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향인들 고향 발전 노력, 공직자의 적극성 정도에 많이 좌우돼죠”

경향신문 사우회 회원들과 함께 고향 무섬마을 방문
경향신문 사우회 회원들과 함께 고향 무섬마을 방문

무섬마을 출신, 경향신문 편집국장과 편집인 역임
아도서숙, 내성천 모래강, 천문학자 김담 ‘자부심’
현재 동국대 교수 재직...후학 양성 위해 노력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김지영 기자는 실제 나이 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동년배 친구들과의 대화를 옆에서 보는 낯선 사람들에게 버릇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 난처하다고 한다.

동년배 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모습처럼 직장인이라면 정년을 이미 훨씬 넘긴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김 기자이다.

어쩌면 왕성한 활동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퇴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조로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사들의 말을 감안하면 본인도 모르게 젊음 유지의 비법을 구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우교수로 재직 중인 김 기자는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몇 년 전엔 고향인 영주에 소재하는 동양대에서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했고 이어 세명대에서 초빙교수를 지냈다.

중앙지인 경향신문에서 편집국장과 편집인을 역임했으니 언론인으로서는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축적한 지식과 지혜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자 대학 강단에서 또 다른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기자와 신앙 사이

그는 평생 ‘기자’이다. 전직 기자라기보다 현재 진행형 기자이다. 현재도 가톨릭신문에 ‘김지영 기자’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쓴다. 경향신문에서 편집국장과 편집인 등 편집 최고 책임을 맡기 전까진 국제부 기자, 사회부 기자와 정치부 기자, 사회부 부장,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다.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으로 해직 동료기자 복직투쟁을 주도하기도 했다. 논설위원으로 경향신문의 논지인 ‘사형제도 반대’, ‘생명윤리’ 등을 확립하는데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그의 신앙은 가톨릭이다. 가톨릭 신앙 안에서 가톨릭언론인회장, 주교회의자문위원 및 매스컴위원, 경향신문 천주교 교우회장 활동도 언론의 연장선에 있다. 종교와 언론의 분리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김기자에겐 언론과 신앙의 일치점을 찾았다. 그 일치점이 종교를 떠나서도 이상적 언론인상이며 합리적인 언론인상이기도 하다.

가톡릭의 사회 교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입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일치한다. 가톨릭의 사회교리와 저널리즘의 상통이 그에게는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자본의 논리와 정파적 목적에 이용당하는 기사가 많은 언론계에서 늘 사실(fact)과 시대적 의미를 찾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는 세태에 대해 걱정만 하고 있지 않다. 광고주의 이익과 진영 논리 중심으로 나오는 기사를 보며 언론의 자업자득이라고 한탄만 하지 않고 언론계의 선배로서 바른 언론의 정립을 위한 활동과 후학 양성을 한다.

그의 노력이 때로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언론의 본령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신념에 신앙의 뒷받침도 있어 그 오해가 활동에 장애로 작용하지도 못한다.

무섬마을 내성천 죽마고우 김한용과 함께
무섬마을 내성천 죽마고우 김한용과 함께

평생 ‘찐’ 언론인, 가짜뉴스 안타까워

그는 진짜뉴스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가짜뉴스, 이 시대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김 기자는 가짜뉴스의 극복을 넘어 진짜뉴스가 뉴스가 돼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가짜뉴스가 많이 나오고 또 문제시 되지만 김 기자의 논의는 그 보다 더 깊은 차원이다. 기사가 가짜뉴스가 아니더라도 그게 바로 진짜뉴스인지 아닌지는 다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 기사와 같은 저널리즘 문장은 검증된 사실을 다뤄야 하며, 허구여서는 안 되며 추측이나 확증편향으로 가공한 사실이어도 안 된다고 본다.

사실만으로 구성한 문장을 사실기사 또는 스트레이트 기사라 하며 이 같은 사실에다 의견을 함께 제시한 사설·칼럼 등의 글은 의견 기사라 부른다. 일견 의견기사로 보이는 기사도 다시 보면 기사라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어떤 사실을 주관적 의견으로 왜곡한 문장을 의견 기사라 하지는 않는다.

이런 보도문장이 있다면 이는 저널리즘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힘든 기사를 보고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고 그에 따라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됨을 자주 보며 안타깝다고 한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고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을 닮고 싶은 사람

삶의 기준은 ‘진지하고도 유쾌하며, 소박하되 격조가 있고, 소신이 있으면서도 겸손한 사람’이다. 이 좌우명은 존경하는 분으로 자주 만남을 가졌던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을 보면서 정립했다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가식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고 더욱 존경하게 됐다.

모교인 동성고의 선배이기도 한 김수환 추기경을 동문 언론인 모임인 혜화클럽에서 종종 뵙고 또 다른 기회에 뵐 기회가 여러 번 뵈면서 한 마디로 어떤 분이라고 정리를 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한 결과가 바로 ‘진지하고도 유쾌하며, 소박하되 격조가 있고, 소신이 있으면서도 겸손한 사람’이었고 김 기자의 삶의 레일이 됐다.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북한고모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북한고모

고향 무섬에 깃든 정신과 자부심

우리고장 영주의 대표적 관광자원 무섬마을 출신으로 무섬마을에 깃든 정신을 사랑한다.

