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성장했던 곳 ‘욱양서원 복설’의 꿈 “인성교육 공간됐으면...”

월난척촉회 (2021삼판서 고택에서)
월난척촉회 (2021삼판서 고택에서)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2020하계 독일레이저기술 전공역량 강화교육
2020하계 독일레이저기술 전공역량 강화교육

세상 더 좋게 만드는 경세(經世)를 지향했던 곳
‘국가 필요 의해 불태웠으니 국가가 다시 복설해야’
‘나라 경제, 이제는 문화유적 복설 할 정도로 성장’

유서 깊은 ‘월란척촉회’ 모임

지난 13일 황병극 ㈜스피드레이저기술 대표는 고향 영주에 있었다.

삼판서 고택에서 열린 ‘월란척촉회’ 행사에 발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월란척촉회’는 1540년 경 월란사에서 시작한 시문학 모임이다.

당시 농암 이현보, 퇴계 이황, 금계 황준량은 나이 차를 뛰어 넘어 같이 어울린 기록이 많다.

‘월란척촉회’는 그 뒤에 선비들이 이 분들의 뜻을 기리고 본받는 취지로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날 황병극 대표는 동영상, 사진, 내레이션을 활용한 발표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기술 분야 사업을 하는 사람답지 않게 선비에 대해 잘 안다는 찬사도 받았다.

이날 ‘월란척촉회’에는 영주 이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황 대표는 “여러 지역에서 옛 선비의 뜻을 기리고 따르는 분들이 함께 하는 행사를 우리 영주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삼판서 고택에서 개최하고 이 분들을 모실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고향을 지키는 어머니 뵈러 자주 찾는 고향

‘월란척촉회’의 삼판서고택 모임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지만 어머니를 보고 싶어 고향에서의 일을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고향에는 황 대표의 어머니가 홀로 있다. 고향 집은 봉현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까운 곳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어도 그의 어머니는 서울에서는 못살겠다고 한다. 갑작스레 도시로 이주해 감옥에 갇힌 듯 산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보는지라 고향 집에 계시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다.

고향에서는 어머니가 아는 사람들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시고 눈치 볼 일도 없어 당신이 존재감을 느끼실 수 있으니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그래도 90이 다 된 어머니가 걱정이 되는지라 자주 고향을 찾는다. 또 인근에 그의 삼촌(황영회 전 봉현면장)이 살고 누나가 사는지라 걱정을 더는 면도 있다고 한다.

(주)스피드레이저기술 사업분야
(주)스피드레이저기술 사업분야

제4차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레이저 사업에서 인정된 기술력

황 대표가 창업한 ㈜스피드레이저기술은 제4차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레이저 분야이다. 레이저는 아인슈타인의 LASER(복사 유도방출에 의한 광증폭) 이론을 기초로 러시아에서 무기로 개발되기 시작해 독일에서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2021년 현재 날아가는 전투기를 레이저로 쏘아 격추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빛의 속도(30만km/초)로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어 무기분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핵심 기술로 대두될 정도이다.

황대표는 사진현상기 사업을 하다 레이저 사업 분야로 뛰어들었다. 2000년에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되면서 사양산업이 된 사진현상기 수출입을 접고, 미리 독학으로 공부하던 레이저 기술을 심화하기 위해 독일 하노버로 레이저 기술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레이저의 최첨단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신념을 확고하게 갖고 있었다 했다. 이 후 20여 년 동안 레이저 용접기, 레이저 마킹기, 레이저 절단기, 의료용 레이저 기계 등 산업분야 전반에 걸쳐 기계를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일과 기술제휴를 통해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한국폴리텍대학 신기술교육원의 교수, 기술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기술연수(레이저 교육)를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 도움 되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

㈜스피드레이저기술을 경영하며 그는 기술개발을 중시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핵심 소재의 대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일본의 행태를 보며 첨단 핵심 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한다고 황 대표는 말한다.

점점 더 심화되는 국가 간 무역 갈등을 보면서 더더욱 자신의 결심이 굳어진다고 한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첨단 핵심 분야인 레이저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임을 천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의 회사 ㈜스피드레이저기술은 쉼 없이 범주를 넓혀 가고 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국가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국가전략산업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NCS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다. 현재 레이저 기술 교육은 이 직무능력표준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스피드레이저기술은 학교와 연계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수지 속에 들어간 고향 마을

황 대표는 실향민이다. 80년대 초 금계호(욱금지 또는 삼가저수지라고도 한다)가 만들어지면서 그의 고향 마을인 욱금동 본 마을이 물에 잠겨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흩어졌다. 욱금동은 당시 평해황씨의 수백년 집성촌이었다. 모여 살던 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의 부친(고 황영봉)도 지금의 봉현면 집으로 이사를 했다.

