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두 마리가 싸우고 있었다. 얼마나 격렬하게 싸우는지 거의 목숨을 걸었다. 뼈다귀를 사이에 놓고 싸우는 것이 처절하다 못해 슬프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 공교롭게도 바로 보신탕 집 앞이었다. 죽음을 지척에 두고도 뼈다귀 하나를 차지하기 위하여 정신이 없는 것이다.

어떤 신문에서 2001년을 결산하면서 우리 나라 지식인 70명에게 메일을 보내 2001년을 총결산할 수 있는 한자성어를 물었다고 한다. 그 때 33%의 지식인들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고 답했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리라. 참으로 적절한 단어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있어서의 혼란과 갈등을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더라도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가장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라면 서슴없이 혼란과 불확실성을 들 수 있겠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면서 욕심과 필요에 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수많은 정책의 제시와 인재의 등용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약속하지만 오히려 혼란만을 더할 뿐이다. 어쩌면 죽음을 앞두고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개와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은 신의 시대가 갔다고 한다. 초인의 시대도 갔다고 하고 시민의 시대를 운운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어떤 시대가 남았을까?

분명히 죽음의 시대만은 아닐 것인데 말이다. 안개 속에서 아무리 눈을 째려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다. 범인의 눈이라 그런지 안개만 더욱 진하다.

[김신중의생각의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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