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 (소설가·본지논설위원)

지금 살고 있는 휴천2동에는 70대 노인 부부, 둘이서만 살고 있는 집이 많다. 우리는 젊은 시절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자식들과 같이 사는 집은 드물다. 소위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처음으로 자식들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마처족’이다.

우리시의 인구통계를 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인구소멸위험지역이다. 부모님을 봉양했던 우리 노인들은 이젠 자식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력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노인부부들이 서로 돌보며 살아야 한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노인을 돌보는 어떤 요양보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노인들은 ‘병원과 마트가 가까이 있는 곳에 살아야 한다’고 했다. 아프면 병원에 빨리 가야한다. 먹고 살기위해서는 식료품 조달이 쉬운 마트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인들이 생존하기 쉽다고 했다.

1980년 칼러 TV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나온 화두는 여성들의 패션이 달라진다고 했다. 전에는 흑백으로 보이던 의상이 컬러로 나오니 그렇다. 그럼 앞에서 요양보호사가 말한 것처럼 노인들이 병원이나 식품을 구하기 위한 이동 수단은 무엇일까? 자동차이다.

지금은 한 가구에 자동차 한, 두 대는 모두 가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는 승용차 2대를 가진 집도 아주 많다. 자동차는 이제 우리 생활에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도시 외곽에 사시는 노인들은 자동차는 병원과 마트에 가기위한 이동수단이며 중요한 필수품이다.

TV방송화면에서 서울에 사는 70대 노인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갑자기 음식점으로 돌진하여 식당 기물이 파손되고 사람이 다치는 모습을 보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고령으로 인지능력과 시력이 떨어진 노인들이 운전하기 어렵다. 특히 교통 혼잡으로 더 그렇다. 그러나 우리지역은 다르다.

교통 혼잡도 드물고 난폭운전이나 칼치기로 끼워들기를 하는 사람도 없다. 주행 중에 경적을 울리거나 끼어들기를 하는 난폭 운전자도 드물다. 그래서 노인들이 살기에는 최적의 도시이다. 앞에서 말한 병원과 마트도 가까이 있다.

승용차로 가면 금방 간다. 75세 이상 노인들의 운전면허 갱신 기간은 3년이다. 3년이 지나면 인지와 적성, 치매검사와 고령자운전연수교육을 받아야 구 면허증을 반납하고 새로 면허증을 교부 받아야 한다.

지난번 이 칼럼에서 보건소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풍기에서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때문에 건물 안에 들어 가보지도 못하고 귀가 했다고 했다. 10월 26일 오후 적성검사를 받기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민원실에 찾아가 운전면허 갱신 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이제야 보건행정이 정상화 된 것 같았다. 시력과 적성검사를 하고 치매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담당 선생님께 치매검사를 받았다. 지극히 정상이라고 했다. 다음은 보건소 옆에 있는 2층 건물에서 지정된 시간에 고령운전자교육을 2시간 받으라고 했다. 2층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냐고 물었더니 강의실까지 걸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어 계단을 올라가기 어렵다고 했더니 그럼 고령운전자사이버교육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고령운전자교육 사이트에 로그인 하는 방법부터 교육받는 절차를 모두 프린트를 해서 뽑아 주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경찰서 민원실에 가시기전에 반드시 전화를 해서 고령운전자 교육시간 100분을 모두 이수 했는지’를 확인해 보고 가라고 했다.

저녁식사 후에 사이트에 접속하여 고령자운전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교육은 모두 4단계의 학습으로 나눠져 있었다. 1단계학습이 끝나고 확인을 해보니 ‘Y’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2단계부터 4단계까지 학습을 하고 확인을 해보니 전부 ‘N’표기 되어 있었다. ‘NO’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표기 아닌가?

교육 100분 중에 1단계학습 25분만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보건소 치매검사 선생님이 프린트로 뽑아준 메모를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더니 마지막 한 줄이 경찰서 민원실에 가시기 전에 전화로 고령운전자 사이버교육 100분을 모두 이수하였는지를 확인해 보고 가라는 문장이었다.

이튿날 아침, 치매 선생님이 메모를 해 준대로 경찰서 민원실에 전화를 했더니 인적사항을 물어 보더니. 대답은 뜻밖에 100분 모두 이수 했다고 친절하게 말했다. 그제야 치매검사 선생님이 “경찰서민원실에 전화를 먼저 해보고 가세요”라는 문장을 왜 메모로 해주었는지 이해가 갔다.

인간은 10세부터 세포가 노화가 된다고 한다. 생명을 가진 동물들은 모두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떠들지만 지극히 제한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통계상 수치가 증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상의 수치는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은 수치이다. 코로나 시대에 노인생존법은 아주 간단하다. 영주말로 ‘지요량 지하기’를 해야 살아남는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고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하루 3천명을 넘어서는 날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전화기 안전문자를 보니 11월 20일 0시 기준 ‘영주12명’이라는 문자가 떴다. 왜 갑자기 확진자가 많이 늘어났는지 걱정이 앞선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위드 코로나가 실패한 방역정책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하루속히 시민 모두가 부스터샷 백신을 맞아야겠다. 빨리 백신 3차 접종을 하자는 것이다.

백신의 면역 항체가 4개월에서 6개월 정도라고 한다. 백신 3차 접종을 앞두고 고령운전자 면허증 갱신을 할 때 친절하게 메모를 해서 프린트로 뽑아준 보건소 공무원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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