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을 결심하니 추억의 장소가 새롭게 다가오더라”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고향의 위원회 회의
고향의 위원회 회의

퇴직 후 귀향 결심, ‘4()3()’ 생활 이어 가
봉사의 마음으로 풍기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적극 참여

개별 관광 개발보다 네트워크로 짜여진 마케팅 전략 필요
영주만이 가진 자연경관의 가치, ‘자연적 복원도 서둘러야

‘4도3촌을 합니다.’ 기자와 만났을 때 김덕삼 교수가 한 말이다.

처음에 이 말을 듣고 무슨 말인가 싶어 그의 눈을 다시 쳐다봤다.

‘4도(都)3촌(村)’이란다. 일주일에 4일은 도시에 3일은 시골이란 뜻이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4일은 직계비속이 있는 도시에, 3일은 직계존속이 있는 영주에 있다”며 “귀향을 결심하고 고향에 들리니 고향의 사람들과 추억의 장소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사람의 모습은 변하고 추억의 장소들도 많이 변했지만 그 속에서 그 사람들의 젊었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추억의 장소에서는 자신의 어릴 때 모습과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새삼 살아나오는 것 같았다.

방학이나 휴가 때 고향에 와서 만나던 사람들과 들린 추억의 장소임에도 귀향을 결심하고 왔을 때는 달리 보이고 느끼는 감회가 달랐다. 처음엔 끌리듯이 추억의 장소를 홀로 찾아 다녔다.

‘유치원 봄 소풍을 갔었던 금선정, 그 때는 풀이 없고 소낭구(소나무)와 방구(바위)만 많았는데.. ’ ‘다른 친구들 보다 더 빨리 공부하고 싶어서 영주 스쿨서점에 가서 수련장과 전과를 먼저 사기도 했고...’ ‘친구들하고 금선정 아래쪽 애기소 방구(바위)에서 다이빙도 하고.. 그 방구는 금선정교 공사 때 발파되어 없어져서 아쉽고..’ 옛 이야기가 나오면 애향인들이 그동안 까맣게 잊었던 기억도 하게 되는가 보다.

김 교수는 귀향을 결심했지만 본업이 대학 강의이고 직계 가족의 대부분이 도시에 있는지라 영주에서의 생활이 아직은 도시 거주 시간 보다 짧다. 이제 대학도 정년을 지났는지라 영주에 체류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리라 본다.

유치원 소풍-금선정
유치원 소풍-금선정

출향인들의 애향심 제고 활동 앞장

김 교수는 재경 풍기초등학교 동문회 12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동문회 활성화를 통해 애향심을 높이는데 앞장서 왔다. 재경 동문들이 모교를 생각하고 고향의 발전을 생각하도록 하고 그 일환으로 각종 향우회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왕성하게 참여해 활동하기도 했다.

해병대 보다 끈끈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 풍우회의 주축 멤버로 활동하고 재경 영주향우회와 연대하기도 했으며 고향을 방문해 주민과 함께 지역의 발전을 함께 논하는 ‘풍기발전포럼’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풍기발전포럼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됐지만 장안대 교수인 변명식 회장과 함께 2011년부터 봄가을 연 2회씩 개최해 현재 19회까지 포럼을 열었다. 2012년부터 재경풍기중학교 총동문회 12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동문회의 활성 및 모교 발전에 기여한 바 있다.

대한광복단공원 처음의 기본계획
대한광복단공원 처음의 기본계획

스스로 만든 고향발전 기여의 기회

고향발전에 대한 기여의 기회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영주시 도시계획위원회 및 건축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회의에 참여하면서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었던지라 적응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고향에 대한 봉사의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풍기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1승지 활동가 양성교육’의 PM단장을 맡아 14주간의 교육으로 풍기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의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당초 14주간의 교육 계획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발발로 10주차로 단축돼 종료했으며 올해 4월 1일에 평가 및 수료식을 가졌다.

교육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은 현재 풍기활성화센터와 풍기알림센터의 운영 및 읍치둘레길 조성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교육기간 중에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풍기 활성화 소식지’를 월간으로 4차례 발행하기도 했다.

