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흥기 (소설가·본지논설위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을 보면 누구나 동심에 젖을 듯 마음이 정화되는 감정을 느낄 것 같다. 밤하늘에 돋는 별을 잊고 지낸 것이 이상할 만큼 경이로울 것이다. 하기는 대도회에서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흐려진 대기에 가려져 별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아기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저 별까지는 일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는 빛의 속도로도 수년에서 수백여 년이 걸리는 거리라고 한다. 수백 년 전의 한 별을 지금 보는 셈인데 우주는 정말 끝이 없는 모양이다.

태양계만 해도 태양을 가운데 두고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돈다. 여덟 개의 별들이 태양을 도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고, 달을 거느린 별도 있지만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오늘도 제 길을 간다. 꼬리를 단 어느 별은 76년 만에 한 번씩 태양을 찾아온다.

그 핼리혜성은 태양을 한번 돌아서는 어디로 갈까. 오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76년이 지나도 제 길을 잊지 않고 용케 찾아오는 것은 웬 일일까. 누구의 안내를 받아 오는지 자연이 새삼 신비롭다. 사람은 아닐 테니까 갈 길을 일러주는 별들의 신이 있는 모양이다.

별들이 반짝이는 저 곳은 어디이며 무엇이며 또 얼마나 멀까. 무신론자일지라도 우주를 이루어낸 창조주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울 뿐 과학이 밝혀낸 별의 실체는 공기도 물도 없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세계이다.

화성은 수성, 금성, 지구에 이어 태양계의 네 번째 행성이다. 지구가 녹색인데 반해 화성(火星)은 주황색별이다. 태양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 1.5배라는데 초록별의 이웃이라고는 해도 먼 거리에 뜬 별이다. 공전주기가 687일이므로 지구의 2년이 화성에서는 1년이 된다.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95%이고 질소와 아르곤이 약간 있다.

최고봉 올림푸스는 에베레스트산의 세 배 높이인 약 25km라는데 높낮이가 심한 편이다. 지름이 지구 절반 크기의 행성인데도 위성을 두 개나 데리고 다닌다. 표면의 평균 기온이 영하 63℃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지구와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 우주선은 일곱 달 달려야 도착하고 빛은 3분이 걸린다고 한다.

대기가 있는 행성은 화성뿐이다. 과학자들이 화성에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화성이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일 것이다. 지구는 사람들로 만원일뿐더러 자원도 바닥나 화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30년대에는 화성에 네 사람의 우주인들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몇 해 전, 나사는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화성의 분화구 벽면에 폭이 5m내외, 길이 100여m의 가느다란 줄 형태가 보인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온도가 영하 23℃ 이상으로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아래로 내려가면 사라지는 지형으로서 염화나트륨이나 염화마그네슘 등 소금을 포함한 물이 흐르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소금물이 만들어진 이유를 습도가 올라갈 때 염류가 주변의 물기를 빨아들여 스스로 녹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면 아래에 있는 얼음 공급원이 염류와 접촉해 온도가 올라갈 때 녹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물에 염분이 녹으면서 빙점이 내려가고,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성에 물이 흐른 흔적은 알려졌지만 현재 물이 흐른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은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만약 ‘소금물 개천’에 생물이 존재한다면 미생물일 것이라고 유추한다.

소금물 개천을 발견한 사람은 25세의 네팔 출신 오지하라는 대학생이다. 그는 10대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애리조나대 학부생이다. 이 대학의 고해상도 이미징 과학 연구팀의 교수와 일하던 중 화성에 물이 흐르는 증거인 검은 색 줄기를 발견하여 이를 학위 논문에 썼다. 학비를 벌고자 인공위성이 찍어 보낸 사진을 분석하는 아르바이트생인 오지하에 의해 화성은 우리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대학측은 화성에 흐르는 소금물 개천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오지하라고 인정하여 박사과정에서 소금물 개천에 관한 연구를 할 경우 배타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도록 기득권을 부여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였다면 ‘소금물 개천’의 최초 발견이 오지하의 몫이 될까. 학생과 조교, 여성에게 부리는 대학가의 힘 있는 자들의 갑질은 그만두고 권력이든 금력이든 강자가 약자에게 군림하는 사회라면 어려울 것이다. 오지하가 아니라 교묘한 방법으로써 은밀히 갑의 실적으로 둔갑할 것 같다.

오지하에게 화성의 소금물 개천 분야 연구에 우선적 권리를 부여한 대학이 돋보인다. 그 대학에는 갑도 을도 없는 모양이다. 갑질할 사람이 없으면 을이 억울할 일도 없다. 빼앗을 사람이 없다면 누가 제 몫을 잃을까. 부러운 대학에 부러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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