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의 동력은 몸에 베인 선비정신이었다”

지역인재 양성 네트워크 캠퍼스 구축 업무협약식(2021.5.18)
지역인재 양성 네트워크 캠퍼스 구축 업무협약식(2021.5.18)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올곧은 선비정신 ‘개인보다 조직 먼저’ 행동에 영향 미쳐
총장 임기 4년 노력 인정받아 첫 직선제 연임 총장 선출

대학 기능 확장,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혁신적 변화 주도
베어링 기술개발도 깊숙이 관여...베어링 국가산단 기대 커

‘문구사 집 아들 대학 총장이 됐다’ 김헌영 교수의 강원대 총장 선출은 고향 영주의 화젯거리였다.

그의 부친은 분수대 앞에서 삼성문구사를 운영했다. 현재 스쿨서점 옆 체육사가 가족이 살던 집이다.

그에겐 4살 때부터 살았던 추억의 장소이다. 그의 부친은 선성을 본향으로 하는 김순 씨로 지난해 노환으로 타계했다.

김 총장 가족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주변에 알리지 않고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많은 지인들이 그의 부친의 타계 소식을 뒤늦게 알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타박했지만 그의 진심을 이해했다.

긴급취업률종합상황실 회의
긴급취업률종합상황실 회의

위기의 강원대 구하기에 나선 평교수

강원대 김헌영 총장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는 등 위기의 강원대를 구하기 위해 평교수로서 안주의 생활 유지가 아닌 어려운 길을 택했다. 강원대를 원래의 자리에 되찾아 놓겠다는 소명의식이 총장의 길에 나서게 만든 것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의 생명을 내 놓고 옳은 길을 간 선비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고향에서 성장하면서 늘상 듣고 자란 것이 ‘개인보다 조직을 위한다’는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총장 재임 시 강원대는 ‘원래의 자리를 다시 차지’한 수준을 넘어 큰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강원대는 ‘통일 한국의 중심대학’을 학교 비전으로 삼고 있다. 국내 유일의 분단 도(道)인 강원도의 거점대학이기 때문에 강원대의 이같은 비전은 더욱 의미 있다. 현재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글로벌 수준의 교육·연구역량 보유 노력을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여러 방안을 시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한 좌담회(2021.2)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한 좌담회(2021.2)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 3년 연속 세계 200위 권 진입

현재 강원대는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공동으로 추진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에 전국 국립대 최초로 선정됐다. 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등의 기업 유치와 많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실시된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됐으며 4단계 ‘BK21 사업’에 18개 교육연구단과 연구팀이 선정돼 2027년까지 약 40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졸업자 취업률은 전국 9개 국가거점 국립대 중 2년 연속 취업률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THE, QS, US뉴스앤월드리포트 등 권위 있는 세계 대학평가기관으로부터 글로벌 대학 순위를 더 높은 단계로 올리고 있다. 특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학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3년 연속 세계 200위 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총장으로 임기 4년 동안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김 총장을 강원대 첫 직선제 연임총장으로 선출되게 했다. 김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게 돼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그만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추구해온 혁신과 개혁의 성과가 대학의 시스템으로 잘 정착돼 강원대가 더욱 빛나는 교육공동체로 단단해지도록 모든 구성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원대 개교73주년 기념식 및 김헌영 제12대 총장 취임식(2020.6.12)
강원대 개교73주년 기념식 및 김헌영 제12대 총장 취임식(2020.6.12)

대교협 회장 맡아 대학혁신에 정부지원 발판 마련

김 총장은 총장으로 첫 임기 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라 통칭) 회장을 맡았다. 대교협은 전국 4년제 대학 200여 교를 대표하는 협의체이다. 김 총장은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외부 환경의 변화도 이끌어 냈다. 김 총장이 대교협의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도 외부 환경의 변화를 위해서이다.

그는 강원대 총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학의 자율성과 재정지원의 증액 없이는 대학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 대교협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교육부와 대학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고등교육정책 공동 TF를 구성했다. 대학이 고민해 오던 재정·평가·규제 등에 대한 현안들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다양한 의견수렴과 심도 있는 토론, 연구 등으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고등교육 분야 전체 예산을 전년대비 7.5% 증액된 10조 8천억 원을 확보했고, 특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전년대비 2천343억 원을 증액한 8천 31억 원 확보, BK21 플러스사업도 전년대비 1.5배 증액된 4천8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학평가 부문에서도 기존의 획일적인 상대평가와 정부 주도의 양적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체적인 발전계획에 따른 정원감축을 유도한 점과 12건의 규제개선을 통해 정부가 대학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도 큰 보람을 느낀 성과라고 꼽았다.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부친(고 김순)과 함께(1991년)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부친(고 김순)과 함께(1991년)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학협력(地學協力) 선도모델 제시