황 대표가 태어난 집은 욱양서원 터였다. 욱양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훼철된 서원이나 보물 제1587호인 『조선지도』에 풍기군의 랜드마크로 표시돼 있다(사진 참조). 욱양서원은 현종 때 풍기군민들이 힘을 모아 창건한 서원으로 장구(章句)나 외우는 교육을 탈피해 경세(經世) 역량을 키우는 학교를 지향했다. 욱양서원은 풍기군의 서원으로 소수서원과 쌍벽을 이뤘으며 한때 갈등관계에 있기도 했다.

황 대표가 태어난 욱양서원은 대원군의 훼철 시 사당인 상덕사(尙德祀)와 출입문인 유정루만 철거되고 다른 건물은 보존됐으나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UN군의 공비잔당 소탕 군사작전에 의해 마을 전체가 소거될 때 함께 없어졌다. 욱양서원의 역사를 기록한 문서와 책들도 이때 대부분 사라졌다. 불타고 남은 건물을 수리한 집에서 그의 형제자매 8남매가 태어났다.

황우여 전부총리와
황우여 전부총리와

황우여 전 부총리도 의견을 같이한 욱양서원 복설 필요성

욱양서원 터에서 태어나 자란 관계로 욱양서원에 대해 선친으로부터 자주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흙을 헤치면 나오는 돌에도 욱양서원의 불탄 흔적이 있었다. 그의 부모는 8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이 참 많았다.

더구나 그의 부친은 문중의 유사(지금의 문중회장과 사무국장의 역할 겸임) 직분으로 다년간 활동을 했던지라 농사 시간을 뺏기기도 하여 경제적 어려움은 매우 컸다. 그가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진학하지 않고 학비와 생활비가 면제되는 구미전자공고로 진학을 한 이유도 집안의 가난에 있었다. 그래도 황 대표는 8남매가 좁은 집에서 복작거리며 살던 때가 추억거리라고 말한다.

어렸을 적 선친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유지(遺志)가 되어 그는 욱양서원 복설을 꿈꾸고 있다. 한 때 풍기군에서 소수서원과 쌍벽을 이뤘던 욱양서원, 그 서원이 잊히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소거했으니 국가가 다시 복설하는 게 맞고, 나라 경제가 이제는 문화유적 복설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황씨중앙종친회에서 뜻을 함께 하는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욱양서원 복원에 대한 중지를 모으고, 욱양서원 샘터에 기념식수를 하고 황 부총리의 친필 ‘욱양서원터’를 받았다. 그는 단순한 건축물 복설 보다는 지역민과 지역을 찾는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문장이나 외워 과거 시험을 준비하기 보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경세(經世)를 지향했던 욱양서원의 창건 정신에 비추어도 복설 후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학교에서는 인성 교육을 많이 하나 직장인의 인성 교육은 없다.

직장인이 많아진 현대에는 직장인들의 인성이 중요하며 직장인을 비롯 나라의 중추를 이루는 성인들에게 인성 함양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가능하다고 황 대표는 말한다.

조선지도에 표기된 욱양서원
조선지도에 표기된 욱양서원

황씨중앙종친회 부회장으로 고향 알리미도

황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전국의 모든 황씨를 포괄하는 한국황씨중앙종친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 대표의 고향 자랑에는 고향의 유서 깊은 곳과 산품들이 빠지지 않는다. 영주라는 지명을 처음 듣는다는 사람들이 이젠 영주에 대해 많이 알고 관심을 표하는지라 그는 보람도 느낀다.

고향을 떠나 사는 욱금동 출신의 모임에도 그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선후배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다. 만나면 물 속에 잠겨 지금은 볼 수 없으나 이야기 속에서 골목길의 돌담 모습까지 기억하고 넓은 욱양서원 터에서 같이 놀던 이야기를 하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고 한다. 크면서 친구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때로는 선배들과도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기술이 나라 발전을 위해 더욱 필요하단 생각이 어린 당시에도 들었다. 그가 공고로 진학을 하고 대학에서도 전자공학과 통신공학을 전공한 것도 어릴 때 기술에 대한 동경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황 대표는 말한다.

욱양서원 배치도
욱양서원 배치도

금계호의 관광자원화 희망

황 대표는 고향마을을 채운 금계호에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기를 바란다. 얼마 전에는 고향을 지키는 친구 8명과 심도 있게 그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금계호에서 이어진 비경 금선정,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수백 년 수령 소나무들로 이뤄진 금선계곡 솔밭, 예전에 등두들까지 금계천을 끼고 이어졌다는 소나무들, 신작로가 생기기 전 금계천을 따라 사람들이 삶의 발자국을 찍었던 길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자원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힐링이 현대인의 삶에 키워드로 자리 잡았는지라 그와 그의 친구들의 구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가 부회장으로 있는 한국황씨중앙종친회 임원들을 초청했을 때 방문한 사람들이 감탄을 하였다 한다.
 

황병극 대표 프로필

- 풍기북부초등학교, 풍기중학교
-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 금오공과대학교 전자공학과 통신 전공
- (현)㈜스피드레이저기술 대표
- (현)한국황씨중앙종친회 상임부회장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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