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위상 높이려는 담대한 전략적 접근해야 할 때”

부모님, 동생(송명달 해수부 국장)과 함께
부모님, 동생(송명달 해수부 국장)과 함께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장모(가수 이미자씨)와 함께(2019년 8월. 가족행사)
장모(가수 이미자씨)와 함께(2019년 8월. 가족행사)

도산 선생 말씀 명심...조선비즈 대표 지내고 언론계 32년
단독 저서 6권 내고 중앙과 영주 네트워킹·알리기 앞장서

장모는 가수 이미자씨...“중앙과 영주인들 대동단결해야”
“각계의 영주 출신 30~40대 후배들에게 힘 되고 싶어”

송의달(57)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요즘 본업인 콘텐츠 취재·제작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법 강연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올해 5월초에 출판한 단행본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이 호평을 받으며 각처에서 강의와 토론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참고자료만 22쪽인 이 책은 출간 3개월여 만에 3쇄를 찍었다.

그는 최근 KAIST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각각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언론학 교수, 현직 언론인들 상대의 강연을 했다. 관훈클럽의 제주도 연례세미나(10월 29일)에서 주제 발표를 했고 시사저널, 이데일리 등에서도 특강을 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디지털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로 언론계 생활 만 32년을 채우는 그는 4곳의 언론사에서 근무했다. 1989년 중앙일보 기자(공채 27기)로 입사 후 내근직에 근무하다 취재 현장을 뛰고 싶어 이직했다. 한국일보(공채 53기)로 옮겨 보름여 근무하다 조선일보(공채 28기)로 옮겨 여태 몸담고 있다. CEO로 근무한 조선비즈를 포함하면 그가 적(籍)을 둔 언론사는 모두 4곳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언론 최초 단독 인터뷰 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언론 최초 단독 인터뷰 후

대표이사 CEO 포함해 4개 언론사 근무

그는 세 가지 측면에서 여느 언론인들과 구별된다. 먼저 신문사 안에서 취재와 기사 작성을 하는 편집국 외에 경영기획실, 디지털, 광고, 출판 업무를 섭렵했다. 이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유력 경제매체인 조선비즈 CEO를 2016년 초부터 2년간 맡았다. CEO 취임 당시와 비교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25~30%씩 늘렸다.

기자로서는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각 정당, 외교부, 통일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 부처와 삼성그룹, 현대차, LG, SK, 롯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과 중견·중소기업들을 취재했다. 1995년 6월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시 사회부 경찰팀장으로서 한 달 넘게 인근 여관에서 거처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현장을 취재했다.

둘째로 그는 미국과 중화권(홍콩)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글로벌 안목을 키웠다. 1년간 미국 조지타운대학 외교대학원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공부했고, 홍콩에서 4년간 특파원으로 일했다. 홍콩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당시 퇴임 직후)과 중화권 최고의 존경받는 부자 리카싱(李嘉誠) 회장을 사상 최초로 단독 인터뷰해 홍콩 언론계의 유명 인사가 됐다.

2017년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도쿄에서 단독 인터뷰해 국내 언론계를 놀라게 했다. 1993년부터 3년간 서울 주재 일본특파원, 외교관들과 ‘일본 연구 모임’의 창설 멤버로 모임을 주도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신지호 전 국회의원,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당시 함께 한 동료들이다. 송 선임기자는 현재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공부하는 기자, 전문서적을 쓰는 기자

세 번째는 ‘전문서적을 쓰는 기자’라는 점이다. 취재 기사나 칼럼을 조금 손봐서 책을 내는 기자들과 달리, 그는 주제를 정해서 직접 취재하고 탐구한 결과물을 책으로 내고 있다.

2000년 그가 미국 연수 직후 출판한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의회>는 여러 대학의 미국 정치론 교재로 지금도 꾸준히 채택되는 스테디셀러이다. 그는 <미국을 로비하라>(삼성경제연구소)와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 노트>를 포함해 단독 저서 6권과 공저 1권을 냈다.

“기자는 보통 잠바 차림에 취재원들을 거칠게 대하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형성돼 있어요. 하지만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선비의 고장 영주 출신은 달라야 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자’, ‘공부하는 기자’, ‘한국사회의 지식인으로서 기자’를 인생의 목표로 정했습니다”

그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종속이론> <마르크스주의> <변증법> <프랑크푸르트학파> 등도 탐독했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도산 안창호의 한국 사회와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질타였다”고 말했다. 그의 심금을 크게 울린 구절은 도산선생이 1925년 동아일보에 게재한 ‘동포에게 고하는 글’이다.