김지영 기자는 고향 영주를 사랑하고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무섬마을을 사랑한다.

무섬마을을 휘감고 돌아가는 내성천을 사랑한다.

그의 무섬마을 사랑은 이 시대에 와서 보기 힘든 외나무다리를 건너다닌 추억, 무섬마을의 대표 고택 중 하나인 해우당에서의 추억에 머물지 않는다.

무섬을 개척한 분들의 이야기에서 그 정신을 찾고, 무섬마을을 독립운동의 터전으로 만든 아도서숙을 자랑한다. 또 무섬마을을 휘감고 돌아가는 세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이 인류차원의 보고임을 자랑한다.

아도서숙은 교육기관이었다. 무섬마을 사람이 자신의 마을에 세운 학교였다. 바로 김 기자의 종조부(작은 할아버지)인 김화진의 주도로 마을청년들이 세운 학교였다. 마을 사람들이 글을 깨치도록 하고 농업기술을 익히도록 하는 걸 내세웠지만 민족정신을 가르치는 독립운동의 터전이었다. 결국 아도서숙은 일제강점기 일본 경찰에 의해 창건 5년만인 1933년 7월 강제로 폐교를 당했다.

김 기자는 “아도서숙은 ‘양반과 상놈이 없으며 남자와 여자도 차별해선 안 되고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란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며 “지금이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에서도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고 인종차별은 공공연하던 시절인지라 놀라운 변화를 추구했다”고 자부했다.

내성천은 세계 유일의 모래강이다. 이 모래강이 영주댐에 의해 막혔다. 처음에는 시민들의 반대가 많았으나 공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낙동강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영주댐은 해마다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주댐이 원래의 기능을 못하니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지라 투입비가 아까워 철거 보다는 활용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당초 건설 때부터 말이 많더니 건설이 끝나고 나선 시민들을 양쪽으로 나눠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다툼은 사람들이 살면서 부대끼는 갈등의 하나이지만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해 물을 정화하고 부산과 동해안의 백사장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는 내성천의 모래 흐름이 막혔다는 게 문제이다. 지구에서 유일한 모래강이 없어져 가고 있다. 모래가 없어져 그 아래에 있던 자갈이 보이고 있다.

매년 모래를 트럭으로 날라다 붓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인류의 보고가 없어지고 있는지라 그에 관한 고민이 많다. 그의 고민은 고향이 지구 전체에서 가지는 가치가 없어짐을 안타까워함인지라 고향 사랑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세상에 드러낸 천문학자 김담

당대에 세계적 천문학자였던 문절공 김담을 과학으로 접근, 국내외에 선양해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옛 선비들이 학문이 깊었다고 하면 칭송을 할 때에는 의례 성리학을 떠 올린다.

문절공 김담은 과학이라는 학문에서 큰 업적을 이뤘다. 그의 천문학과 역법의 역량은 당대에 세계적 수준이라는 게 요즈음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시대를 밝힌 선비들의 탄생 시 여러 행사가 있지만 대부분 시와 사상에 관한 심포지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016년 김담의 탄신 600주년 행사는 과학 중심의 국제(국내가 아닌 국제) 심포지엄이었단 점에서 다른 선비들과 큰 차별화를 이뤘다. 이런 차별화된 행사에 김지영 기자는 행사의 방향 결정과 그 홍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홍보에서 핵심 역할을 하여 우리나라에도 김담 같은 세계적 과학자가 있었다는 걸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했으니 과학 한국을 지향하는 요즘 시대에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준 것이 행사의 또 하나의 성과였다. 무송헌 김담의 종가는 무섬마을에 있고 또 그의 조상이기도 하니 그에게는 그 행사의 성공적 개최가 기쁨이었다고 한다.

김 기자는 “영주에 거주하는 학생들 중 과학 관련 꿈을 꾸는 학생들이 이순지는 알아도 김담에 대해 모르는 학생들이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미래 세대가 닮고 싶어하는 인물로 생각할 때 우리 문화는 더욱 발전하고 국민의 자긍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발전, 공무원부터 거듭나야

지방자치시대에 영주가 발전하려면 공무원들이 거듭나야 한다. 선출직 공무원은 선거 때를 위한 단순 표 계산의 포퓰리즘에서 탈피해 영주가 발전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이 모임 저 모임에 가서 인사말을 하고 행사가 끝나기 전에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포퓰리즘이다.

김 기자는 “‘늘공’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공무원들은 전례가 있는지 없는지를 업무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며 “사회가 계속 변화하는데 이전에 어떻게 했느냐는 걸 기준으로 할 때 잘못된 행정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늘 영주가 지향하는 가치를 키우기 위해 기본부터 검토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그런 공무원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재천(프리랜서)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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