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 (소설가·본지논설위원)
어린 시절 다람쥐를 잡아서 나무로 만든 사과 상자 속에 넣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을 보며 논적이 있었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주면 나무 상자 속에서 쳇바퀴를 돌리는데 그게 아주 재미가 있었다.
장난감이 없었던 시절,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모습은 재미가 있는 장난감이었다. 다람쥐는 나무로 만든 사과 상자 속에 2마리를 넣어두면 2마리가 서로 쳇바퀴 돌리며 즐겁게 살았다. 다람쥐의 천적인 외래종 청설모가 다람쥐를 전멸시키기 전에는 다람쥐는 아이들에게는 애완동물이었다. 그만큼 다람쥐는 많았다.
어느 날 다람쥐 한 마리를 더 잡아 사과 상자 속에 넣어 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람쥐 3마리 중에 한 마리가 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었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했는데 그 이유를 몰랐다. 동물에게는 각자의 고유한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이 있다. 다람쥐 2마리의 생존면적은 사과 상자 1개 정도의 면적이다.
상자 속에 1마리가 더 들어오면 생존면적이 좁아 스트레스를 받아 2마리가 힘을 합쳐 1마리를 물어 죽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다람쥐를 많이 잡아 5마리를 상자 속에 넣어 두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5마리 모두가 상처투성이로 죽어 있었다. 5마리의 경우에는 생존면적이 너무 좁아 심한 스트레스로 서로 물어서 전부 죽었다.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들은 각자의 고유한 생존면적(生存面積)과 생존영역(生存領域) 속에서 살아간다. 집합건물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는 25평이 생존면적이다. 생존영역은 먹고 살기위해 말보다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들어 영역은 아주 넓다.
생존면적에 민감한 사람들은 25평 아파트에 살면서도 위층에 어린이가 쿵쾅거린다고 찾아가 항의를 하고 심하면 칼부림까지 한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먹이를 구하는 생존영역이 100km까지라고 한다. 먹이 사냥 면적이 그렇게 넓다. 호랑이는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순찰을 돌며 다른 동물이 영역침범을 하면 공격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햇수로 3년, 장기화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이 아주 축소되었다. 생존면적이 좁아지면 인간은 스트레스로 이상한 행동을 한다.
좁은 고시원에 사는 청년이 길을 가는 여성을 이유도 없이 공격을 한다. 중학생들이 길가에 앉아 있는 60대 여성을 꽃으로 때리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방송 화면에서 보았다. 그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의 축소로 생긴 일이다. 이전에는 식당과 유흥 음식점, 그리고 노래방과 pc방, 헬스장과 각종 체육시설 등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이 축소가 되어 이상한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푼 것이다.
마치 앞에서 예를 든 다람쥐처럼 말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일상생활 회복을 위한 단계적 위드코로나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로 인한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을 했던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을 넓혀주겠다는 정책이다.
햇수로 3년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사람들은 생존면적과 영역의 축소로 많은 사람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경제와 사회, 문화와 환경 등 많은 제한을 받았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생존영역의 축소로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의 축소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고 집단행동을 한다. 청년들은 “우리도 결혼 좀 하자”라는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의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일상생활 회복을 위한 단계적 생활면적과 생활영역 완화정책을 쓴다.
백신 접종이 70% 목표치에 도달하고 확진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을 단계적으로 완화 시켜야 할 시점에 왔다. 그런데 우리지역은 아직 아니다.
풍기지역에서 시작한 바이러스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우리지역 코로나 감염 확산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것을 지역 방송에서 보았다. 10월 22일 오후 4시경, 적성검사 때문에 보건소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려니 현관 입구에서 보건소 직원이 우리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 때문에 향후 1,2주간은 정상업무가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소의 모든 조직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올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보건소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귀가를 했다. 우리지역은 코로나바이러스 1차에서 3차까지 대유행기를 잘 극복한 청정지역이다. 그런데 단계적 일상생활 회복에 들어가 생존영역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중요한 이 시점에, 우리지역은 예외가 되었다.
이 칼럼에서 수차에 걸쳐 ‘시민 여러분, 우리 모두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자경대(自警隊)가 됩시다’하고 말씀을 올렸다. 자경대는 시민들 스스로가 바이러스를 경계하고 감시하여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단체이다.
눈에 안 보이는 바이러스와 전쟁은 자치단체와 의료진만의 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시민들 모두가 스스로 자경대가 되어 백신을 맞고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방법뿐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하면 우리 시민들의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은 축소가 되고 앞에서 말씀을 올린 다람쥐와 같은 상황이 된다. 시민 여러분,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이젠 분기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 모두가 자경대가 되어 청정한 생존면적과 생존영역을 되찾아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지역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