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영주와 영주 사람이 더욱 좋더라”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고향에 이웃돕기 성금 기탁
고향에 이웃돕기 성금 기탁

30년 공직 경험과 퇴직 후 활동, 고향 발전에 쏟아
유명한 12남매의 우애, 그 바탕엔 고향 사랑 있어

 

영주선비포럼 회장이며 전통식품수출협의회장인 장세일 회장은 12남매 중 넷째이다.

12남매? 지금의 세대에겐 전혀 현실감이 들지 않는 가족이다.

지금 세대는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인데다 형제만일 수도 있고 자매만일 수도 있다.

문수면 연화산 뒷골(권선리) 12남매의 우애와 고향 사랑은 본지에서도 기사화<본지 2015년 9월 24일 추석특집>됐다. 장 회장은 12남매가 우애만 좋은 게 아니라 고향 사랑도 대단하다고 한다.

이들 12남매의 남매간 우애는 고향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나면 반복된 이야기도 즐겁기만 하고 영주 특산물이나 영주 발전에 대해서는 서로 많이 안다고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12남매의 배우자 출신 지역도, 하는 일도 다양하며 현재 사는 곳도 전국적인지라 이들의 고향 사랑은 그 자체가 영주 홍보이다.

2016년 창작 오페라 선비 카네기홀 공연 공로 감사패 수여 기념
2016년 창작 오페라 선비 카네기홀 공연 공로 감사패 수여 기념

농업기술센터에서 통일벼 등 신품종 기술 보급 헌신 30년

장 회장이 ‘먹고 살기 힘든 고향’을 떠나 서울에 가서 취업한 곳이 서울시농업기술센터다. 이곳에서 그는 30년을 우리나라 농업 선진화의 길에 몰두했다. 그가 공직을 시작할 땐, 식량 부족 시대였다.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 보급으로 식량자급자족에 크게 기여했으며, 통일벼 보급으로 식량 자급이 된 후에는 밥맛 있고 수확량도 많은 신품종 보급과 새로운 농업기술보급에 헌신해 왔다. 이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정부모범공무원 표창을 비롯 다수의 상을 받았다.

공직입문 30년 만의 명예퇴직 후에도 농업 발전의 길을 닦았다. 퇴직 후인지라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농업 발전 일을 더 자유롭게 몰두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30년 직장 생활의 퇴직이라 하면 통상 은퇴(隱退)를 떠올리게 된다.

은퇴란 ‘직임에서 물러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란 뜻이지만 그에게 퇴직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이었다. 고향을 위한 활동이 퇴직 후에 그 중심에 있다.

한 줄로선 12남매 단양 나들이 기념
한 줄로선 12남매 단양 나들이 기념

농촌지도자중앙회 사무총장으로서의 열정

공직생활 명퇴 후 인생2모작으로 재취업을 한 곳은 전국적으로 회원 10만 명을 두고 있는 전국농촌지도자중앙회 사무총장이었다. 농업인들의 권익신장과 국비예산 확보, 현장 기술교육을 통한 신기술 도입, 농업인 애로사항 정부 건의로 농업인들의 소득향상과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새로 개발 보급되는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고향 농업인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등 고향 영주를 챙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당시 전국 콩 자급률이 20%에 지나지 않아 러시아 해외농장 50ha를 매입해 콩을 생산 공급했으며, 시군단위 회장단 230명의 러시아 및 중국 선진농장 해외 연수를 통해 콩 재배기술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부임 전 9년 동안 국비 확보를 못했으나, 부임 후 국비 6억을 확보해 전국의 농촌지도자 사무실에 PC보급과 우수회원 해외연수, 농민회관 개보수, 농민 건강보험 가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전국농촌지도자중앙회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마사회 기금 2억 원을 지원 받아 전국 면단위 회장단까지 능력개발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기증한 마을 표석에서 가족과 함께
기증한 마을 표석에서 가족과 함께

농어촌공사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사로 고향 발전 ‘한몫’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농어촌공사 이사로 재직하면서 농어촌공사 영주지사 건물을 신축하고 영주 사람이 처음으로 영주 지사장에 부임해 고향 발전에 기여토록 했다.

농지은행과 농지연금제도를 도입해 놀고 있는 농지는 임대차를 통해 생산농지로 활용하게 했으며, 고령화로 농사를 짓지 못하면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농촌종합지역개발사업 국비 50억 원 확보를 지원해 안정면 농촌지역개발사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도 바로 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사로 재직하면서 APC(농산물 산지유통센터) 국비 47억 원 확보 지원으로 농산물산지유통 확대에도 기여했다.

