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 즐겁게 살 수 있고 만남도 행복하죠”

운동생리학 권위자...용인대 34년째 재직
고향 돌아가 ‘농민위한 운동요법’ 고민 중

우리고장 인구도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조현철 교수는 스포츠과학 분야 중 운동생리학의 권위자이다.

우리고장 영주시 풍기읍 금계1리 출신으로 용인대학교 체육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체육학과 교수로 34년째 재직 중이다.

풍기북부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고향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나간 과거를 더듬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어간다.

풍기인삼, 영주 사과, 풍기 인견, 영주 한우 등 영주시에서 나는 명품들 이야기들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겨울바람에 날아갈 뻔한 풍기 바람 이야기, 여름이면 금선정 계곡의 다리에서 뛰어내리던 이야기, 금선계곡을 따라 고기잡이하던 천렵 이야기, 소백산 골골에 산재한 친구 집에서 보리밥 먹고 방귀 뀌던 이야기, 먹거리가 부족해서 소나무 새순 꺽어 먹던 이야기, 세월이 흐르면서 부모님들의 노쇠와 타계의 안타까움도 이야기하고 자신의 꿈을 펼쳐 넓은 세상에 큰일을 하는 몇몇 동창들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조 교수의 지인을 만났을 때 이 분들이 영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서 놀랐다. 어찌 영주를 그리 잘 아느냐고 되물었더니 조 교수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그렇단다. 고향 영주의 홍보대사감이다.

다른 고향 사랑

조 교수는 초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꼭 참석한다. 만날 때면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찍는다. 몇 년 전 오랫동안 찍어 왔던 친구들의 모습을 편집해 USB에 담아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까지의 다양한 모습과 변해 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진솔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친구들을 만날 때면 친구들의 건강을 꼭 물어보곤 한다. 건강해야 즐겁게 살 수 있고 만남도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누구나 고향의 풍경을 생각하고 고향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해진다. 지나간 옛날이야기를 할 때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진다.

나이가 들었어도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 잊어버리지 않고 그 이야기가 생생하지만 누가 그 말을 했는지는 모를 때가 많다. 아마도 그 옛날이야기 모두가 어릴 적에 새겨진 이야기라서 내 이야기가 친구 이야기고 친구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이맘 때가 되면 애기소와 용소에서 수영하며 놀았던 얘기로 용감한 아이들은 금선정 다리 위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니도 했다 아이가.’

‘그르나? 난 모했다. 난 뛰어내리는 거도 무십더라.’

‘다이빙 잘 모하는 아이들은 발가벗고 바위 위에서 코와 낭심을 잡고 뛰어내렸다 아이가. 니도 그랬제?’

‘다이빙 할라다가 머리가 아닌 배로 떨어져서(일명 배치기) 배가 뻘것게 되는 머슴아들도 많았제.’

‘애기소 젤로 깊은 덴 디기 깜깜해서 앞이 안 보였제.’

‘햇빛이 안들어오니 깜깜했지 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아이들 거의 다 거긴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제.’

‘맞아 맞아. 어떤 땐 빨려 들어가는 것 같거든. 어떤 땐 물이 확 솟아 나오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폭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세굴현상 때문에 모래나 자갈이 전부 쓸려나가고 물이 소용돌이친 것이었지.’

‘옛날부터 형들에게 전해 듣기로 희방폭포와 연결되었다고 안카나.’ 뻥도 쎄다.

금선정교 공사-애기소 메꾸어짐(2009년8월)
금선정교 공사-애기소 메꾸어짐(2009년8월)

금선정 애기소의 추억

지금은 금선정 애기소 위에 있던 원래 다리를 헐고 대형차가 다닐 수 있도록 다리를 크게 만들면서 애기소가 메꾸어졌다. 애기소 옆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 바위에서 물로 뛰어내렸다. 그 바위를 깨서 애기소를 메꾸었다.

어릴 때 보던 애기소 다리는 기차 철길 H빔을 걸치고 그 위에 솟깝(소나무 생가지)을 걸치고 흙을 위에 덮어 만든 다리였다.

조 교수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매년 만나곤 하는 장생이 녹색농촌체험마을은 애기소 위의 다리(현재 이름은 금선정교)를 지날 땐 옛날에 놀던 생각이 난다”며 “애기소와 애기소 옆에 큰 바위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라고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풍기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추억의 장소가 없어져서 아쉽다. 다리를 새로 만들면서 편리한 면도 있고 추억이 사라지는 안타까움도 있다. 친구들만이 아니라 금선정 주변의 금선계곡을 방문하는 출향인들의 공통적인 말이기도 하다. 큰 교량을 다른 곳에 세우고 옛 명소는 그대로 두었더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은 애기소 이야기이다.

