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쌓는 석공 한 분이 계셨다.
우리 학교에서 그 분에게 교훈석을 쌓는 일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돌을 고르고 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제각기 여러 모양으로 생긴 돌을 여기 저기에 꿰맞추어 나가는데 예사가 아니었다.

석공의 손이 움직이면서 자리를 잡아주면 별 볼일 없던 돌들이 자기 자리를 잡고 반듯하게 보였다.

그런데 그 석공의 말씀이 재미가 있었다. 자기들은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삽을 쥐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돌을 쌓는 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러 올 때도 그는 돌을 옮길 수 있는 줄 하나만 가지고 왔다. 다른 연장은 보이지 않았다.

허허 웃으면서 삽을 쥐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며 굶어죽으면 죽었지 삽을 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고도 빛나는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면 손도 대지 아니하는 대쪽같음이 있었다. 그의 장인정신 앞에 고개가 숙여졌다.

가르치는 일도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모두 전문성을 가진 일이요, 장인정신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과연 남들도 가르치고 글을 쓰는 나를 보고 장인정신을 가졌다고 말할까?

아니 그보다 나에게 남들이 보기에 아름답게 빛나는 장인정신이 있을까 반문하면서 자괴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느낄 수 있는 빛나는 그 무엇이 있으면 무척 행복한 사람이요, 괜찮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것이 장인정신이든, 전문성이든, 아니면 겸손한 인간성이든 그 사람의 깊숙한 곳에 빛나는 그 무엇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어둡고 음습한 사람이 되어 쳐다보기에도 피곤하고 얄팍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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