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사랑하고 자주 찾는 애향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현장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현장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국제무대서 중국삼에 밀린 고려인삼 위상 강화 앞장
아프가니스탄과 MOU 체결주도...부석태 재배기술 보급
올 3월 대구시 국제관계대사 부임...새로운 길 개척

진기훈 대사는 풍기인삼에 대해 이야기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2017년 2월 9일 영주시민회관 대강당에서는 ‘고려인삼홍삼 종주국의 지위를 확보하자’는 제목으로 특강이 있었다.

강의 내용은 △풍기인삼의 우수성 △우리나라 인삼의 종주국 위상 회복 △세계적인 명품으로서의 홍삼 육성을 위한 국내외 연구 및 기술 개발 △관련 제도 △미래의 건강 핵심기술 예측 등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의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인삼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특강의 강사가 인삼 농사를 짓거나 인삼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주 아프가니스탄 진기훈 대사였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풍기인삼에 대한 강의를 하니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 대사의 부모님도 풍기인삼을 재배했다.

어릴 때 겨울이면 꼬재이(인삼밭 햇빛 차단용 틀의 자재로 쓰이는 나무)를 하느라 산을 헤맸던 추억들이 진 대사의 동년배 친구들에게는 지금도 대화의 소재이다. 당시 여러 해 키운 인삼을 캘 때는 어린아이도 힘을 보태야 했다. 모든 것을 손으로 해야 했던 농사인지라 무척 힘들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그 힘든 어린 시절의 추억도 고향 사랑의 한 끈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깨우친 ‘인삼 전문가’

진 대사는 고려인삼홍삼에 대해 틈나는 대로 자료를 찾았다. 현대 기록만이 아니라 옛 기록도 찾고 지인들에게 자료를 부탁하고 생산농가에서 직접 인삼에 대해 듣기도 했다. 고려홍삼인삼에 대한 그의 지식은 해박하다. 그가 인삼에 대해 자료를 찾고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노력의 바탕에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고려인삼홍삼이 아닌 중국이 인삼의 종주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인삼의 고장 풍기에서 태어나 인삼 농사를 도우면서 자랐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은 더 강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게 인삼을 조공으로 바치길 요구한 것도 중국삼 보다 우리나라 인삼이 좋았기 때문인데 이제는 중국이 인삼의 종주국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된 것은 자신을 비롯한 우리의 무관심 탓이라 여겼다. 인삼과는 무관한 나라로 인식되는 스위스의 파마톤이란 회사는 인삼제품으로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게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쏟고 학계와 산업계가 가일층 노력하면 인삼의 명실상부한 종주국으로 다시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가장 좋은 인삼, 풍기인삼을 만드는 영주에서 시민들의 전폭적인 관심이 지속될 때 풍기인삼이 세계를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국경일행사 태권도
국경일행사 태권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자라는 부석태 콩

아프가니스탄에 가면 영주의 자랑 중 하나인 부석태 콩이 자란다. 일반인에게 부석태 콩과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애향심이 높은 진 대사가 주 아프가니스탄 대사를 역임했다는 걸 알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진 대사가 주 아프가니스탄 대사로 있을 때 고향의 명품인 부석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의 기아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가뭄에 콩이 싹을 튀우지 못할까 노심초사하고 부석태 콩이 싹을 튀우고 나와 자라는 걸 확인하면서 기뻐하던 추억을 말할 땐 지금도 얼굴에 화색이 돈다.

부석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웃 국가들의 식량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진 대사를 통해 영주시는 2017년 아프가니스탄과 MOU를 맺고 콩 관련 기설 연수 및 상호 방문으로 우량 콩 및 재배기술 보급에 노력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콩 요리 및 가공 기술 보급과 콩 신품종 연구개발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영양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협력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이 종식되면 영주시가 추진하는 국제화의 한 통로가 활짝 열릴 수 있는 문을 열었다 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과 공장 시설, 건설 기술로 아프가니스탄과 이웃나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들이 영주에서 많이 나오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방금 캔 인삼을 들고
방금 캔 인삼을 들고

풍기 용천동이 고향, 어릴적 외교관의 꿈 이뤄

풍기 용천동은 진기훈 대사의 태생지이다. 용천동은 용의 샘물이란 지명이다. 정감록의 1승지라고 하는 금계리의 한 골짝이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풍기북부초등학교와 풍기중학교를 나오고 안동고등학교를 졸업 후 서울대 외교학과에 진학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를 외국에 알리고 싶어 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꿈인 외교관의 길을 걷는 그는 어렸을 때의 꿈처럼 우리나라를 알리고 고향인 영주시가 자랑하는 특산품들을 알리고 있다.

용천동에는 고려시대 고려 태조 왕건의 초상화가 있던 절 용천사가 있었다.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를 할 때 고려 태조 왕건의 초상화를 다시 정비하고 사람들이 기뻐서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금계 황준량의 문집에 실려 있다.

