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영주人터뷰[8] 부석면 임도훈 작가

하루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해진다. 우리고장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이어왔을까. 평범하게, 때로는 남다르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편집자 주]

낭만전쟁 - 빅뱅
낭만전쟁 - 빅뱅

끊임 없이 고민하며 스스로 선택한 삶
평범한 일상이 의미담은 조각작품으로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참으로 다양한 삶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영감을 얻고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148아트스퀘어 창작작업실3에서 만난 임도훈(34) 작가이다.

2018년 부석면에 작업실을 두고 생활하던 그는 올해 148아트스퀘어 입주작가로 들어와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삶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대중과 함께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것에 라는 궁금증 가져
울산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을 따라 5살이 되던 해 영주로 이사를 왔다. 영주에서 초중고를 나온 그는 유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많은 궁금증을 안고 살았었다고 했다.

임도훈 작가
임도훈 작가

유치원 때부터 라는 질문을 참 많이 했었어요. 그 질문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졌지요. 어릴 때는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 질문하면 이를 대답해주는 선생님이 없었어요. 책에 이런 내용들이 나오지만 말로는 들을 수 없었지요. 우주는 검다는데 왜 하늘은 파란지에 대해 설명해주지를 않았죠

그는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행동으로는 알지만 윤리와 도덕을 왜 책으로 배워야하는지 등등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야만 해야 된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친절한 설명은 들을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계속된 여러 가지 궁금증들은 미래에 대한 진로 고민으로도 이어져 스스로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걱정, 고민, 생각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당시 주변에 20대 초반부터 30대 분들을 보면 선생님이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집, 회사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진로를 고민하면서 학과를 선택하고 싶었지요

초중학교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그는 중학교와 고2까지 검도를 배우면서 운동선수를 해볼까 고민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에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에 머물 때는 쉽게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다시 고민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던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가 아프면 그림을 그려 선물해줬어요. 다리를 다치거나 깁스를 하면 꽃을 그려주거나 했죠. 글이나 말보다는 그림을 그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쉬웠어요.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거든요

친구가 지는 노을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 그는 노을을 보며 느낀 것을 물감으로 색칠하는 것이 더 쉽고 편했다.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학교와 주변에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을 따라 독학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영주YMCA 만화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남녀, 학교 구분 없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밌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이를 계기로 미대 진학을 결심하고 안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게 됐지요

반가사유상 과정1
반가사유상 과정1
반가사유상 과정2
반가사유상 과정2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

스스로 해결하며 독립적인 삶으로
그는 20살부터 부모에게서 독립해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왔다. 부모에게 기대기보다 자립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가 나와서 너무 사고 싶었는데 당시에 40만원이었어요. 가정형편에 부모님이 사줄 상황은 안 되다 보니 스스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여름방학 때였는데 외삼촌이 미장일을 하셔서 무작정 찾아가 일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그렇게 외삼촌댁에 먹고 자면서 10일 동안 일해 돈을 벌었어요

하루 일당 5만원. 카메라 구입을 위해 서울로 가는 버스비까지 계산한 그는 힘들게 시멘트 포대 등을 나르며 10일을 일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외삼촌이 조카의 마음을 기특하게 생각했거나 얼마나 하는지 두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켜본 것 같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는 불평불만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무엇이든 도전하면 되는 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단다. 당시 구입한 디지털카메라는 그의 어머니가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옆에서 누가 말려도 무엇이든 했던 것 같다내 인생이고 내가 스스로 감당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정해 나간다고 했다.

작업중인 임도훈 작가
작업중인 임도훈 작가
낭만전쟁 - 로미오와 줄리엣
낭만전쟁 - 로미오와 줄리엣

노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 안겨줘
고민 끝에 찾은 최선의 선택이었던 조각으로 대학을 다니며 또 다시 고민의 시간들이 시작됐다.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나 대학 1학년을 제대로 보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2학년이 되기 전에 군대에 가면서 생각할 시간들이 많아졌죠. 미래를 위해 직업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결론을 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하던 것을 우선 해보자라고 마음 먹었죠

그렇게 2학년은 기본을 다지며 그동안 그려온 그림이나 만화를 입체화 해보자고 생각했다. 3학년이 된 어느 날, 그는 4학년 선배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유를 물으니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했단다. 마감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지만 도전해보자 결심한 그는 하루에 하나씩 5개 작품을 만들어냈다.

“‘흑인'을 주제로 다양한 삶을 표현한 작품을 냈어요.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 옷이나 소품을 달리해 각각의 다른 삶을 표현했죠. 그렇게 만든 작품으로 조소전공에 나 혼자만 붙게 됐어요. 서울에서 열리는 청년미술축제인 아시아프 페스티벌에 전시하고 작품도 3가지를 선택해 판매할 수 있었는데 모두 미리 팔린 상태였어요

그의 첫 작품들은 전시된 지 1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작품 1개당 32만원에 사갔다. 또한 관람객의 실수로 파손된 작품 1가지도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 추가로 판매했다.

그는 첫 공모전에 작품으로 첫 수익을 냈을 때는 내 노력으로 얻은 첫 성과라 남다른 기분이었다이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4학년이 되기 전 졸업 작품으로 큰 작품을 준비하던 그는 주변에 어린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많아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철재로 만든 작품의 주제는 불안한 행복이었다. 그의 첫 용접작품이다. 반짝이던 철이 나중에 풍파를 겪으면서 녹이 슬어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을 보면 철이 빙 도는 모양으로 연결돼 있는데 돌고 도는 인생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은 현재 148 아트스퀘어 앞에 설치돼 있다. 문화예술회관에도 그의 또 다른 작품 2점이 있다.

이 작품을 학교에서 보관을 하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전남 광주에서 열린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대상을 받았어요. 이후 3개의 큰 작품을 만들어 대구 가창레지던시에 전시했는데 판매가 됐지요

작품을 만들 때 모든 열정을 쏟아내는 그는 작품이 완성되면 홀가분한 마음과 함께 흥미가 줄어든다고 했다. 오히려 앞으로 시작할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단다.

불안한 행복
불안한 행복
불안한 행복 - 카멜레온
불안한 행복 - 카멜레온

지역과 함께하며 작품 활동 이어
그의 옆에는 항상 습작노트가 있다. 책이나 시, 뉴스 등을 접하며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놓는다. 길을 걷다가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산책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 고민 상담을 많이 해왔어요. 중고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어느 곳에 소속돼 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줘요. 성별, 나이, 직업에 따라 생각이나 고민이 달라 그런 것이 좋은 영감에 원천이 되기도 해요

그는 현재 148아트스퀘어에서 91일에 열릴 레지던시 상설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 118일 서천교를 차타고 지나가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전시 주제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이다.

그는 작가들이 밖으로 나와 작가만의 감수성이 가득한 아이디어로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분야도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립되기 보다는 서로 함께 하며 밖으로 나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그는 영주에서 생활하며 좀 더 함께 어우러지려는 노력으로 올해 초 학사골목 벽화사업에 참여하면서 예술인들과 교류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초청전시나 공모전이 있을 때를 준비하면서 내년에 시작할 개인작품으로 별을 주제로 지금부터 여러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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