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창세기에 야곱이 나옵니다. 어느 날 얍복강가를 지나다가 하나님의 천사를 만납니다.

야곱은 천사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달라고 하면서 물고 늘어지게 되는데, 기가 막힌 천사는 야곱의 허리뼈를 부러뜨립니다. 그러나 야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축복을 달라고 하여 기어이 축복을 받아냅니다.

축복과 비전을 향한 야곱의 집념도 집념이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성경 말씀에 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 환도뼈로 인하여 절었더라.(창세기 32:31)'
밤새도록 비전을 향한 싸움을 끝내고 절름거리며 새벽 강가를 걸어가는 야곱의 모습을 그리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부러진 허리를 잡고 밤샘 싸움으로 인해 땀과 눈물과 먼지가 뒤범벅이 된 얼굴로 새벽을 열어가는 야곱.

비전을 품은 사람, 축복을 얻어낸 사람에게도 절름거리며 걸어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길을 걸어갈 때도 쓰러지고 일어나야만 하는 길이 있는 것입이다. 후일에 꿈의 사람, 야곱이 되기까지에는 눈물의 강을 바라보며 절름거리며 간 얍복강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성부의 시가 떠오릅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성부의 시 '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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