD로 2년여 동안 근무하다 1994년 불교신문 기자로 입사해 현재까지 불교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문수 막현마을이 고향...내성천의 추억

그는 영주시 문수면 승문1리 막현마을이 고향이다. 막현마을은 의령 여씨와 단양 우씨 집성촌이다. 무섬마을과는 1Km 남짓한 거리다. “영주 영광중학교 1학년 초에 대구로 전학을 갔으니, 고향 떠난 지는 43년째 접어드는 것 같니더. 제가 문수중부국민학교(초등학교) 나왔는데 집에서 10리 산길과 철길을 다녔었니더.

그때 지나 댕기던 사느레와 주느레, 둔터, 질밤재 등 찰진 우리말 이름의 들판과 산등성이가 아직도 또렷하니더. 국민학교 ‘부랄친구’가 강경원 변호사이래요. 그 친구는 승문2리 도래마을에 살았니더. 함께 내성천(어릴 때 그냥 ‘큰 물’이라 불렀다) 빨래방구 근처에서 빨개 벗고 목욕하고, 고무신에 가재 잡아 놀기도 했니더. 참 그때 그 시절이 어제 같은데 벌써 기성세대를 한참 넘어가고 있으이 인생무상 아이껴?”

고향 마을에는 살던 집터도 있고, 연로한 큰어머니,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가 살고 계신다. 2017년에 이생과 인연을 다한 그의 부친은 고향 선산에 묻히셨다 한다. 영주에는 초등학교 동창들 중심으로 ‘고향지킴이’라는 모임이 있고, 서울 등 전국에 사는 초등동창들은 문수중부 초등학교 31회 동기회의 이름을 따 ‘삼일회’를 조직해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강경원 변호사가 동기회 회장이었던 2018년에는 여 국장이 편집장을 맡아 동창들의 애향심 가득한 글을 모아 ‘삼일춘추’라는 문예지를 만들어 선·후배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초등학교 친구들과

‘도시농부 여 국장’의 왕성한 저술 활동

그는 불교신문 기자 생활을 하며 글쓰기에도 매진해 ‘작가’로도 불린다. 예스24 등 주요 도서판매 사이트에는 그의 이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소백산이 켜켜이 바라다 보이는 경북 영주시 문수면 승문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1994년 불교신문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현재까지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2005-2006년 동안 한국불교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에 따뜻한 정이 흐르는 세상에 관심을 가져 기자생활을 하면서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한 불교계 포교 방안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히말라야와 티베트를 사랑해 2000년부터 인도와 네팔을 여러 차례 여행. 지은 책으로 전통 산사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불교문화 체험을 안내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산사에서의 하룻밤』과 『라다크의 미소를 찾아서』, 『고택스테이』,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점심시간엔 산사에 간다』 등이 있고, 2009년에는 고승들의 수행일화를 소개한 『한국의 대종사들』(공저)을 저술했다.”

여 국장은 이후 2012년에는 『천년사찰, 천년숲길』을 비롯해 『바우덕이』(동화,2016), 『도시농부 송아의 관찰일기』(2017) 등 1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문수중부국민학교 31회 동기회지
문수중부국민학교 31회 동기회지

그의 책 가운데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2013)가 이채롭다.

이 책은 그가 고양시에서 ‘도시농부’ 활동을 하며 자연과 나누는 친환경 순환농법을 소개하고 있다.

‘바람길’은 그의 도시농부 활동 시의 닉네임이다. 그가 여행한 북인도 라다크 지명이 우리말로 ‘바람 길’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주말농장에서 자급자족을 위한 도시농부로 매년 30여 가지 농작물을 친환경 순환농법(유기농법)으로 재배했다.

겨울이면 고양시 화정 농막과 강화도 농막에서 막걸리 마시며 농사 이야기를 하고 도시농부들과 두부도 만들었다. 농사 활동은 어린 시절 고향 영주에서 농사 짓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다.

“아버지가 철도공무원으로 농사가 크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도라지, 옥수수 등 주로 밭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대학 1학년 때 부모님이 대구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고향 영주를 오가며 어깨너머로 농사짓는 것을 보고 주말농장을 하다가 규모를 좀 더 키워 도시농부로 살고 있어요.”

여 국장은 율무염주라는 특이한 작물도 키워 나눔도 하고, 개성배추, 흰민들레, 하수오, 토종오이 등 사라져가는 토종종자를 재배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퇴직 후 고향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고 율무염주를 재배해 염주를 만들어 인연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한다.

법정스님 인물연구 박사논문 1호

‘도시농부 여 국장’은 바쁜 기자 생활에도 2021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박사논문 제목은 ‘법정의 시대정신 형성과 전개과정 연구’다. 법정스님 인물연구 박사논문 1호다.

