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법랍'이라는 말이 있다. 스님이 된 뒤로부터 치는 나이를 법랍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법랍이 높은 분들을 매우 존경한다고 한다. 도의 경지나 그들의 업적보다도 법랍이 높으면 존경을 받는다.

얼마 전에 어떤 설문 조사에서 학생들이 어른을 존경하는 비율이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나라 학생들은 존경할 대상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바라보는 어른은 단지 거추장스러운 기성세대일 뿐이요, 개혁의 대상이리라.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이 든 어른들일수록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지난 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린다.

나이가 들면 직장에서도 쫓겨나야 한다. 고개를 들 수도 없다. 고개를 숙인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개숙인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대나 어쨌대나.

이런 때일수록 불교의 '법랍'에 대하여 생각해 봐야 한다. 오랜 연륜을 가진 사람들의 지혜를 올바르게 느껴야 할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와 업적을 떠나서 묵묵하게 그들의 삶을 일구어 낸 그 연륜과 삶의 무게에 대하여 존경의 염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과와 개혁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이 시대 속에서 법랍이 높은 분들을 존경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장의 원칙만을 찾아가기 때문에 법랍을 강조하면 뒤처지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법랍이 높은 분들이 대접을 받는 그런 사회의 모습을 참으로 보고 싶다.

[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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