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으로 변신한 보좌관 출신 김엽씨
정말이지 인터뷰를 하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들이다. 사람의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약간의 표현 차이가 듣는 이에게는 상당한 느낌의 차이로 다가오고, 그 느낌대로 글을 썼다가는 간혹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에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도 있고, ‘말의 의미가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정치인을 만날 때는 반드시 녹음기를 가지고 가는 습관이 있다. 대략 10시간 정도는 녹음이 가능한 디지털 녹음기인지라 언제든 다시 듣고 정확하게 쓸 수 있으며, 문제가 되면 자료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김엽(57)씨도 그런 부담스러운 정치인 출신이다. 무려 13년간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경험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운 인터뷰가 된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정치를 그만둔 관계로, 본인 또한 “영주시민여러분! 이제는 정치인 김엽을 잊어주십시오” 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여러 번 했다. 이 때문에 인터뷰도 몇 번을 거절 당했고, 사진촬영 또한 힘이 들었다.
그러나, 지역 출신 인사에 대한 탐방과 인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조건을 전하고서야 겨우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유망 기업인으로 인정받아

이후 정호용 의원의 보좌관 경험까지 합하면 무려 13년간을 국회에 머물면서 국회의원 입법보좌역을 했다. 보좌관을 하면서 쌓은 이같은 경력으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고향 영주에서 출마했지만 결과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는 스스로 “정치를 하려면 보좌관 생활은 4년이면 충분하고, 이후에는 스스로 준비하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 도전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 보좌관으로 살겠다는 각오로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긴 보좌관 생활이 정치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을 한 이후 정치적인 모든 관계는 전부 정리했다고 한다. 한때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DJT연대에 기대를 걸고 자민련에 입당해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당적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 이후 98년부터 서희건설의 부사장으로 영입되어 현재는 대외사업과 영업을 담당하는 사장으로 취임해 충실한 기업인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정치인 김엽을 잊어달라'
그래서인지 ‘정치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정치인 출신임을 숨길 수는 없는지 묻는 질문과 대답에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 주었다.
“저는 요즘은 정말 정치에 관심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주시민들에게 제발 저를 잊어달라는 호소를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시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단 한 번의 출마로 ‘정치는 이제 그만한다’라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지금은 평범한 기업인으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가끔 사석에서 만날 때도 정말이지 정치적인 문제에는 완전히 손을 끊었다는 주장을 너무 자주 했다. 또 “고향을 돕고 동문이나 향우들을 위한 지원과 사업에는 언제든 도움을 주고 싶다” 는 의사표시도 자주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영주인임을 잊지 않고 영주의 발전과 향우들의 모임이나 동창모임에는 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뒤에 대고 “언제든 자주 찾아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조만간 술 한잔 해야겠다.
한편 김엽사장은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으며, 대학과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과 딸이 있다.
(서희건설 김엽 사장 연락처 011-285-3425)
서울=김수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