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영주人터뷰[17]그라운드를 누비는 ‘영주여성축구팀’

하루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해진다. 우리고장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이어왔을까. 평범하게, 때로는 남다르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 [편집자 주]

자체적 운영으로 10년 넘게 이끌어와
침체기 이겨내며 다시 의기투합 노력

여성축구 지원으로 상위권에 재도약
전문선수의 정주환경 마련되길 ‘희망’

2013년 가을, 시민운동장에서 만난 영주여성축구팀과의 짧은 만남은 생기 넘치고 열정어린 모습이었다.

20대 미혼부터 남편이나 어린자녀와 함께 온 30대와 40대,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은 모습에 착각했던 50대까지 전문축구인 출신과 축구를 좋아하는 주부, 뛰는 운동이 좋다는 직장인까지 이들과의 만남은 오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만큼 강렬했다.

여성축구팀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지난 13일 여성축구팀 장두용 감독, 정미영(가명) 회장, 박미숙 총무를 만나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두용 감독, 여성축구팀 창단

영주여성축구팀을 창단한 장두용 감독
영주여성축구팀을 창단한 장두용 감독

풍기초 출신인 장두용 감독이 여성축구팀을 만들게 된 계기는 축구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휴양을 위해 울산을 방문했을 때이다. 새벽운동으로 나간 운동장에서 여성축구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감독생활을 하던 그는 이후 고향으로 내려와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축구를 가르치며 영주에도 여성축구팀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계획을 세웠다.

“처음 모집을 위해 현수막도 만들어 걸고 남성조기축구회를 통해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예산 지원 없이 시작하다 보니 회원모집이 어려웠죠. 그래서 남성조기축구회 회원들의 아내들이나 지인을 통해 축구나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추천 받았어요”

그렇게 영주여성축구팀은 20대에서 50대까지 축구가 좋아서 모인 여성들로 2010년 창단됐다.

열정으로 뭉친 그녀들

창단 3년차에 접어든 2013년 10월 연습경기가 열리는 시민운동장에서 처음 만났다.

이날 경기를 위해 모인 25명의 선수들은 20대 미혼여성부터 50대 주부로,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선수, 취미로 육상과 태권도를 하다 친구의 권유로 들어와 축구에 푹 빠져 산다는 선수, 고교시절 육상선수를 하거나 축구선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선수 등 정말 다양했다.

이날 연습상대는 60대 이상의 ‘영육축구회’였다. 이 축구회는 지금도 축구팀의 좋은 경기상대가 되고 있단다.

당시 영육축구회 한 회원은 “여성축구팀이 영주의 자랑”이라며 “여러 번 경기를 가졌는데 실력이 일취월장이다. 여성축구를 위한 후원이 잘 이뤄져 활성화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었다.

8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성축구팀은 축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시민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20~30분 워밍업이 끝나면 팀을 나눠 경기에 들어간다. 빠르게 움직이며 거침없는 발놀림은 전문선수들 못지않게 열정적이다.

창단멤버인 정미영(가명) 회장은 지금까지 굳건히 여성축구팀을 이끌어온 멤버이다. 팀에서 최종 스위퍼로 활약하고 있다.

총무 박미숙 씨는 라이트 풀백을 담당한다. 올해 4년차로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고 배구 등으로 하는 공놀이도 즐겨했단다. 결혼한 후 서울에서 생활할 때도 마포여성축구팀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주 경기를 구경하러 가기도 했다고. 영주로 이사를 온 후에는 축구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남편의 추천으로 축구팀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축구인으로의 바람

여성축구팀은 영주축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해 회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어려워 운동을 할 수 없어 얼마 전까지 잠시 멈춤 상태였단다.

정미영 회장은 “초창기에는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타 지역보다 앞섰으나 지원도 없고 전국으로 시합을 나가도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니 점점 뒤처지게 됐다”며 “경북 칠곡군의 경우에는 여성축구팀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우리 영주팀과는 실력차이가 나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군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으로 실력이 월등해져 경기마다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제 창단 초창기 선수가 이제 2명만 남았다고 했다. 장 감독은 “선수를 영입해도 직업적으로 할 수 없다보니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선수 출신 2명이 있었으나 팀 선수 외에 생계를 위한 별도의 직업을 얻기 어려워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 이천시의 경우는 여성축구팀 홍보를 위해 2~3천만원의 예산을 별도로 잡아주기도 한다”면서 “경북 영천의 경우도 시에서 전폭적으로 모두 지원해주는 한편 이웃한 안동시의 경우는 10년 전부터 여성축구팀을 운영하려 했으나 선수모집이 어려워 운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열악한 상황에도 굳건하게 팀을 이어온 영주여성축구팀. 5~6년 전에는 어려움에 침체기도 겪었으나 더 잘해보자며 의기투합해 힘을 모았다.

이에 3년 전에는 정식대회는 아니지만 상주에서 열린 직장인대회에서 상위권 성격을 거두고 2019년 고용노동부장관기 전국 직장인축구대회에서 3위를 거머쥐며 축구공과 상금을 받았다고 했다.

장두용 감독은 “일 년이면 전국대회에 최소 2회 이상 참가하는데 경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회원들이 운동준비도 하면서 이곳저곳에 부탁해 경비를 충당하기도 한다”며 “2019년에는 대회를 앞두고 풍기 ‘오복인견’업체에서 유니폼을 협찬해줘 정말 감사했다. 앞으로 지원이 이뤄지면 늘어나는 회원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정미영 회장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것이 축구이다. 함께 운동장을 뛰면서 성장한 아이들이 사춘기도 겪지 않고 수월하게 넘기고 선수에 대한 꿈을 갖기도 한다”며 “회원들 중에는 자녀들이 초중학교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축구나 운동에 관심이 있는 미혼, 기혼 모두 언제든지 가입해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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