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영주人터뷰[14] 영주2동 이야기할머니 조옥수 씨

하루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해진다. 우리고장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이어왔을까. 평범하게, 때로는 남다르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편집자 주]

책과 함께 자녀들 키웠던 노하우
이야기할머니로 아이들과 소통

할머니의 다정한 손길, 따뜻한 눈길, 애정 가득한 말들로 아이들이 자라난다. 무한한 사랑을 전하는 할머니가 아이들을 찾아오는 날,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줄지 아이들은 기대감으로 모여든다.

2013년부터 이야기할머니로 활동하며 항상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어린 아이들을 만나는 영주2동에 사는 조옥수(63)씨를 만났다.

수다쟁이 엄마에서 자원봉사자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야기할머니 조옥수씨는 단아한 한복차림이었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만나 잠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나눌 때 느껴지지 않았던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상당히 듣기 편안해서인지 목소리에 저절로 귀 기울여졌다.

안동이 고향인 조씨는 1986년 결혼해 영주에 정착한 후 전업주부의 삶을 살면서 2남을 낳아 키웠다고 했다. 자녀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직접 공부를 가르쳤고 평소에는 조용하고 잔잔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수다쟁이 엄마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었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아이구야 글을 몰랐으면 엄마 노릇도 못 하겠다’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그러면서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아들 둘이기는 하지만 교감이 많았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성별에 상관없이 자녀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아이들이 사춘기가 분명히 왔을 텐데도 힘들었던 기억이 없었다는 조씨는 소통으로 해결했었던 것 같다며 참 감사한 부분이라고 했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출가했지만 지금도 그녀에게 먼저 자신들의 소식을 전하는 것을 볼 때 살아온 인생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가장 힘들 때 엄마를 생각하며 찾아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데 이때 잘 살아왔다고 느껴져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하는 말을 많이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니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TV방송이나 인터넷 영상을 찾아보고 들었다는 조씨는 아이를 존중하며 키우는 방법에 대해 배우면서 나이차가 있어도 때론 친구 같이 지내며 서로에게 믿음이 가는 것은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더욱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자녀를 키운 경험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주거나 읽어주기 등의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지만 참여방법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2010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에 대해 알게 됐지만 자격조건에 들지 못했다. 이야기 할머니 지원기준이 만 56세~만74세로 당시 53세인 조씨는 나이제한으로 몇 년 후를 바라봐야 했단다.

코로나 이전, 아이들을 돌봐주는 모습
코로나 이전, 아이들을 돌봐주는 모습
코로나 이전, 활동 모습
코로나 이전, 활동 모습

제일 젊은 조옥수 할머니 나오세요
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그녀는 바로 서류를 냈다. 그때 생각으로는 봉사활동이라 생각해 원하면 모두 되는 줄 알았다고.

“면접에 대한 정보 없이 면접장소인 경북대학교에 갔어요. 그날 비가 왔는데 청바지에 티를 입고 갔다가 놀랐죠. 모두 한복을 입고 와서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3명씩 단체면접을 봤는데 참가신청자 중에 내가 가장 나이가 적었어요. 면접순서에 따라 이동했는데 나를 부를 때마다 ‘제일 젊은 조옥수 할머니 나오세요’라고 항상 말을 하며 불러 당황했었죠”

전국에서 700명을 뽑을 경우, 면접을 통해 이 등수에 들어야 이야기할머니에 참여하게 되고 지역 안배도 이뤄진다. 바로 참여할 수도 없다. 서류와 면접에 통과한 후에는 6개월 동안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는데 매달 1편씩 새로운 이야기를 외워 교육장에서 사람들 앞에 나가 발표를 해야 한다.

이렇게 교육을 마치고 조씨가 이야기할머니로 처음 방문한 곳은 ‘남산어린이집’이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두근거림은 어쩔 수 없었다고.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비장하게 나섰는데 막상 아이들의 모습을 마주하니 긴장됐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고 했다.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바라보던 눈망울은 어느 곳을 가든 마찬가지였지요. 할수록 보람된 일인 것 같아요. 내가 이야기할머니로 활동을 하면서 정체되지 않고 삶에 필요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장점이죠”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소정의 교육을 마친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유아들에게 우리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유아들의 인성이 반듯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소통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활동 모습
코로나 이전, 활동 모습
코로나 이전, 활동 모습
코로나 이전, 활동 모습

유아들과 만나는 ‘이야기 할머니’
자신이 전하는 이야기에 따라 아이들의 눈빛이 따라 오면 전율을 느낀다는 조옥수씨. 그럴 때면 자신이 꼭 마술사가 된 것 같단다.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읽고 외우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그녀는 여러 번 읽고 녹음해 둔 것을 운동하면서 듣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장단도 맞추며 조금씩 이야기의 맛을 살려나간다고 했다.

“한 반에 20분씩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이라도 접하는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에요. 이야기를 마치면 한줄 기차로 아이들을 안아주거나 내 무릎을 내어주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아요”

이야기할머니인 조씨가 아이들을 안아주면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어느 날은 이야기를 마친 후에 아이들을 둘러보는데 한 아이가 자리에 없었다고. 그래서 밖에 나가보니 신발장에 있는 조씨의 신발을 꺼내 가지런히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2016년 11월 원아가 정리해놓은 신발
2016년 11월 원아가 정리해놓은 신발

“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관련된 교육적인 내용을 가르치거나 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자연스레 배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깨끗하고 순수하게 그대로 받아드리는 아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베풀고 나누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을 아는 것 같아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모면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는 그녀. 이야기할머니를 하는 것이 좋아 몇 해 전부터는 더욱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해 감기도 조심하고 이전에는 자신을 위해 찾아먹지 않던 도라지청 등 목에 좋은 것이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을 먹고 좋아했던 차가운 음료도 따뜻한 것으로 먹는다.

“매년 전반기에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전국의 이야기할머니들이 모여 1박2일로 교육을 받고 개인별로 준비한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요. 후반기에는 교육장에 가서 1일 교육을 받는데 이야기할머니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아이들과 지내온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죠. 올해는 여러 상황으로 특별히 한주에 네 번씩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영주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할머니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신청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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