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영주人터뷰[13] 부석면 이상식·강성란 부부
하루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해진다. 우리고장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이어왔을까. 평범하게, 때로는 남다르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편집자 주]
건강과 힐링 장소 찾다 귀농인 맞춤형의 영주로
재미와 교육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이어가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 남은 인생의 여유를 찾기 위해, 도심을 벗어날 때가 있다.
또 인생2막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조용한 시골길을 지날 때면 넓게 펼쳐진 자연이 주는 풍경과 알록달록하고 주렁주렁 익어가는 곡식과 과실들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곳에 터전을 마련해볼까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귀농귀촌의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곳이 좋은지,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며 정착지를 찾아간다. 오랜 시간 대도시에서 살아가던 이상식(59)·강성란(55) 부부도 건강과 힐링을 위해 우리고장 부석면에 정착했다. 귀농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바쁘고 복작복작한 도심 속 생활
“참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도시에서 공부하고 직장을 다니다 결혼해 2남1녀를 낳아 키우고 나와 아내는 계속 일을 하면서 생활해 왔어요. 힘든 시간도 있고 보람된 시간도 있었지만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갔지요”
이씨는 삼성전자에 17년, 벤처기업 임원 등 35년여 일을 해왔다. 그의 아내도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4년제 유아교육과를 졸업해 11년 동안 유치원 정교사로 근무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공예 강사로 7년여 활동했다.
“기업컨설팅을 해주던 일을 오래 해오다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아내도 마찬가지였죠. 이러다 건강까지 잃게 될까 염려가 됐어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건강도 되찾고 힐링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지요”
부부의 이런 마음이 귀농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부석면에 먼저 귀농해 사과농사를 짓던 고교동창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
영주 소백산귀농드림타운의 만남
우리고장에는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직접 체험하면서 살아보고 정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바로 소백산귀농드림타운(이하 귀농드림타운)이다.
2016년 개관한 이곳은 원룸형 18세대, 가족형 12세대가 들어선 체류형 주택과 교육관, 세대별 텃밭, 공동실습농장, 공동체시설하우스, 농기자재 보관소, 퇴비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교육과정은 귀촌과정, 귀농과정으로 나눠져 그해 6월부터는 귀촌과정(1박 2일, 2박 3일, 1주, 2주)과 귀농 3개월 과정으로 시범 운영됐다.
이때 이씨의 고교동창생은 이곳에 머물며 교육을 받은 후 부석면에 있는 사과농장을 인수했고 가을에 수확한 사과를 동창들에게 판매하면서 귀농드림타운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2017년 정식운영이 되면서 이씨 부부는 이 귀농드림타운에 입교했다. 이때부터 도시의 생활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귀농드림타운을 오가며 귀농 10개월 과정을 포함해 전 과정에 참여했다.
“아내가 공예와 관련된 것들을 잘해요. 특히 꽃과 관련된 것을 좋아하죠. 그래서 귀농인들에게 아이템을 정하라고 할 때 우리는 꽃과 관련된 양봉을 선택했지요. 농업인을 멘토로 귀농인을 멘티로 연결시켜 주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소백산벌꿀’ 대표가 멘토가 돼 주었지요”
오전 4시에 일어나 양봉하는 일을 도우며 배우던 부부는 한창 농촌일손이 바쁜 3~5월에 부족한 일손도 돕고 농사일을 배우기 위해 사과 적과에 참여했다.
건강을 위해 시골생활을 선택했지만 이씨 부부는 제대로 된 농사 방법을 기초부터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성실히 임했다. 하루를 하든, 5개월을 하든 제대로 일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단다.
“무작정 땅을 사서 내 농사를 짓겠다는 것보다는 눈으로 직접 많은 것을 보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면서 지역사람들과 어우러지며 내 일을 찾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죠. 지금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양봉부터 천연염색 등 배움 이어가
부부에게는 2017년 초창기 귀농드림타운을 통해 인연을 맺은 ‘소백산벌꿀’이 양봉분야에 멘토로 참여했으며 염색분야는 ‘자닮’이, 꽃차분야는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에서 멘토로 다양한 정보제공과 교육을 통해 창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영주가 참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부부는 귀농드림타운에서 농사에 대한 다양한 것을 배우고 참여할 수 있었고 한국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에서는 창업을 위한 천연염색도 배우고 재봉기술도 4개월 배웠죠. 평생학습센터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요”
공예 강사로 오래 활동해온 아내는 꽃차에 이어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해 2018년 전국천연염색 특성화직종 민간기능경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섬유박물관 기획전시회에 참여해 자신의 작품도 전시하는 기회도 가졌다.
“아내도 나도 어떤 것을 하든지 한눈을 팔지 않고 기본을 탄탄하게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무엇을 하든 건강을 생각하고 즐거운가를 먼저 생각해요. 농사일을 돕고 배우며 즐겁게 일하니 점점 주민들에게도 인정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귀농 3년차, 부석면에 정착하며
이 부부가 귀농을 결심한 첫 번째 목적은 ‘스스로의 힐링’이었다. 2017년 귀농드림타운에 입소하고 농업인들과 함께해오다 2018년 3월 영주시로 주민등록을 이전해 부석면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영주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이 부부는 그동안 지역민들과 서로 상생하고 서로 배우며 살아가는 방식을 깨달아 갔다고 했다. 그가 가진 컨설팅분야의 경력과 재능으로 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관심을 두고 배우고자하는 농업분야는 전문농업인들에게 배우며 함께 공유하는 삶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단다.
“귀농드림타운에서 함께 생활하던 귀농귀촌인들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3개월, 6개월, 1년 세로 살 수 있는 빈집이 나오면 단체로 보러가기도 하고 좋은 토지가 나오면 쉬는 날에 영양, 영덕 등으로 함께 이동해 살펴보기도 했었죠. 어느 날 부석면에 빈집이 났다고 갔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했어요. 3년째 그 집에서 살고 있죠”
이씨 부부가 사는 곳은 부석면 용암2리이다. 부부는 “용암2리 김무기 이장이 가끔 전화를 해서 농담으로 ‘안 굶고 잘 살고 있냐’고 말하며 안부를 물어온다”며 “농번기에 아침이 되면 집 앞에 와서 ‘일하러 가재이’하고 말한다”고 항상 관심으로 봐주는 김 이장이 고맙다고 했다.
지난해 처음 고구마를 심어 자연친화적으로 재배해 50박스를 판매했다. 맛을 본 사람들이 올해는 고구마를 심기도 전에 선 주문해 왔다고 한다.
올해 부석면 동구산공원에서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 경북 제2호인 ‘올곧꽃차문화교육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부부는 직접 만든 꽃차와 수제청, 천연염색제품 등을 판매하고 체험장도 마련했다.
“우리 부부는 영주에서 받은 것이 참 많아요. 지금도 부석에 정착한 첫날이 기억나요. 이장님 부부가 텃밭을 가꾸고 계셨죠. 아침저녁으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렇게 어우러져 가고 있어요”
시골의 농작물 수확이 한창인 요즘 부부는 사과 선별장, 사과밭 등 추수하는 곳마다 인기 만점으로 불려나간다.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부부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우수 일꾼이기 때문이다.
“농사일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요. 올해는 전에 구입해놓은 밭에 목화, 홍화, 쪽, 매리골드를 조금씩 직접 심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