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하든 즐길 줄 알아야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2020.1.9)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2020.1.9)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까지 분류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고향기여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지역 최초 서울대 진학...행정고시 합격했지만 교육자 길 선택
2014년엔 영주시장 출마 ... ‘정치와는 맞지 않음을 깨달아’
현재 한양대 로스쿨 교수 재직...보험법학회 회장에도 취임

휴계재사에서 출생...휴계의 자손임이 자랑스러워

전우현 한양대 법대 교수는 영주시 용상골 입향조(휴계 전희철)를 기려 지은 집 안방에서 태어났다.

용상골에는 한옥 건물인 칠성루와 휴계재사(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74호)가 있다.

절신(節臣) 휴계(休溪) 전희철(全希哲)을 기리는 건물이다.

단종이 왕위에서 쫒겨나자 비분강개한 전희철이 벼슬을 던지고 아내 고향인 영주 휴천에서 지내며 얻은 호가 휴계(休溪)이다.

휴천에서 한가롭게 지내던 휴계공이 용상골에 이거한 후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선조의 뜻을 기리고 있다.

전 교수는 휴계의 자손임을 자랑으로 여긴다. 당시 용상골에는 약 20호가 살았고 구판장 비슷한 곳에서 읍내에서 떼어온 과자, 초, 성냥, 석유 등을 살 수 있었을 뿐이다. 전 교수가 고등학교 1학년 때에야 전기가 들어왔다. 내성천에서 친구들과 놀던 추억. 방학이 되면 ‘방학생활’이라는 책과 일기, 곤충채집 등 방학과제를 받았지만, 여름 방학에는 두월 내성천에서 피라미 잡고 매미 잡은 것이 주 일과였다.

겨울 방학에는 박봉산(용상골은 박봉산 바로 아래였다)에서 토끼 잡고, 꿩 잡던 게 최고의 호사였다. 또래 친구들처럼 부모님의 농사일, 심부름 등 집안일을 돕는 것은 필수였다. 추억을 같이 한 친구들은 지금도 만나면 도돌이표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항상 새로운 이야기처럼 마냥 즐겁다.

영주 소재 고교 졸업 후 최초로 서울법대 진학

그가 백룡초등학교를 다닐 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내내 1개 반에 60여명이 학년 전부였다. 현재 백룡초는 폐교가 돼 동문들과 지역 사람들이 아쉬워한다.

“운동장에서 오징어 게임, 제기차기, 구슬 따먹기, 턱걸이, 축구 등을 하며 몸과 마음이 자랐지요.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 따로 없었습니다. 문화와 문명이 한참이나 멀었던 곳, 거기에서 원시적인 에너지와 야성적인 분투본능이 길러진 듯합니다” 전교수의 말이다.

그 이후 대영중, 영주고를 다녔다. 영주의 고등학교 중 그가 처음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서울대 법대를 다니며 배운 것 중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 대학을 졸업 후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5년여 공직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선조들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였다. 공직을 사직 후 자신의 꿈을 따라 서울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한양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

우주인 고산도 전 교수가 길러낸 산악부 후배

재학 시절 서울대 산악회장으로 북한산 인수봉과 오봉, 도봉산 선인봉, 주봉 등 암벽등반 100여회, 설악산 북주능 동계 원정 등반 등 아카데믹 알피니즘에 앞장서며 90년대 중반 학번까지 후배를 직접 길러냈다. 우주인 고산도 그 중 하나다. 그 때 양성한 후배들을 알프스 3대 북벽, 희말라야, 미국 요세미테 등으로 원정을 보냈다.

암벽등반과 설산 원정은 선비들의 유산록(遊山錄)에서 보듯 건강을 지키고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최고의 스포츠였다. 등반을 위해 역도운동을 했다는 그는 지금도 신촌 뒷산에서 역기 100키로를 5회 3세트 들어올린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축구부 지도교수로 매주 금요일 오후 대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축구시합을 즐겼다. 같이 구르고 함께 저녁을 먹고 신나게 맥주를 마셨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다. 또, 무얼 하든 즐길 줄 알아야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그의 믿음이다.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교수

전 교수는 나라의 앞날과 우리 한민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소득분배의 불균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변화 추이로 볼 때, 중산층이 붕괴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정책으로는 소득 불균형이 더욱 문제가 된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교수 등 학자들의 실증적 분석에 의하면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소득 불균형의 정도가 높으나 경제발전이 진행될수록 소득 불균형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막대한 통일비용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분배보다는 성장 위주로 나아가야 하며 빈곤층의 어려움은 성장촉진 또는 적어도 성장촉진과 병행해 그 해결이 시도돼야 효과적이라고 역설한다.

