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것이 아마 이 안개 낀 길을 가는 것과 같아서 그런 것일 게다. 확정할 수 없는 미래와 막막한 삶의 여정, 불시에 다가와서 온 몸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도촌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 안개 길이 트이면서 화사한 햇볕과 함께 갑자기 꽃이 확 나타나는 것이었다. 얼마나 갑작스레 일어난 일인지, 밤길을 정신없이 달리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밝은 전조등을 만난 것처럼 정말 순간적이었다. 그 꽃은 코스모스 무더기였다.
무더기로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경이 그 자체였다.
그렇구나. 사람이 사는 것이란 오늘 아침처럼 안개 낀 길을 가면서 갑자기 만나는 꽃과 같은 것이리라. 사람의 길은 늘 안개만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꽃길도 아닌 것이다. 이웃이란 이웃까지 모두 떠난 황량한 벌을 지나가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꽃길을 만나는 그런 것이 인생길이 아니겠는가?
봉화 가까이에 오니 다시 출근길은 안개로 가득하다. 누가 인생을 새옹지마니 전화위복이니 했던가. 오늘 아침 안개가 그 어려운 의미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래, 인생은 밝다가도 어두울 수 있는 거로구나, 생각하니 안개가 그렇게 밉지 않았다.
어둠까지도 동행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사람들은 어둠을 빛의 적, 또는 빛의 상대어라고 한다. 그러나 어둠은 빛의 또 다른 말이며, 그 속에는 인생의 따뜻한 의미가 숨어 있음을 오늘 아침 안개가 가르쳐 주었다.
[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시민신문
영주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