풍기활성화소식-창간호
풍기활성화소식-창간호

평생 쌓아온 경험과 경륜 고향에 쏟아

김덕삼 명예교수는 도시계획 및 지역개발 분야의 전문가이다. 1986년 가천대학교(구,경원대학교)에서 교수를 시작해 2014년 명예퇴직 할 때 까지 도시계획 및 지역개발 관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 성남도촌·의왕청계 택지 및 주거단지 개발사업 총괄건축가, 경기도시공사 설계자문위원,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위원, 인천시 도시공원위원회 위원, 서울지방조달청 기술고문, 한국조경학회 부회장(기술), 행정안전부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자문위원회 위원, 성남시 비젼추진위원회 위원, 인천서창2지구 택지개발사업 조경기본설계 총괄조경가, 수원시 건축위원회 위원, 위례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조경기본설계 총괄조경가, 경기도시공사 설계공모 평가위원회 위원, 인천국제공항공사 건설사업 자문위원,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도시 건축 및 경관 구축에 많은 일익을 담당했다.

2014년 귀향을 결심한 이후 영주시의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경관위원회 및 기술심의위원회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농림부의 농산어촌개발사업으로 추진된 풍기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은 사업의 신청 및 진행과정에서 PM(총괄계획가)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주발전에 대한 제언

김 교수는 고향 발전에 대한 제언도 거침없이 쏟아 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통합된 도시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 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 지역을 제외한 지방의 도시들은 빠르게 인구감소 및 도시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도시개발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며 유기적인 접근방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주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자원들이 분리되고 개별적인 장소와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선비의 고장’, ‘힐링중심’을 영주의 상징으로 내세웠지만 소수서원이 있고, 부석사가 있고, 무섬마을이 있고, 소백산국립공원 및 산림치유원 ‘다스림’이 위치하고 있는 것 외에 영주와 관련해 기억되는 곳이 별로 없다”며 “도시이미지와 관광브랜드와의 연계 및 통합된 전략은 다소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됐으며, 영주역과 풍기역의 건축공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다”며 “영주역과 풍기역 역사의 준공과 함께 1시간대에 닿는 서울권에 거는 우리 지역의 기대가 매우 커지만 반면 수도권의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 또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한 점적인 개별 관광지 개발 중심이 아닌 장소와 장소가 연결되고 영주시 전체가 네트워크로 짜여지는 장소 마케팅 특화 전략이 필요하고, 미래지향적인 전방위적 새로운 패러다임과 대응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역 자원의 생존 전략도 고민해야

김 교수는 4차산업시대의 인구감소와 저성장 경제체계가 가져올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정화 대책에 따른 지역 자원의 생존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상상 이상의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그 변화의 폭이 넓고 깊어져 이에 따른 피해의 최소화와 지혜로운 후퇴와 복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복원에 대한 사업은 최근 수년간 동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과 읍면을 중심으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나 기초생활거점사업 및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 추진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었으나 지속가능한 지역사업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냉정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맥의 결 따라 물길의 결 따라, 개발과 복원 이뤄져야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영주시 자연경관의 가치를 더 이해하고 ‘자연적 복원’도 앞으로 더 요구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우리 영주는 산이 시작되고 물이 시작되는 도시다. 같은 소백산이라 해도 단양 쪽의 소백산, 영월 쪽의 소백산과 다르다. 영주의 소백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 젊은 시절 소수서원에 와서 공부하였던 격암 남사고가 이미 꿰뚫어 본 관점이기도 하다.

소백산은 영주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은 낙동강을 따라 흐른다. 소백산에서 만들어져 물을 따라 흐르는 모래는 영주에서 서천과 내성천이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모래강을 만든다. 산맥의 결 따라 물길의 결 따라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관점에서 개발과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덕삼 명예교수 프로필
*풍기초등학교 졸업
*풍기중학교 졸업
*배명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대학원 졸업(이학박사)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 연구 및 과제 수행 : 1990년 한국 도시공원의 변천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 외 25편을 저술하였으며, 연구과제는 2000년 남한산성 종합발전방안수립 연구 외 28과제를 수행했다.

영주에서는 1993년부터 시작된 대한광복단 기념공원사업의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를 주도했으며, 1999년에는 영주 구성공원조성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저서로는 도시경관의 형성기법(1998), 도시환경디자인(1999), 조경사(2012), 그림으로 보는 조경사(2013) 등이 있다.

황재천(프리랜서) 기자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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