영주선비포럼과 재경향우회에서의 역할

영주선비포럼은 영주 출신의 중앙부처 공무원이 회원이다. 옛 선비들이 과거를 통해 백성의 삶을 더 낫게 만들려고 한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만든 포럼이다. 영주선비포럼은 2015년 영주지역 출신의 중앙부처(공기업 포함) 공무원 41명(현재 24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됐으며 초대 회장(상임대표)으로 장 회장이 선출됐다.

선비포럼은 부처 간의 벽을 깨고 공무원들이 서로 정책 소개와 정보 교류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서로 얼굴도 익히고 고향 영주발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부처 간 정보교류를 하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선비포럼을 통해 만들어졌다.

년 3~4회 개최하는 영주선비포럼은 지난해 부터 3~4명의 회장단 모임 만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의 억제에 동참하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장 회장은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이웃을 위한 손길이 줄어 이웃의 소외계층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긴 그는 개인적으로 성금 100만원씩을 수년째 기탁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고향을 떠나 왔지만 고향 영주에 대한 애향심은 출향인 누구나 있다고 한다. 고향 사람들이 단결해 상호 교류와 화합을 통해 회원들의 복리 증진은 물론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고향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25살이란 젊은 나이에 문수향우회에 가입했으며 문수향우회장을 지냈다. 현재 문수향우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재경영주향우회 부회장직도 맡아 고향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애향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고향 우수농산물 판매 활동에 팔을 걷어 부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농특산물 판로에 어려움이 있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시 행사를 적극 주선하고 있다. 수도권 소비자의 소비 니즈를 분석해 향후 소비자 선호도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강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시 행사가 있다.

소비가 가장 많은 수도권 소비자가 직접 접할 수 있는 영주명품특산물 전시 행사, 장 회장은 준비 단계부터 전시가 끝날 때까지 매일 출근하며 영주 특산물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몰두해 왔다.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2021년 5월19일 부터 24일까지 인사동에서 열린 영주명품특산물 풍기인삼·풍기인견 전시 행사는 백화점을 능가하는 격조 높은 전시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행사 기간 중 방문객수 887명(QR코드 551명, 수기 336명), 구매자 수 525명으로 그 자리에서 판매도 이뤄졌으며 해외수출 상담도 4건이나 있었다고 한다. 부대행사로 ‘I LOVE 영주사과’, ‘세척사과’ 400개 나눔 행사도 가졌다. 장 회장은 홈&쇼핑 광고방송에서 영주사과 1만 상자/3㎏를 단시간에 완판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의 찬사가 이어졌다.

세계 알리는 선비 창작 오페라 창립과 발전 기여

영주시가 제작한 창작오페라 ‘선비’는 2015년 국립극장 대극장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 대한민국 오페라 사상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 대극장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영주의 창작 오페라 ‘선비’는 2017년에 베트남 호치민의 경주 세계 엑스포, 2018년에는 우리나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창작오페라 ‘선비’의 이같은 성공은 우리나라의 정신문화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첫 무대부터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첫 선을 보이고, 카네기홀과 호치민을 연결하며 글로벌한 명작을 목표로 삼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작품의 전례 없는 성공으로 영주시는 ‘선비’를 내세우는 여러 자치단체 중에서도 대표적인 선비의 고장 이미지를 더욱 확실하게 다질 수 있었다. 창작 오페라 ‘선비’의 성공적 공연에 기여한 공로로 장회장은 2016년 카네기 홀 공연 시 공로 감사패를 받았다.

영주가 세계의 중심이 돼야

장 회장은 지금도 눈 감으면 굽이굽이 돌아가는 풀밭 길, 개울물의 돌돌돌 소리, 초가집의 연기 피어오르는 정경, 어미소 몰고 갈 때 신이 나 하던 송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한다. ‘먹고 살기 힘들어 떠나야 했던’ 고향이 이제는 ‘먹고 살기 좋은’ 곳만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세계인이 찾는 대한민국의 특산품 생산지,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장 회장은 꿈을 꾸는 소년의 모습처럼 보인다.

 

■ 장세일 雅號 동인(仝仁) 프로필
문수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안동고등학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농학과, 행정학과)졸업,
전)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지도관)
전)전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전)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선임이사
(사)선진농림수산연합 사무총장,
제14기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위원
전)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임원(이사)
전 문수향우회 회장 역임
현)전통식품수출협의회장
현)영주선비포럼 상임대표
현)홍농포럼 상임대표
현)사단법인 전국GAP연합회 부회장
현)조선오페라단 상임고문
현)(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사업단 회장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