이제는 대학도 교육·연구 기능에 국한됐던 과거의 역할을 넘어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을 포함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지역 실정을 잘 알고 역량을 갖춘 대학과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중앙정부 지원이 이를 뒷받침해야 내실 있는 지역발전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기존의 ‘산학협력’을 넘어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지역의 교육, 사회, 경제, 문화까지 분야를 아우르는 ‘지-학(地-學) 협력’을 위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은 대형산불, 태풍 및 집중호우 피해가 잦은 곳이다. 강원대는 2018년부터 빅데이터 기반 호우재해 영향예보 기술을 개발해 올해 여름부터 삼척시에 전국 최초로 ‘호우영향예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강원도는 군인이 많은 지역이다. 강원도, 육군2군단과 공동 주관하는 ‘강원열린군대’ 사업을 추진해 지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대학과 지자체가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교육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강원대는 대학의 온라인 교육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학이 없는 지자체에 온·오프라인 교육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대학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제·양구·화천군과 함께 온·오프라인 교육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대학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제도와 연계해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정을 일반인에게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교내 창업 프로그램과 연계한 맞춤형 직업전환 교육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수한 지역 인재를 발굴해 지역 맞춤형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지역사회에 이들이 정착하도록 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게 목표이다.

춘천시와 열린캠퍼스타운 조성사업 협약(2021)
춘천시와 열린캠퍼스타운 조성사업 협약(2021)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다

총장실 벽에는 중학교 은사가 써 준 글귀 ‘해불양수(海不讓水)’가 걸려 있다. 강원대 총장실에 걸려 있는 글 ‘해불양수’는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총장이 영주중학교를 다닐 때 체육선생님을 하던 분이 써 준 글이다. 총장에 취임한 뒤 얼마 안돼 받은 선물로 총장실 중앙벽에 걸어 두고 있다. 지금도 이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총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 다졌던 마음을 되새긴다고 한다.

그 중학교 은사는 후에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분으로 김 총장이 어릴 때부터 붓글씨 쓰기와 독서를 취미로 하고 학업에 매진하던 걸 기억하며 쓰셨으리라 짐작된다. 김 총장은 지금도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고향을 떠난 친구들과 함께 10년 전 재경 영주초등학교 동문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향친구들과의 만남은 즐거운 자리이기도 하지만 지역의 쇠퇴를 생각하며 안타까워할 때도 많다고 한다.

우리고장 영주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베어링 기술개발에도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김 총장은 총장이 되기 전 이미 오래 전부터 일진글로벌과 산학협력과제를 추진해 자문교수로 훨허브베어링 기술개발에 깊숙하게 관여해 왔다. 베어링 업계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고향에 베어링 클러스터를 만들고 또 국가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어 기쁘다고 한다.

일진그룹의 베어링 기술개발에 깊숙이 관여한지라 그는 국가산업단지도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가 활성화될 때, 인구 증가 등 큰 경제유발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자문회의 결성,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제안

김 총장은 애향인들로 전문가 자문회의가 결성되면 고향이 밝은 앞날을 열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각계각층에는 활발히 활동하는 영주 출신의 전문가들이 많다.

김 총장은 “고향에 대한 큰 애정을 갖고 있고 고향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열의도 높은 애향인들”이라며 “이들을 중심으로 ‘애향인 전문가 자문회의’가 구성되면 영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직접 방문 관광이 힘들어진 만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안했다. 영주에는 다른 지역이 갖고 있지 못한 천혜의 자원과 문화 아이템들이 많다.

그는 “얼마 되지 않은 관광자원을 활용해 큰 효과를 보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고향 영주가 가진 자산이 크다”며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충북 단양, 강원 영월, 경북 봉화와 예천, 안동의 중심에 영주가 있다는 점도 지리적으 로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 프로필
- 영주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안동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학사, 석사, 박사(기계설계학 박사)

* (현)강원대 총장(제11대~12대)
* (현)한국공학한림원 회원
* (현)헌법재판소 자문위원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4대 회장
*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 교육부 고등교육정책 공동TF 위원장
* 통일교육위원회 강원협의회장
* 교육부 국립대학 육성방안TF 위원장
* 강원대학교 기획처장, 의료기기연구소장,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장
* 강원의료융합인재양성센터장

(수상) ‘한국을 빛내는 70인의 서울공대 박사’ ‘한국소성가공학회 학술상’ ‘현대·기아차그룹 우수 산학 연구상’ ‘지역산업 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 ‘산학협동재단 제32회 산학협동상 대상’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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