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에 길을 가다가 돈을 주웠다. 그 후로 그는 늘 땅을 보면서 평생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생 주은 것을 모아보니까 지갑, 지페와 동전, 머리핀 등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죽을 때 자기의 인생을 요약하여 말하기를 '나는 넝마주이 인생을 살았다'라고 했다.
어렸을 때의 행운이 이 사람의 인생을 땅만 쳐다보는 넝마주이로 추락시켰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행운을 바라고 또 행운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인생에는 세 번의 행운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이 다가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행운은 우리를 또 다른 행운을 향하여 달려가게 하는 힘이 있다. 다가왔을 때는 참 좋은 것인데, 행운의 꿀물을 마시다가 결국은 그 행운이 멀리 사라졌을 때 엄청난 고독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삶의 기반을 좀 더 넉넉하고 든든하며 영원한 것에 둘 필요가 있다.
행운과 같이 불었다가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것에 삶의 기반을 두었을 때 우리의 삶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인기에 기반을 둔 연예인이 고독감에 휩싸여 자살을 선택하는 것처럼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는지도 모른다.
옛 사람들이 즐겨 썼던 말 중에 여여(如如)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항심(恒心)을 떠올려도 좋을 것이다. 그렇고 그런 마음이 필요한 요즘이 아닌가 한다.
'자네, 요즘 살기 어떤가?' '글쎄, 뭐, 여여하네'와 같이 좀 넉넉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에게 행운은 다가오지도 않을 뿐더러 행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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