용천동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고 안에서는 여러 집이 넉넉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의외로 넓은 땅이 있고 연못이 있어 물 걱정이 없는 곳이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숨은 낚시터이기도 하다.

진 대사의 모친은 현재 구순(90)이 넘었지만 현재 살고 있는 등두들(교촌2리)에서 원래 살던 용천동까지 오가며 밭농사를 일구고 있다. 노인이 되면서 구부정한 모습이 되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지금도 자세가 반듯한 분이다.

진 대사는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도 휴가 때면 모친을 찾아뵙고 밭농사를 하면서 모자간의 대화를 끊임없이 한다고 한다. 고향을 떠나 있으면서도 부모를 찾아 틈을 내어 곁에 있으려 하는 것이 영주시가 브랜드로 하는 선비의 고장 문화이다.

광역지자체 국제협력 업무...새로운 길 개척

고향에 오면 더욱 바빠진다. 모친을 찾아뵙는 중에도 그는 바빴다. 영주사과, 풍기인삼, 풍기인견 등 영주시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자기 힘이 닿는 한 알리기 위해 관계자들을 찾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주의 자랑인 소수서원과 부석사 등 유적지에서 옛 조상들의 세상을 위한 정신을 기리고 그 분들의 치열했던 모습을 상상한다. 몸이 하나이고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를 대표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고향에서 고향의 특산물 관련 관계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그의 모친은 아들이 고향을 위해 몸을 쪼개고 싶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는 걸 대견해 한다고 한다.

금년 1월부터 진 대사는 대구광역시의 국제관계대사로 새롭게 부임했다. 다른 나라에 주재하면서 나라를 대표하던 업무를 했던지라 비슷한 길로 보이기도 하지만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대외국 협력 사업이 주된 업무이다보니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할 수 있다.

주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의 글로벌 업무이니 그가 쌓게 될 새로운 업무 역량이 고향을 위해서 한 층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적극적인 사람이다. 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 자원해 대사로 나갔다.

임기를 1년 초과해 근무하면서까지 양국의 관계 발전을 모색하기도 했다. 전쟁 지역임에도 부석태를 그 나라에 심어 부임지 국가의 기아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와 영주시를 선양한 진 대사의 역량을 볼 때 지금까지 없던 업적을 새로운 업무에서 이루리라 본다.

짬을 내어 부석사를 찾음
짬을 내어 부석사를 찾음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의 연결점을 국가사업으로 만들다

전쟁과 가난으로 피폐해진 아프간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태권도를 알렸다. 특히 회교국가인 아프간의 특성상 억눌려 살면서 기를 못펴는 여성들에게도 태권도를 권유했다.

모든 여성은 부르카를 덮어 써야 하고 사회적 활동이 금기시 되는 아프간에서 여성들이 태권도를 수련하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다. 8세기초 혜초대사도 다녀간 바미얀 대불은 탈레반에 의해 부처상이 파괴된 채 감살만이 남아 있다.

바미얀 대불 전면 언덕위에 우리 정부 지원금 80억원을 들여 5천평 규모의 바미얀 문화공원을 건립하여 이 위대한 인류문화유산을 기념하고, 혜초대사의 발자취도 기리는 기념사업을 했다. 바미얀 문화센터 내에 혜초대사의 기념실과 기념 비각을 건립하도록 아프간 정부의 동의를 받았다.

바미얀 문화센터 건립을 위해 바미얀을 자주 찾아 갔고, 바미얀 주지사 면담, 주민들과 타운 하우스 미팅을 통해 친밀하게 교류하기도 했다.

고향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몸으로 이바지해야

타국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고들 한다. 고향을 떠나면 애향인이 된다고도 한다. 진 대사는 “고향 사랑은 마음만이 아니라 실제 고향의 발전을 위해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출향인들이 고향을 사랑하면서도 ‘ ~ 때문에 우리 고향은 발전 가능성이 없어.’라는 투의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런 말들이 고향의 발전을 위한 고언임에 틀림없지만 고향을 위한 행동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고향 사랑의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영주시는 더욱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고향의 농특산품을 사고 싶지 않은 애향인들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향에서 나는 농특산품들을 애향인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영주시, 관련 단체, 시민운동가들의 적극적인 손내밈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늘 만남에는 오해도 발생하는지라 그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게 거래 관계는 분명히 하고 사소한 오해는 애향심으로 덮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재천(프리랜서) / 오공환 기자

진기훈 대사 프로필

*1963년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용천동) 출생
*풍기북부초등학교 졸업, 풍기중학교 졸업
*풍기고등학교 중퇴, 안동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정치학학사/정치학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대학원 졸업
*(정치학석사)
*1991년 제25회 외무고등고시 합격
*외교부 공보과장, 대북정책과장 역임
*런던, 피지, 상하이, 청두, 타이빼이 등 재외공관 근무
*주 아프가니스탄 특명전권 대사(2015-2017)
*주 투르크매니스탄 특명전권 대사(2018-2020)
*대구광역시 국제관계 대사(2021.1-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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