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디자이너 안광욱 씨

   
▲ 본지 서울 특파원 김수종 기자
영주시민신문은 2005년도 특별기획으로 월 3-4회 정도 영주 출신의 출향인사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수필형식의 글을 담고자 한다. 이번 기획기사는 영주시 안정면 출신으로 본사의 서울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월간<말>의 국제부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수종 기자가 맡게 되었다.<편집자 주>


 

책의 얼굴을 만드는 디자이너 이야기

북 디자이너 안광욱 씨는 기자의 오랜 친구이다. 대학 1학년 때 미술을 전공하는 안광욱 씨를 처음 만났다. 고향의 출신학교도 다르고 대학도 달랐다. 하지만 친한 고교 동창과 같은 집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그를 몇 년 동안 자주 만났다.

그는 영주고 미술부 출신의 미술학도였지만 뱀생이 화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가 왠지 좋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노량진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그는 몇 년 동안 박봉을 받아가며 지도교수 밑에서 특별사사를 받으며 그림 공부와 디자인 업무를 배우고 있었다.

▲ 북 디자이너 안광욱씨
당시 주변에 거주하던 영주 출신의 가난한 사회초년병들은 틈날 때면 그의 집에 모였고, 쓴 소주도 한잔씩 했었다. 또 일이 있을 때마다 그의 사무실이 있던 종로 인근에서도 종종 만났고, 주말이면 늘 인사동 근처에서 미술이며, 음악, 정치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가 스물여덟 나이에 디자인회사를 만들었을 때는 기자도 업무적으로 디자인 관련 일이 있을 때면 그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그의 사무실은 늘 고향 선후배들의 사랑방이었다. 종로에 위치한 이유도 있었지만 20대에 창업한 젊은 사업가였기에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 없이 저녁 시간 그의 사무실로 쉽게 모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좋아하고 사람이 부드러운 덕분에 외국에서 가끔 귀국하는 동창생들도 그의 사무실에는 꼭 들르게 된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에서 화가로 활동 중인 어린 시절 친구도 우연히 그의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디자이너지만 전혀 디자이너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을 제외하곤 짧은 머리에 어수룩한 복장 등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보통의 소시민이다. 기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그 누구도 첫눈에 그를 디자이너라고 알아맞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그의 작품인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와 황대권의 수필집 ‘야생초 편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각각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들이다. 또한 능력 있는 그는 20대 후반에 이미 ‘미술계의 21세기를 이끌 한국의 디자이너’로 지목받기도 했다.

▶'아버지' '야생초편지' 등 베스트 셀러 직접 디자인

지난 95년 출판디자인 회사인 아르떼(ARTE)를 설립하여 현재 출판계에서는 최고의 북 디자이너로 알려진 그는 오로지 책 하나에 미쳐 사는 책의 얼굴을 만드는 예술가이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좋은 원고들은 책으로 완성되어 걸출한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는 그림이 좋아 미술을 공부했고 , 책이 좋아 북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출판에 관심에 더 많아져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 볼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한다. 책을 만드는 일 전반에 대해 총괄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책을 직접 만들거나 출간해 본 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주로 국제면에 쓰는 정치이야기가 많고 딱딱하며 별로 재미도 없는 기사문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신문과 잡지의 판매부수는 ‘제목 장사’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면, 만일 책을 한 권 출간할 기회가 생기면 그럴듯한 제목에 안광욱 씨 같은 최고의 북 디자이너에게 옷을 부탁하여 때깔을 갖추면 준 베스트셀러는 될 것 같다는 욕심이 든다. 그래서 늘 그를 만날 때면 “내년쯤엔 책 한 권 내려고 하니 꼭 북 디자인은 자네가 맡아줘.”라고 몇 년째(?) 애걸을 하고 있다.

사람은 긴 인생을 살다 보면 믿을 만한 친구를 몇 명씩 곁에 두기 어렵다고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안광욱 씨는 책 하나만큼은 믿을 만하게 잘 만드는 친구이다. 흔히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하는 사람은 큰 것은 보지 않아도 된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를 늘 믿는다. 가끔 그의 사무실에 갈 때마다 그가 새롭게 디자인한 많은 작품들을 즐겨 보고 온다. 책 속의 내용은 작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옷은 그가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늘 좋은 책을 만들고 책의 얼굴을 살아 있는 작품으로 구성하고 있는 안광욱 씨를 볼 때면 그가 기자에게 소중한 친구인 것이 감사하다. 서울이라는 객지에서 안광욱 같은 좋은 친구를 둔 마음은 이 겨울에도 따뜻하기만 하다.

한편 안광욱 씨는 공예를 전공한 부인과 어린 아들과 딸이 하나 씩 있다.

 

(안광욱 씨 연락처: 019-204-2301)


서울=김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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