회사는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분야 적응을 위한 평생 교육과 전직 훈련의 노력을 기울이고 노사가 협력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나라가 발전하리라 본다. “시장경제가 자리 잡고, 여기에 민족주의를 접목하여 월드컵 응원과 같은 국민의 감성적 열기를 일으키면 나라가 발전한다.” 전교수의 말이다. 그 생각을 제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전하고자 책으로 엮었다. <가짜 민족주의 진짜 민족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암벽등반(2017년 8월)
암벽등반(2017년 8월)

‘한미동맹’ 리더십 표창 수상

전 교수는 한미동맹 강화에도 기여했다. 그의 한미동행 강화 노력이 인정을 받아 뉴저지주 상하원으로부터 ‘한미동맹 리더십 표창’을 받았다. 2017년 1월 18일 뉴저지 골든 존슨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표창장을 받은 전 교수는 “한국과 미국은 똑같이 자유민주주의 이념, 시장경제원칙, 굳건한 기독교 신앙 위에 수립된 만큼 앞으로도 이 기초 위에서 양국의 번영을 도모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문적 관점에서 시대적 문제 해결 ‘앞장’

전 교수는 2019년 4월 제7대 한국보험법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보험법학회는 국내 유일의 보험법 전문 학술단체로 보험업계와 보험소비자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학술세미나 개최, 국내외 보험법제의 연구와 보험법·보험업법 제·개정 작업 참여 등의 활동을 한다.

한국보험법학회를 통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문제, 온택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환경에 따른 보험법제 문제 등 시대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였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보험법제의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초기 보험법연구회 회원 및 한국보험법학회 창립이사 및 회장으로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학술세미나 개최, 국내외 보험법제의 연구와 보험법·보험업법 제·개정 작업 참여 등 보험법 학계의 발전에 헌신해 왔다는 평을 받는다. 또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으로서 우리나라 학계 발전에도 기여해 왔다.

한국연구재단은 학술 및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 인력의 양성 및 활용을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함으로써 국가의 학술 및 과학기술 진흥과 연구역량 제고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한국연구재단법에 의해 설립됐다. 사회과학단은 전국의 모든 대학교 중 사회대학, 사범대학, 경영대학, 법과대학, 가정대학과 그에 소속된 모든 학과에 연구비를 지급하고 연구소 운영을 지원하는 부서다.

그는 ESG경영에도 관심이 높다. ESG는 환경보호(Enve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이다. 기업이 경영이나 투자를 할 때, 매출 같은 재무적 요소에 더해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고향 영주 자랑

전 교수는 말한다. “저는 어디에 가든 고향 영주를 자랑합니다. 소백산의 뛰어난 풍광, 신라 천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화엄종 부석사, 유교의 심장이었던 소수서원과 선비들의 높은 기개와 충절, 시인을 감탄시킨 죽계구곡, 서울 과거보러 가던 죽령옛길, 낭만을 가득실은 무섬마을과 외나무 다리 등등 문(學問)과 무(武: 氣槪)를 두루두루 겸한 지사충절(志士忠節)의 고장이라고 말입니다”

고향 영주의 발전에 직접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2014년 영주시장에 출마한 적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선거유세에 나섰던 그를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가 많다. 2014년 오사카 교포와 기업인 등을 영주시에 초청해 공업단지, 관광산업, 리조트 산업에 대한 투자 타당성, 관광객 교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일본 관서대학에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쌓은 인맥 덕이었다. 전 교수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는 의사소통 수준으로 국제학회에 참석하면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발휘하곤 한다.

“7년 전 영주시장에 출마했었습니다. 개인적 영달의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러나, 그 마음 20%, 다른 마음 80%였다면 믿어 주실런지요? 그러나, 그런 정치가 저와는 맞지 않음을 곧 깨달았습니다”

후배들에게 선배보다 더 훌륭해지고 더 큰 꿈을 꿀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입니다. 사물의 원인을 안다면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지식추구 활동이 최고임을 믿습니다.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더라도 창조하고 혁신하는 것만큼 만족감을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주 출신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고, 월가를 호령하는 전문가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고향 영주는 언제나 마음의 중심

고향 영주는 언제나 마음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고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답보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영주시가 웅비하려면 유불 문화의 발상지·중심지라는 특징을 살려 문화 상품이나 향토적인 캐릭터를 많이 개발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여야 합니다.

해외 기업에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 유치한다면 고용창출 효과나 소득수준 향상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안동이나 봉화, 영월 등 인근 지역과 협력한 문화관광 아이템을 내놓는다든지 패키지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면 안동시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주시가 국제적 기업이나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다면 출향 인사들도 발 벗고 나서리라 봅니다. 영주 향우들을 뵐 때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훌륭한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점을 볼 때 감격스럽습니다. 이 에너지를 고향에 환원할 기회가 온다면 누구든지 사양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영주시의 공직자분들을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그 분들은 친구, 친척, 선후배를 대신해 봉직하기에. “어떤 시인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영주를, 그리고 대한민국을)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습니다”라고 그는 말을 맺었다.

전우현(全遇賢) 교수 프로필

- 백룡초등학교, 대영중학교, 영주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석사, 박사(상법학 전공)
- 일본 오사카 관서대학 연구, 독일 콘스탄츠대학 교환연구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 ()한국보험법학회 회장
- 사법시험 출제위원, 변호사시험 출제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위원,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조정원 조정위원
- 금융위원회 자체규제심사위원
-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분쟁조정위원
- () 한국보험법학회장, () 한국상사판례학회장
-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단장
- 생명보험협회 사회공헌기금 운영위원
- 서울대 법대 재학생시 산악회장
- 서울대 법과대학 총동창회 사무처장 겸 39회 동기회장 등

*저서: 상법총칙·상행위법, 해상법, 보험법가짜 민족주의 진짜 민족주의 등 다수.

황재천(프리랜서) 기자/오공환 기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