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시조 시인. 본지 논설위원)

처음 들어보는 말, 요소수의 부족으로 온통 세상이 난리였다. 비료의 일종인 요소를 요즈음에 와서 액체로 만들었나 했는데, 그것을 사기 위해 농협마트 앞이 아니라 주유소 앞에 줄을 서는 것을 보고 자동차에 아주 중요한 물질이란 걸 눈치 채면서 무식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풍요의 세상에 없는 것이 있다니 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요소수가 무엇인가 알아보았다.

요소수란 요소와 정제된 물을 일정 비율로 합한 화학물질인데 디젤 엔진 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정화 시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니, 환경적으로 중요도가 매우 높고 대형트럭이나 화물차 등 경유차에서 쓰게 되어있다고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요소수를 넣게 되어있으니 해당 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특히 산업을 움직이는 대형트럭이나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소방차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사재기를 한다는 등 그를 단속한다는 등 불미스런 말이 돌고 총리까지 수급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심각성이 대단하다는 것도 알겠다. 오죽하면 요소수의 품귀현상이 아니라 요소수 대란이라고 할까.

이 요소수를 과거에는 우리나라도 생산했으나 생산비의 원가 절감상 효율성이 떨어져서 수입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생산을 중단하고 97%에 해당하는 양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써 왔다고 한다. 전량에 가까운 양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는 말이다. 문제는 요소를 석탄에서 추출하는데 생산국인 중국이 갑자기 자원 고갈과 환경문제를 들어 수출검사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수출을 규제했다는 데 있다.

소요량의 전량을 수출하다가 갑자기 수출을 끊으면 의존하던 수입국은 어떻게 되는 건가? 중국의 예고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변죽을 울려도 우리가 낌새를 못 알아차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우리 소비자는 우왕좌왕하며 당황했고 보는 사람도 불안스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이 내건 이유도 자국의 보호 차원이라니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산업 물자를 이용한 횡포로 보이는 것은 왜 일까? 불과 2년 전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의 핵심부품 수출을 규제 당하던 때가 떠올라 다시 기분이 찝찝해진다. 이웃하는 좌우 나라에서 툭하면 과학산업 물질로 뒤통수치는 이 분통 터지는 처사를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건가.

안주면 넘어질 것을 알면서 오랜 고객을 업신여기는 이 고약한 국제상도덕을 두고 과연 환경문제인가 아니면 정치적 문제인가를 따지지 않고 생각 없이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인가?

딱한 사정을 보고 변방의 나라들이 십시일반 보태주겠노라고 하니 일단은 한숨 돌린다고 하지만 그것이 한 달 분이 채 안 된다는 계산이고 보면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규제 때 얻은 경험, 즉 모든 산업 물자의 자국 생산화가 절실하다며 화면을 보는데 눈물겨운 장면이 들어왔다. 시민들이 요소수 통을 힘겹게 들고 소방서 앞에 가져다 놓고는 도망가듯이 말도 없이 총총히 사라지는 것이다.

비상시에 소방차가 못 움직이면 안 된다며 가장 급한 곳에 요소수를 갖다 놓고, 착한 일을 하고도 잘못한 사람처럼 급히 몸을 숨기는 순박한 시민의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모(歲暮) 즈음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기부 천사가 생각나면서 그들 못잖게 값지고 아름다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민족에게는 국가의 부름을 받지 않은 의병도 있었고, 의병을 돕는 부녀자들도 있었다. 권율 장군이 이끄는 행주대첩에서 보여준 의병, 승병의 활약과 이름 없는 부녀자들이 치마에 돌을 담아 날라서 전쟁을 도왔다는 이야기는 다 아는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은 늘 그랬다. 나라가 어려울 때 항상 가진 힘도, 가진 돈도 별로 없는 백성이 나라를 구하겠다고 발을 벗고 나서곤 했다.

마스크 수급이 어려웠을 때 밤새워 재봉틀을 돌린 사람들도 백성이고, 외환위기를 맞아서 돌반지를 내놓기 위해 긴 줄을 서던 사람들도 백성이었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가뭄과 홍수에 이재민을 돕는 긴 줄도 평범한 백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관이나 단체에서 주도하는 일에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참 진기한 풍경이라며 외신이 전하고 있었지만, 요소수를 소방서 앞에 갖다두는 일은 순전히 자발적인 일이어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 위기에 힘을 보태는 그 빛나는 자세는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 요청도 없는데 어떻게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참 상상도 못 할 만큼 착한 사람도 있구나 싶다.

결국은 요소수 문제가 진정되고 우리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얻겠지만 총, 칼 없는 산업전쟁을 치르는 중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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