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시골사람 류사번씨

▲ 본지 서울 특파원 김수종 기자

영주시민신문은 2005년도 특별기획으로 월 3-4회 정도 영주 출신의 출향인사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수필형식의 글을 담고자 한다. 이번 기획기사는 영주시 안정면 출신으로 본사의 서울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월간<말>의 국제부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수종 기자가 맡게 되었다.<편집자 주>


 

정직한 보험영업사원 이야기

강남에 살고 영주 촌사람 류사번(47세)씨는 안동이 본향이지만 영주에서 출생하여 영광고를 졸업한 영주서부초등학교 출신의 시골사람이다. 그는 요즘 서울에서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벌써 10여 년을 보험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보니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서울에만도 수천 명에 이른다.

당연히 수많은 영주 출신의 서울사람들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 애경사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 동창생의 애경사는 물론 동문들의 애경사까지 두루 살피는 사람. 물론 고객들의 애경사는 늘 챙기는 사람.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전국 어디든 그를 찾는 곳이면 달려가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바빠서 가지 못하는 친구들의 부탁까지 받고서 자기 돈으로 부조금을 대납하는 일도 허다한 사람이다.

▲ 류사번씨
이런 모든 일은 그가 보험영업을 하기 때문에 하는 요식적인 행위는 결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고향친구인 중, 고교 동창생들에게도 명함주기를 꺼리는 사람이다. 보험영업사원이 명함을 자주 주면 보험들라는 강요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비취지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친구나 친척에게는 명함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친구나 친척 같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거나 부탁하지 않는 것이 그의 영업원칙이다. 그냥 필요하면 그가 보험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만 가입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벌써 십 수년째 자신의 회사에서 보험가입실적 수위를 자랑하는 전문영업인이다.

물론 지금이야 독립하여 보험대리점 사장으로 회사에서 제공한 50평이 넘는 강남의 호화 오피스텔을 개인사무실로 쓰고 있는 사업자지만, 평소 순박한 성격으로 보아 그 역시도 초년에는 상당히 고생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남들에 비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여 돈도 좀 모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영광고등학교 재경동문회의 사무국장으로, 보험업계의 개인사업자로 늘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가끔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 때면 겨우 열 번에 한 번 정도 전화연결이 될 정도로 그는 바쁜 사람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편하게 업무를 보는 날은 한 달에 이틀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외근이 많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지 않으면 쉽게 연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바쁘며,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나고 상담을 한다고 한다.

그런 그를 강남에 살고 있는 시골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농촌스러운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딸 둘을 비싼 돈 치루며 과외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는 강남의 보통(?)사람을 비꼬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를 시골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의 순박하고 착한 마음씨 때문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보험 밥 십 수년을 먹고 나면 누구나 보험가입이라는 순수한 영업업무 보다는 보상이나 다른 곳(?)에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한눈파는 쪽의 수입이 본업보다 좋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눈먼 돈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우리 시대의 소시민이다.’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친구들 부조금 대납 해주고 일 년에 못 받는 돈이 천만 원이 넘고, 지방에 문상으로 영업으로 몸이 지쳐도 자신만은 정직한 길을 가려고 한다고 한다. ‘눈먼 돈에 한 눈을 팔다가 보면 자신도 썩고 정신도 멍들기에 어렵지만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늘 말한다.

재경 영광고 서울동문회 사무국장을 하며 수많은 동문들을 만나면서도 아쉬운 소리 한번 하지 않던 그가 요즘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최근 여러 차례의 보험 대납이 문제가 되어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인가 ‘양식걱정을 하는 가장이 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힘들다.’고 한다.

한편, 류사번 씨의 가족은 부인과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두딸이 있다.

그와 어제 오늘, 밥과 술을 한잔 하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근일 시간이 되면 길고 진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다시 한 번 있었으면 한다.

곧 설이 다가온다. 나도 ‘처자에게 양식걱정이나 시키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잠 못 드는 추운 밤이다. 류사번 씨 연락처(011-724-3508)

<서울=김수종 기자 daipapa@hanmail.net>

김수종 기자는 68년 안정면 출생으로 87년 영광고를 졸업하였다. 현재 월간<말>의 국제부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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