“민족사회에 대해 스스로 책임 있는 자는 주인(主人)이요, 책임 없는 자는 여객(旅客)입니다. (중략) 내가 알고자 하고 또 요구하는 주인은 우리 민족사회에 대하여 영원한 책임심을 진정으로 가진 주인입니다.(하략)”

송 기자는 “이 구절과 함께 대학 1학년 여름에 ‘대한(大韓)에 인재가 없다없다 하지 말고 왜, 너 자신이 인재될 공부를 하지 않는가?’라는 도산 선생의 말씀을 접하고 전율했다”며 “경쟁 상대는 한국이 아닌 미국, 중국, 일본의 동년배라 여기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 “해외 유학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현실 사회에서 매일 역동적인 움직임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보람 있을 것으로 판단해 언론계를 선택했다”며 “30년 여 세월이 눈깜박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그는 “기자가 학자나 공무원에 비해 거칠고 고단한 측면이 있지만 공적(公的) 시각에서 판단하고, 현장의 애환을 생생하게 들으며, 사회에 선(善)한 영향력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위대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교직 생활에도 선비처럼 배움의 노력이 치열했던 부친의 영향... 3형제 언론인, 3형제 서울대 사회대 입학

송 선임기자는 교육계의 원로인 송필현(88) 선생의 4남 중 둘째이다. 그의 형(송우달·62)은 한겨레신문사 총괄 전무와 비즈니스포스트 대표이사를 지냈고, KBS 공채 출신인 막내 동생(송웅달·50)은 <명견만리>와 <수퍼 피쉬> 등의 책임PD로서 국제방송상을 휩쓸었다.

바로 밑 동생(송명달·55)은 해양수산부 총무과장, 청와대 행정관, 해양환경정책국장을 거쳐 현재 대변인(2급)으로 봉직하고 있다. 송 선임기자와 동생 2명은 영주 시내 대영중과 영광중, 영주중을 차례로 수석 입학·수석 졸업했으며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 줄줄이 합격해 화제가 됐다.

그는 “바쁜 교직 생활에도 새벽에 방송대 공부를 하고 평생 독서로 모범을 보이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88)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관사골에서 성장한 그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4년 내내 ‘자유교양 고전읽기’를 한 것과 중학교 1학년 담임 김종한 선생의 지도로 미술을 즐긴 게 아름다운 고향의 추억”이라고 했다.

엘리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씨가 장모

그의 장모는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을 부른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81)씨다. 송 선임기자는 “‘90년 초 선배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는데 10개월쯤 후 장모님이 누군지를 알았다”며 “외길 가수 인생을 걸으며 국민들을 위로하며 기쁨을 주시는 장모님을 존경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두 가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와 ‘성은 하늘의 도이고, 성실해지려 애쓰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誠者天之道, 誠之者人之道也)’는 중용(中庸)의 구절이다.

소백언론인회 만들어 고향사랑 실천

1990년대 후반 고향 출신의 선·후배, 동료들과 ‘소백언론인회’를 만들어 회장을 지낸 그의 애향심은 남다르다. 소백언론인회 회장 시절 송병락 서울대 부총장과 홍사덕 국회부의장, 최성해 동양대 총장, 박병대 대법관, 권오용 SK그룹 사장,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영주 출신 선배들을 초청해 단합과 고향 사랑의 공감대를 다졌다.

풍기인삼시장 등을 현장 취재해 조선일보 경제면에 소개하는 등 고향 알리기에 앞장 선 그는 영주의 미래와 일류 도시로의 발전에 관심이 크다. 영주의 위상과 영주인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안타깝다는 그는 “관계와 재계, 언론계, 정계 등의 영주 출신 30~40대가 앞으로 영주와 우리나라를 이끄는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향 영주, 교육·친환경·청정 등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면...

송 선임기자는 “고향 영주가 국가산업단지 같은 산업시설 유치도 필요하다는 걸 전제로 영주만이 갖는 ‘가치’와 ‘정체성’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우수 인재를 키우는 교육특화·친환경·청정 같은 것으로 방향성을 잡고 ‘한국의 명품 도시’, ‘동북아의 거점 도시’ 등의 청사진과 리더들의 유연한 발상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와 광주도 ‘달빛 동맹’을 맺어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에 나서며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 합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영주만의 외로운 생존과 번영은 힘듭니다. 주변 안동, 예천, 봉화와의 적극적 네트워킹 및 충북 단양과 강원 영월 등을 아우르는 중심도시로 영주의 위상을 높이려는 담대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이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중앙과 지역의 영주 지도자들이 대동단결하고 합심해야 한다”며 자신도 우리나라 선진화와 고향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프로필

- 영주초등학교, 대영중학교, 안동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과 학사, 석사
-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수학,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연구원
- 동국대학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데이터뱅크국 경제정보부 기자, 조선일보 기자(정치부, 경제부, 산업부, 사회부), 홍콩특파원, 위클리 비즈(Weekly Biz) 에디터, 디지털뉴스부장, 산업1부장, 오피니언 에디터
- 조선비즈 대표이사(CEO)
- 소백언론인회 회장, (현)재경영주향우회 부회장

- 저서 :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의회>(2000), <한국의 외국인 CEO>(2004), <외국인 직접투자>(2004), <미국을 로비하라>(2007),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노트>(2020),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2021), <21세기 경영 대가를 만나다>(2008·공저) 등 7권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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