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 (소설가·본지논설위원)

자유시장경제에서 재화(財貨)의 가장 이상적인 분배는 다이아몬드형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적고 중산층이 가장 많은 모형이다.

중산층이 많으면 국가는 안정되고 재화의 분배에서는 공평한 사회가 된다.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되고 부터 경제의 모형이 모래시계형으로 바뀌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자는 더 가난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사회가 시작되면서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중산층이 줄어들고 재화는 양극화로 크게 나눠졌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수요와 공급이 대면 상거래에서 비대면 전자상거래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식당에 가서 냉면을 먹었는데 지금은 배민에서 냉면집을 찾아 전화를 하면 냉면을 방문 앞까지 가져다준다. 이 유통구조에서 재화를 축적하는 사람은 배민이라는 플랫폼을 만든 공급자이고 수요자는 플랫폼을 통해서 공급자를 만날 수가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요자가 냉면이 먹고 싶으면 냉면집에 찾아가서 주인과 안부도 주고받으며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유통구조에서 재화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자는 플랫폼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리고 주문한 냉면을 배달하는 사람들이다.

냉면집 사장은 전에는 손님이 찾아와서 냉면을 팔았는데 지금은 플랫폼 가입비를 주고 냉면 배달을 위해 라이더에게 배달비를 줘야 한다. 이런 유통구조에서 사장은 추가 비용으로 냉면 값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냉면 값을 올리려니 플랫폼에 올라온 타 냉면집의 가격이 문제다. 다른 집이 냉면가격을 그대로 두는데 우리 집만 냉면 값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주문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냉면집은 이윤이 적어 중산층에서 빈곤층로 떨어진다.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그래서 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자체 물류 플랫폼을 만들고 소비자들이 3만 원 이상 주문을 하면 방문 앞까지 가져다준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괴물을 만들었고 이 괴물이 플랫폼이라는 것을 만들어 중산층이 가지고 있던 유통구조를 변화시켜 재화를 독과점하고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플랫폼에 가입하지 못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요자가 공급자를 찾아갔는데 이젠 공급자가 수요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족발 집에 전화를 해서 음식을 시켰더니 족발과 함께 노란색 메모지에 안부와 함께 주문을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메모를 보내왔다. 바쁜 시간에 이런 메모까지 써야 할 정도로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힘이 드는구나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TV 뉴스에서 대파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원당로 시장에서 1단에 4천 원짜리 대파를 2단에 7천원을 주고 샀다. 대파 1단에 8천원이라는 가격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이전에 간혹 시켜서 먹었던 자장면 집이 있었다. 그 집은 플랫폼에 가입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중국집에 전화해서 자장면 2그릇을 시켰더니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나더니 15분 만에 집에 가져다주었다. 핸드폰에는 자주 사다먹는 음식점의 전화번호가 모두 저장 되어있다.

인구 10만의 우리지역은 한집만 건너면 누가 누구인지 서로 다 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지역만의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지 않고 지역의 재화가 권역 외로 유출되면 지역의 경제는 점점 더 위축되고 결국에는 인구소멸로 이어져 지역 경제는 모래시계형이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계속 되면서 지역 경제를 파멸시키고 있다.

이 칼럼의 핵심요지는 우리지역만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플랫폼에서 모든 상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대형 플랫폼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사람의 습관은 아주 무섭다.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유통구조에 적응하여 습관이 되면 코로나가 끝이 나도 그런 유통구조를 이용하게 된다. 그래서 차제에 우리지역만의 전자상거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쿠팡이나 배민이 필요 없는 선비 전자상거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자치단체는 이런 유통구조에 적응하여 공동체 안에서 재화를 축적하는 자치단체와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지역 재화가 권역 외로 유출되어 도태되는 자치단체로 나뉠 것이다.

우리지역은 도농복합지역이다. 자치단체가 생산자와 수요자들이 직거래로 만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면 여기서 상거래를 하면 수요자는 직거래로 싸게 살 수 있어 좋고 공급자는 안정적인 공급으로 생산품을 팔수가 있어 가장 이상적인 상거래 구조가 될 것 같다.

지금 한창 아카시아 꿀이 나오는 시기이다. 아카시아 꿀을 어디 가서 사지?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봐? 아니면 길가의 마분지에 써놓은 ‘꿀 팝니다’ 집에 전화를 해 봐? 이 경우 자치단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들어가 아카시아 꿀을 찾아서 사면된다. 우리지역에 그런 플랫폼이 있나? 그런 플랫폼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리지역은 고령화 지역이다. 노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몸의 기동력이 부족해 핸드폰에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시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전자 상거래에 더 의존하게 된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지역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인구소멸 속도는 더 가속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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