지역발전, 영주만의 특성 살려 방법 모색해야

조 교수가 바라는 건 고향의 발전이다. 어릴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그 발전이 상대적으로 뒤쳐져 보이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젊은 사람의 인구가 점점 더 감소해 이제 50대와 60대가 젊은이로 불리는 현상을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안타까움이 아닌지라 해결방법이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조 교수는 고향발전 방향에 대해 “타 지자체를 따라서 하는 것보다는 자생하고 자립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특성화된 지역을 지향하고 그 방법을 모색해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실주의자이기도 한 조 교수는 “영주시는 현재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어느 도시나 고령화는 불가피하지만 고령화를 문제라고 여기지 말고 지역마다 집단화해 특성 있는 고향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노동력도 점차 상실해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신체적 능력의 저하를 늦추거나 막는 방법을 지역적으로 모색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는 걱정거리가 아니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고령자들이 건강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는 게 누구나의 바람이고 소원인 만큼 그것은 당사자의 행복이고 가족의 행복이며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업들”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과 운동이 다르다고?

고령화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건강이다. 농삿 일을 하던 사람을 비롯 많은 어르신들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해 있거나 병원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지 않거나 가는 시기를 늦춘다면 그만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조 교수는 “고령자들의 건강 악화를 막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매일 하는 노동 외에 자신의 건강을 위한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자세로 오랫동안 하는 노동과 운동은 다르며,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매일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누구나 건강을 선천적으로 30~40% 타고 나지만 후천적인 환경(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의 상당수는 젊어서부터 농사가 업이었다. 80대가 된 지금도 농사를 짓기도 한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농사를 짓는 게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다. 다만, 그 농삿일이 가중될수록 많은 질병을 만들기도 한다. 조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눈빛이 달라진다. 자신의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농삿 일 많이 했다고 운동을 많이 했다고 할 수는 없어

조 교수는 ”농삿일은 운동과 다르다. 움직임이란 면에서 보았을 때 농삿일도 운동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몸의 균형과 적절한 힘을 유지하는 운동과 농삿일은 엄연히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농삿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특정 근육 중심의 발달에 머무는 사람도 있고 한쪽만 발달하는 사람도 있다. 평생을 농삿일로 살아온 어르신들을 보면 허리가 굽은 분들이 많은 건 허리가 굽어지도록 하는 반복된 동작과 적절한 영양공급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농삿일을 하는 사람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운동과 근력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몸은 평소의 생활 자세에 따라 변형되거나 불균형한 신체 구조로 바뀌기도 한다. 어떤 동작으로 일을 하는지가 몸의 균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80대 어른들은 삽, 괭이, 호미를 주요 농사 기구로 활용한다.

80대가 젊을 때 하던 일은 한가지 동작으로 반복되는 일을 하거나 대부분 허리를 굽히고 하는 일이었고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었다. 지금의 40대 50대는 기계화된 일을 많이 한다.

대부분이 농기계 운전으로 바뀌고 있다. 일을 많이 하였다는 사람들이 배가 나오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연령대별로 많이 쓰는 동작이 다르니 그에 맞추어 균형을 잡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적절한 영양공급도 아주 중요하다. 빨리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간단하고 먹기 편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채소 중심의 먹거리와 탄수화물 중심의 식생활은 힘든 노동력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단백질 공급이 중요하다.

운동생리학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운동방법

조현철 교수에게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서 고향에 기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을 건넸다. 조교수는 “이미 진작부터 고향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가면 농삿일을 하는 귀농을 떠올린다고 하지만 조 교수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운동생리학을 적용해 농삿일을 하는 고향 사람들을 위한 운동 요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에 돌아올 마음은 있지만 실행은 또 다르다. 혼자만의 이주가 아니기 때문이고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출향인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정착했다. 정착지에서 삶을 꾸린 기간이 고향에서 지낸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사람들이 많다.

조교수도 서울 생활이 고향 생활보다 훨씬 더 길다. 이미 현재의 삶이 현 정착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안정된 생활이기도 하고 삶의 중심이 되는 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게 낯설 수 있다. 명절 때 들리는 고향에 부모님도 돌아가시면 태어난 마을도 낯설어진다.

생활 모습도 옛 기억과는 다르고 마을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새로 전입한 주민들도 있다. 형제들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면 더욱 낯설어진다. 조 교수의 경우엔, 다행히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고 형제 중 고향을 지키는 이도 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낯선 환경이 아닐 수 있다.

많은 출향인들이 고향에서의 삶을 추진하다가 배우자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배우자의 경우에는 영주가 매우 낯선 곳이기도 하다. 명절 때나 집안 행사 때에는 들렀다 가지만 시부모 또는 처가 부모마저 영주에 계시지 않으면 더더욱 낯선 곳이 된다.

대담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어떻게 하면 고향으로 사람들이 돌아와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애향인들이 가진 전문지식과 역량이 영주시를 위해 활용되면 영주시와 지역의 발전에도 그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주민들도 별로 활용하지 않고 외지에서 와서 찾지도 않는 구조물들을 짓기보다는 애향인들의 귀향과 그들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하는 사업을 전개함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재천(프리랜서)/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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