여 국장은 2009년 전략기획팀장 시절 법정스님의 미 출간 육필원고를 찾아 단행본으로 출간하려 했으나 법정스님이 원적(圓寂)에 들며 ‘내가 남긴 글은 출간하지 말라’는 유지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법정스님의 사상을 연구하고 계승하는 차원에서 (사)맑고 향기롭게와 협의해 『낡은 옷을 벗어라』는 단행본을 편집총괄해 출간했다. 그 원고를 중심으로 법정스님의 사회민주화와 불교개혁을 주도했던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에코다르마(Eco-dharma, 불교생태)와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펼친 업적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법정스님은 불교 스승이면서 우리사회를 밝힌 선구자입니다. 그의 사상이 혼탁한 세상을 밝히는 청량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향후 인연 있는 분들과 힘을 모아 법정사상연구소 설립 등 법정학을 정립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여 국장은 이러한 자신의 발원을 실현하고 있다. 박사논문에 이어 ‘법정스님 시에 들어 있는 사회민주화 의식 연구’, ‘法頂의 詩 세계에 나타난 존재의식과 사회의식’, ‘60년대 말 70년대 중기 법정의 사회민주화 운동 연구’ 등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 국장은 2021년 12월 겨울호에 발간한 <시와 세계> 잡지에 신인상 시 부문으로 당선돼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그의 등단 대표 시 ‘어매의 어매’에는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긴다.

시인 등단 소감문에는 퇴직 후 고향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가득했다. “고 1때, 문학동아리 ‘청죽(靑竹)’에서 문학도를 꿈꿨다. 학창시절 문학을 전공하며 기형도 시인을 만났고 불교신문 기자로 30여 년 일하면서 이성선 시인의 시를 만났다. 40년이 지났다.

법정스님 시를 찾아 읽으며 박사논문을 쓰면서 아직 문학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는 나를 보았다. 삶이 고단해도 시 한편 읽으며 툴툴 털어낸다. 고향 떠나 객지에 떠돌던 영혼이 안식처를 찾아 돌아와 눕듯이...남은 삶도 시와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련다. 고향 영주시 문수면 막지고개 학가산 바라보는 생가 터에 작업실을 마련해 늦잠 자고 일어나며 시(詩) 이삭 줍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여 국장은 퇴임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향토색 진한 언어가 가득 담긴 시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썼던 고향사투리를 탁마(학문이나 덕행 따위를 닦음)해 ‘영주(榮州)’라는 시집을 내고 싶습니다. 사라져가는 방언 연구와 아름다운 언어를 보존하고 싶습니다.”

전문인 특화마을...귀농인 정착 지원 정책 필요

고향의 인구 감소에 대한 걱정으로 대화가 옮아가니 그의 목소리에 열기가 인다. “영주가 ‘인구절벽 도시’가 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고향출신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문학인의 마을’, ‘언론인의 마을’, ‘예술인의 마을’, ‘학자의 마을’ 등의 전문인 특화마을 프로젝트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귀농하는 분들에게도 정착지원을 하듯이 출향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제도적 장치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애향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 그들의 자녀들과 지역이 대를 이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여 국장은 영주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본다. “고속철도망이 확충되면 영주는 ‘강원남도 영주’라는 별칭으로 수도권 사람들의 휴양과 관광지로 각광받을 겁니다. 휴가철이면 수도권 인구의 강원도 쏠림현상이 있는데 영주로 유인할 수 있습니다.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무원과 시민들이 노력하시리라 봅니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예산 낭비 보다 내실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영주출신 기업인들이 고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방객들이 선호하는 숙박시설 확충이 필요합니다.”

여 국장은 만나는 시간 내내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일찍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느낀 향수 때문인지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마음이 커 보였다.


여태동 불교신문 편집국장 프로필

- 문수중부초등학교
- 영광중학교 입학 후 대구로 전학
- 대구 중앙중학교, 대구 영진고등학교
-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국문과 부전공)
-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사회복지학과(2001, 석사학위 취득)
- 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과(2021, 박사학위 취득)
- 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1989)
- 한국불교기자협회장(2005-2006년)
- 불교신문 기자(1994-현재), 불교신문 편집국장(2020년-현재)
- 민주노총 언론노조 불교신문지회장(2010)
- 한국불교기자협회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1996)
- 보건복지부 인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2001)
- 한국불교기자협회 기자상 기획부문 수상(2008)
- 한국불교기자협회 기자상 기획·해설부문 수상(2020)
- 불교언론문화상 신문부문 최우수상 수상(2020)
- ‘시와 세계’ 시 부문 신인상 당선으로 시인 등단(2021)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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