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腦)를 활성화하면 삶에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어요”

교사대상 뇌교육 강의
교사대상 뇌교육 강의

두뇌에 대해 발견한 연구 결과 학문에 접목 ‘뇌 교육학’
고교 교사 퇴직…고향 영주서 ‘제2인생’ 꿈 꿔

우리고장 인구도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어린 시절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경사지 미끄럼 놀이

황원섭 뇌교육학 박사
황원섭 뇌교육학 박사

인터뷰를 할 때 고향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이 어린 시절의 놀이를 떠올린다.

황원섭 박사의 어린 시절의 놀이는 비석치기, 자치기, 술래잡기, 정월 대보름의 쥐불놀이 등으로 비슷한 연배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놀이다.

다들 같은 종류의 놀이를 즐겼지만 그 추억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즐거움으로 간직하고 있다.

황 박사가 어린 시절에 보낸 놀이 중 특이한 놀이도 있다.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할 수 있는 봅슬레이(?) 같은 놀이였다.

그가 태어나 자란 안정면 대평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마을 가운데쯤 나지막한 동산이 좋은 놀이터였다. 당시 작은 산은 대부분 민둥산이었다. 민둥산이니 장애물이 없어 미끄럼 타기엔 적격이었다.

마을 동산의 중턱에서 볏짚이나 밀짚을 묶어 만든 썰매로 집 뒤 공터까지 미끄러지는 놀이를 하였다. 지금의 동계올림픽 게임에서 보는 봅슬레이처럼 느꼈을 게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놀이였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곳은 현재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아이들을 구경하기 힘든 동네가 됐기 때문이다.

뇌교육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박사

황원섭 박사는 뇌교육학 박사이다. 뇌교육학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학문이다. 뇌교육학은 뇌과학의 한 분야로 그 태생지가 한국이다. 뇌과학은 관련 학문들이 통합돼 뇌에 관해 연구를 하는 학문으로 학제적(學際的) 학문이다. 과학이 두뇌에 대해 발견한 연구결과를 교육 분야에 접목시킨 학문이 바로 뇌교육학이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은 「고등학생의 창의적 가정환경과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이 창의적 성향에 미치는 영향 : 성취 목표 동기, 자기 결정성 동기, 자기 효능감의 매개 효과를 중심으로」이다. 이 논문엔 뇌에 관한 과학적 발견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가 들어있다.

뇌교육학은 뇌에 대해 공부를 하는 학자들에겐 매우 필요한 학문으로 받아들여진다. 단순반복적인 일이 자동화돼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단계를 넘어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화이트칼러 계층이라는 스포츠 전담 기자들이 작성하던 스포츠 경기 결과 기사를 AI가 쓰는 시대가 됐다는 뉴스도 있다.

사람의 영역으로 영구히 남으리란 전망을 하던 전 시대의 학자들의 예상을 여지없이 깨뜨린 분야도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줬던 알파고의 바둑 점령이 바로 대표적 사례이다.

바둑계의 세계적 강자였던 한국 이세돌 9단을 여유 있게 따돌린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고 난 이후의 인간 삶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논의도 무성해졌다.

인간이 소비를 해야 경제가 돌아가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서 사람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논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사람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든 사람의 삶은 사람의 뇌를 기본으로 하리라 본다.

뇌를 기본으로 하는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가 뇌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뇌교육학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역할이 바뀌고 산업이 바뀌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역량을 키우는 학문이 될 것이라고 한다. 뇌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고향에 돌아올 준비를 착착 하는 황 박사에게 고향에서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미래세대 양성에 바친 열정을 이어

황원섭 뇌교육학박사는 오계초교, 소수중, 영주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사대와 경희대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차세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생업도 교사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광영고에서 시작해 광영여고에서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미래세대 양성에 전념했다.

뇌교육학을 전공한 이유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세대를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광영고와 광영여고는 영주 출신의 육영사업가 손광수 광영학원 이사장이 설립한 학교이다.

손 이사장은 80년대 초반 광영고를 설립해 초대 교장에 취임한 후 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이 힘을 쏟은 육영사업자이다. 손 이사장은 지금도 21세기를 주도할 펜타곤형 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 걸고 학생들이 미래의 주인으로 커나가도록 힘을 쏟고 있다.

황 박사의 뇌교육학 전공은 동향의 학교 설립자의 이상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주 출신의 교육 전문가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도 비슷한 점이 있다. 황 박사가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손광수 이사장인 것도 추구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리라.

부창부수, 뇌교육학이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부부

황 박사의 부인 박현선씨도 뇌과학에 조예가 깊다. 뇌를 활용한 교육에 다년간 종사해 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부의 대화 단절이 황 박사 부부에게는 없다. 대화의 주제가 뇌와 관련된 때에는 부부의 대화가 더욱 생기가 돌며 서로를 마주 보며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을 하고 때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뇌교육학을 부부가 전공하고 교육을 하면서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화가 나도 화가 왜 났을지 뇌과학의 면에서 살펴보기도 하니 부부간의 다툼도 남이 보면 부부싸움이 아니라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대화로 보일 것이다.

