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이육사의 시 '광야'의 4연이다. 이육사는 '강철'같은 겨울 광야에서 씨를 뿌렸다. 비록 거대한 광야에 비하여 너무나 작고 왜소하지만 육사는 큰 나무를 꿈꾸며 씨를 뿌렸던 것이다.

한때, 힘들고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이라고 하여도 좋으리라. 이때 무척 위안이 되었던 글이 바로 이 시였다.

눈이 내리는 광야에서,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광야에서, 춥고 배고파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광야에서, 아니 일제 식민지의 고통스러운 역사적 현장에서 씨를 심었던 이육사였다.

씨를 심는 사람의 가슴에는 큰 나무가 들어 있다.
이미 그의 손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열매가 들어 있다. 그의 눈은 이미 먼 땅을 향하여 있는 것이다.

겨울의 끝이며, 봄의 시작인 때에 우리 모두는 이육사의 시처럼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 속에서 담배 씨만한 소망을 심어보는 것이 어떨까?

[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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