고령화시대 급속히 진행되는 고향에 활력 주는 ‘뇌과학’ 프로그램을

교직에 있을 때는 뇌과학을 활용한 학생의 정서 안정과 인지능력 및 창의성 계발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10년 이상 뇌교육 명상 및 행복한 교사되기를 강의해 공교육에 뇌교육의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령화 시대를 먼저 맞이한 고향 영주의 고령자들의 삶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황 박사 부부, 이들은 이미 고령자들을 위해 뇌과학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이 실행이 될 때 고령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길이 하나 더 생긴다고 본다. 우선 가장 이웃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만든 이 상황이 끝나고 황 박사 부부의 활약으로 어르신들의 뇌 활성화 지수가 높아져 건강하게 활력 있는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방의 고령화는 대도시 보다 일찍 닥치고 있다.

정부의 고령화 대책도 사후 약방문 식의 치료 개념에서 고령화에 따르는 신체 활동과 두뇌 활동의 저하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크게 바뀌어야 한다. 지금도 노인들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이 고령화 지수의 증가에 비례해 증가할 것이기에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에 벅차게 되고 나라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어르신들의 신체 활동과 뇌 활동의 활성화 지수를 높이거나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뇌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실행해 효과가 높아질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리모델링 후 (황원섭 박사 본댁)
리모델링 후 (황원섭 박사 본댁)

옛 한옥의 장점을 살리고 도시민들을 끌어들이는 한옥 리모델링

황 박사는 현재 안정면 대평리 본댁을 수리 중이다. 리모델링이라고 하는데 겉모습은 옛 모습으로 깔끔하게 단장을 한 듯하다.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려 한국의 멋을 그대로 유지하고 방 안도 옛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되 요즘 생활에 편리하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도시인들이 상상하는 시골정취가 묻어나는, 그러나 도시인들의 현대 생활에 적합한 집으로 탈바꿈 중이다. 집수리 작업을 집수리 전문인이 와서 하지 않고 황 박사가 직접 하고 있다. 집수리 경험이 있냐고 하니 전혀 없단다. 물론 시골집을 어떤 모습으로 하고 어떻게 배치할지 구상은 했다 한다.

그 어려운 집수리를 어떻게 전혀 경험이 없으면서 이렇게 깔끔하게 하냐고 하니 유튜브를 보고 정보를 검색하고 그를 바탕으로 구상을 해서 실행을 한단다. 집수리 모습이 전혀 초보자 같지 않은 걸 보면서 뇌를 활용하는 역량을 키워서 그렇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면서 웃는다.

건물의 구조 수리 작업이 끝나면 벽면 디자인은 부인인 박현선씨의 작품이 채운단다. 사회생활을 뇌교육으로 대부분 보낸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전공했거나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하고 있다. 도시 사람들이 상상으로 꿈꾸는 한옥 생활이 실제의 삶 속으로 들어오면 대부분의 도시 사람들은 기대와는 달라 실망한다.

황 박사 부부가 꾸미는 한옥은 옛 모습 그대로이면서도 도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이 꿈뤄 왔던 생활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겠단 말이 저절로 나온다. 현재 황 박사가 태어난 집의 집수리가 끝나면 일반 서민들의 한옥 생활을 동경하는 도시 사람들이 방문해 ‘한 달 살아보기’를 해도 되겠다고 하니 그렇냐고 되묻는다.

장비없이 집주변 리모델링
장비없이 집주변 리모델링

영주시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도시 사람들에게 ‘한 달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 기간이 길면 ‘주말 거주하기’, ‘일 주일 살아 보기’, ‘열흘 살아 보기’ 등 기간이 다양한 생활 프로그램을 해도 좋겠다 하니 좋은 생각이라고 한다. 특히 영주시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서 좋다고 한다.

금계 황준량선생의 후손으로서의 자부심

부임지 마다 백성의 삶을 기준으로 선정을 펼치고 학교를 세워 당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인재를 양성한 금계 황준량 선생은 황 박사의 15대조이다. 금계 황준량이 백성들의 삶에 기여했듯이 황 박사도 현직 은퇴 후의 고향 전원 생활이 아니라 고향을 위한, 고향의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금계 할배의 사회에 대한 기여를 생각하면 자신의 계획은 작지만 작은 힘이나마 사람들을 위해 기여를 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고향에서 펼치고 싶다는 포부는 현직 은퇴자의 모습이 아니라 새 포부를 스타트 하는 활력 있는 모습으로 다가 온다.

비록 그 표현은 ‘힘이 별로 없지만 힘닿는데 까지 노력하겠다.’는 것이지만 금계선생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다.

황재천(프리랜서)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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